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노동자도 아닙니까"

평화뉴스
  • 입력 2004.02.21 21: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미힐스 캐디 7개월째 복직투쟁...열린우리당서 엿새째 단식투쟁



◇ 열린우리당서 엿새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파미힐스 근로자들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 있는 열린우리당 대구시지부 사무실. ‘캐디’로 불리는 골프장 경기보조원 4명이 엿새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7개월째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이들은 경북 칠곡군 왜관에 있는 골프장 ‘파미힐즈 컨트리클럽’의 경기보조원들이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지난 해 8월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것에 반발해,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권리 회복을 위해 힘겨운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이 ‘복직’ 합의를 지키지 않고 대화마저 거부하자, 마지막으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사무실까지 찾아와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게 된 것.

단식투쟁 엿새가 지났지만 열린우리당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식투쟁 엿새가 지났지만 열린우리당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은 원활한 경기장 운영에 큰 몫을 담당하지만, 그동안 회원들로부터 “이 정도는 각오한 것 아니냐”식의 성희롱을 겪을 뿐 아니라, 골프공이나 골프채에 맞아 다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불이익에 항의하고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지난 해 6월 ‘전국여성노조 파미힐스 컨트리클럽 분회’로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회사측은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계획한 간담회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원 관계자 5명을 ‘출입금지’라는 이름으로 해고시켰다.

그러나 노조측은 “서류전형과 면접 등 정상적인 채용과정을 거쳤고, 직원교육에 당번까지 모두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에서 ‘해고’ 대신 ‘출입금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항의하며 지난 해 8월 20일부터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7개월째 힘겨운 복직투쟁

5개월간의 힘겨운 농성 결과, 지난 해 12월 13일 회사와 노조대표, 노동청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전원 복직’에 합의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경기보조원이 아닌 노조원으로서 한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부당 노동행위로 회사측을 검찰에 기소했지만, 보강수사만 2차례 거듭될 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 호소했지만, 스스로 ‘개혁적’이라고 말하는 열린우리당마저 무관심과 방관으로 일관했다.

전국여성노조 파미힐스 컨트리클럽 분회장인 편유미씨(38)
전국여성노조 파미힐스 컨트리클럽 분회장인 편유미씨(38)
이들은 참다못해 결국 1월 15일 열린우리당 대구시지부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이게 됐다. 그러나 근무하는 당직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언론에 이런 억울함과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단식투쟁 닷새가 지나도록 단 한명의 기자도 찾아오지 않았다.

노조 분회장인 편유미(34)씨는 “집권당이 해결책을 내놓기는 커녕, 끼니때마다 단식투쟁하는 사람들 바로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등 인간적 배려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햇다.
그러나, “힘들다는 이유로 이 농성을 그만두면 그때부터는 껍데기만 있는 삶이다. 우리의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단식 엿새째...정당은 무대책, 언론은 단 한명도 찾아오지 않아

현재 투쟁하고 있는 경기보조원 30여명은, 대부분이 미혼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7개월이라는 장기 농성에 어려움이 많다.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은 야간공장이나 대리운전, 주유소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힘들지만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열린우리당 대구시지부 김충환(43) 사무처장은 “노조가 대표이사를 고발한 상태에서 (열린우리당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들의 농성으로 사무실 관리문제부터 총선 보안체계 등 여러 가지로 불편이 많다”며 오히려 노조원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또, 회사측에서도, “담당 직원이 바뀌어 잘 모른다”는 식으로 궁색한 답변만 늘어놓으며 노조와의 접촉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총선에만 매달려 있는 정치권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기울리지 않는 언론. 합의마저 저버린 채 버티고 있는 회사측과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노동당국. 이들 힘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힘없는 여성노동자들만 힘겨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 누군가에 의해 찢겨진 파미힐스 캐디노조 복직투쟁 현수막.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