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의 이유 없는(?) 단식 보도 (1.11)

평화뉴스
  • 입력 2006.01.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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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 연합뉴스.매일.영남.대구일보
..."소재와 건강, 이벤트성 보도에 그치지 않았나?"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하며 단식해 온 지율스님이 안동 지역에 은거해 있다가 최근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갔다.

단식이 반복되다 보니 세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한 비구니의 소식은 지난해 11월 30일 천성산 터널 공사가 재개되면서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12월 9일 불교환경연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생명이 위태롭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같은 날에만 '지율스님 신륵사 6일간 기거후 떠나', '지율스님 행방 `묘연'' 등의 기사를 경기도 여주와 충북 충주발로 연이어 보도했다.

지율스님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최근 보도
지율스님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최근 보도


그 후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던 지율 스님 관련 소식은 12월 30일 '지율 스님 경북 토굴서 기거'라는 연합뉴스 보도로 다시 언급되기 시작해 새해 들어 '지율 스님 병원으로 후송될 듯' (1월 3일), '지율스님 5일 오후 동대일산병원에 입원' (4일) 등의 기사로 이어졌고 급기야 5일에는 은거지였던 경북 안동에서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옮겨지는 모습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과거 지율 스님과 관련된 숱한 보도에 지친 탓인지 지율 스님의 근황을 전하는 연합뉴스의 보도를 인용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었다.

스님의 뜻에 차마 동조할 수 없어서 애써 외면했든지 스님의 단식이 이제는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열반에 들면 또 모를까?

어쩌면 예전처럼 단식이 며칠 동안 계속됐느니 하는 이벤트성 보도를 할 바에야 아예 아무 말 하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지율 스님이 은신처가 경북 안동으로 특정되자 지역 신문들은 단순히 그러한 사실만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구일보 1월 3일자 1면
대구일보 1월 3일자 1면
대구일보는 1월 3일자에 '지율스님 안동 토굴서 기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것도 사회면이 아닌 1면에 2단으로 싣는 파격을 보여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에 질세라 영남일보는 다음날(4일)에 '지율 스님 목숨 '경각''이라는 제목의 3단 크기의 상자 기사를 내보냈고 매일신문도 같은 날짜 사회면에 은거처로 추정되는 곳을 찍은 사진과 함께 근황을 전했다.

영남일보 1월 4일자 2면(뉴스와 이슈)
영남일보 1월 4일자 2면(뉴스와 이슈)
그러나 세 신문은 스님의 소재와 건강 상태만을 다뤘을 뿐이다.

천성산 터널 공사가 도대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로서는 적잖이 답답해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천성산이 대구와 경북지역에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지율 스님이 경북 안동에 은거해 있다는 사실만 중요했지 천성산 터널공사는 처음부터 관심 밖이었던 셈이다.

그나마 대구일보가 5일자 사설 '지율스님 살아야 다른 생명도 산다'를 통해 스님의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나섰으나 역시 일회성 동정(同情)에 불과했다.

매일신문 1월 4일자 5면(사회)
매일신문 1월 4일자 5면(사회)
스님이 안동을 떠나던 5일 현지에서는 지역의 각 방송국과 신문사는 물론 SBS까지 와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스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천성산 터널 공사 현장을 다룬 화면이나 사진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언론에게 있어서 천성산과 지율 스님은 이미 별개가 돼 버린 것이다.

지율 스님의 단식이나 천성산 터널 공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언론은 이쯤에서 천성산 터널공사 현장의 환경영향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세가 기울어졌다고 간주하기보다는 정부의 정책 수립에 하자가 없었는지 되짚어본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지율이라는 가녀린 한 비구니의 행동은 어차피 동정 아니면 무시, 두 가지의 반응이다.

지율 스님이나 정부, 그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뭐하더라도 애써 현실을 무시하기보다는 천성산을 다시 한 번 찾아보는 것이 그나마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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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6년 1월 11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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