'대구지하철 파업' 오보(12.14)

평화뉴스
  • 입력 2005.12.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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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 영남일보.경향신문.대구KBS..."파업 '방침'을 '파업 돌입'으로 오보“


12월 6일 밤, '경북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회의' 결렬.
12월 7일 저녁 7시, 대구지하철노동조합 ‘파업 출정식.전야제’
12월 8일 새벽 2시 47분, 대구지하철노동조합 ‘전면 파업’ 선언.

그러나, 노조는 8일 새벽 5시, 비상총회를 통해 전면파업 방침을 철회했다.
노조는 ‘시민 불편’을 내세웠지만, 노조의 내부 결속력이 약했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
어쨌든, 걱정했던 대구지하철 '전면 파업'은 유보됐고 대구지하철은 평소와 다름없이 운행했다.

밤새 뒤바뀐 ‘파업 방침’.
늦어도 자정 전에는 기사를 마감해야 하는 조간신문들은 이를 어떻게 다뤘을까.

8일 아침 대구 시민들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 날 영남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대구지하철노조 파업 돌입” 이란 제목을 달았다.
기사 첫줄에 `대구지하철 노동조합은 8일 새벽 파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하며 전날 상황을 전했다.

영남일보 12월 8일자 1면..파업이 철회됐지만 '파업 돌입'으로 보도했다.
영남일보 12월 8일자 1면..파업이 철회됐지만 '파업 돌입'으로 보도했다.


중앙지 ‘경향신문’도 사회면(8면)에 `대구지하철 노조가 8일 새벽부터 파업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한술 더 떠, “대구지하철 1,2호선은 8일 오전 5시30분 첫 운행부터 파행사태를 빚었었으며,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있지도 않은 ‘시민불편’까지 소개한 셈이다.

KBS도 어처구니 없는 오보를 냈다. 그것도 ‘전국 방송’에 오보는 전하는 실수를 했다.
대구KBS는 8일 아침 6시 전국으로 방송되는 ‘뉴스광장’에 ‘대구지하철 전면파업 돌입’이라는 자막과 함께 파업 소식을 전했다. 특히, 대구KBS는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하기 위해 중계차까지 동원했지만 ‘전면파업 철회’ 내용을 전하지 못했다. 전날 밤에 마감해야 하는 조간 신문들과 달리, KBS는 당일 아침 현장에 있으면서도 오보를 내고 말았다.

영남일보와 달리, 지역 조간신문인 대구일보, 대구신문, 경북일보는 ‘파업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는 했지만 ‘오보’는 내지 않았다.

대구일보는 8일자 1면에서, `대구지하철 화재공포와 고장노이로제에 걸려있는 대구시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노조가 또다시 파업을 벌이기로 하자 노사양측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며 파업선언에 따른 여론을 전했다.

대구신문은, `대구지하철 노동조합이 8일 새벽 4시부터 파업에 돌입키로 했다’고 보도하며 대구시와 지하철공사의 파업대책을 주로 다뤘다.

경북일보도 `대구 지하철 파업이 예고됨에 따라 대구지하철공사와 대구시가 비상 대책 수립에 나섰다.’라는 내용으로 지하철 파업에 대한 대책을 다뤘는데, `노조는 8일 새벽 예고된 파업을 앞두고 사측과 재교섭을 벌인 뒤 7일 밤 비상총회에서 파업여부를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며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

중앙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 신문은 8일자에 대구지하철 파업 소식을 싣지 않았다.
이밖에,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은 각각 `대구지하철 노조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오보’를 낸 영남일보와 경향신문은, 전날 밤 늦게까지 취재한 뒤 다음 날 독자를 위해 ‘예상 보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의 ‘전면파업’ 방침을 ‘파업에 들어갔다’는 식의 ‘결과’로 보도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굳이 ‘방침’을 ‘결과’로 보도할 필요가 있었는지 되묻게 된다. 결국, 지하철노조의 ‘전면 파업’이 시민 불편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시민들이 혼란을 겪는 꼴을 낳고 말았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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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5년 12월 14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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