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 '관계자'..적절한가?(1.24)

평화뉴스
  • 입력 2006.01.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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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
매일신문.연합.영남...“홍보성 기사에도 ‘관계자’ 인용”
“대구시 관계자, 경찰 관계자, 대학 관계자...한 기사에 2-3번도...구�


신문 기사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 있는 ‘관계자’ 인용문.
대구시 관계자, 구청 관계자, 경찰 관계자, 대학 관계자, 업계 관계자, 선관위 관계자, 은행 관계자...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기사 끝부분에 ‘관계자’의 말이 자주 인용된다.
기자는 ‘관계자’의 말을 통해 사실관계나 주장하는 기사 내용의 ‘근거’를 강조한다.
특히, ‘내부자 고발이나 비판’ 같은 경우는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관계자’ 식으로 익명을 보장한다.

다만, 꼭 ‘관계자’라는 말로 써야 하는 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내부자 고발이나 비판’처럼 예민한 경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쓰는 경우가 잦다.
비판성 기사는 고사하고,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띄워주는’ 홍보성 기사에도 ‘관계자’가 쓰인다.

심지어, 보도자료를 인용하면서 ‘관계자’와 인터뷰 한 것처럼 쓰는 경우도 있다.
또, 해당 기관의 분명한 입장이나 적법한 유권해석인데도 ‘관계자’라는 말로 ‘익명’ 처리한다.

습관처럼 쓰는 ‘관계자’ 인용.
혹, 기사의 ‘구색 맞추기’로 쓰는 것은 아닌 지 의문이 들 정도다.
또, 이런 ‘관계자’ 표현이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대구지역 언론 주요 기사의 ‘관계자’ 사례를 살표보자.

매일신문 1월 20일자 1면
매일신문 1월 20일자 1면



매일신문 1월 20일자 1면 머릿기사에 실린 “버림받은 새주소, 생활속에 정착을”.
대구에만 60억원을 들여 바꾼 새 주소사업이 10년이 지나도록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는 무려 3번의 ‘관계자’가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는 주민등록법 등 관련 13개 법을 그대로 놔두고 새주소 사업을 추진했다”며..(중략)
대구시 관계자는 새 주소 사업의 실패와 관련, “...내부무가 다른 기관과 협조도 없이 무작정 추진한 때문..”(중략)
대구시 및 각 구청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특별법을 만들어 모든 법정 주소체게를 새 주소로 단일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은 사업의 결론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공무원 이름 대신 ‘관계자’를 쓴 것일까?
오히려, 이들의 이름과 직책을 쓰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 사실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매일신문 1월 18일자 1면
매일신문 1월 18일자 1면


이에 앞서, 매일신문 1월 18일자 1면 머릿기사에도 ‘관계자’가 2번 나온다.
“도심 난개발.교통 혼란 부른다”는 큰 제목의 이 기사는 초고층 주상복합의 문제를 다뤘다.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교차로 주변 상업지역의 주상복합 단지 건립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중략)
대구시 관계자는, “도심 난개발과 과밀화를 막기 위해 올 상반기 중으로 주상복합 단지 내 사업시설 비율을 현재 건축면적의 10%에서 30%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향후 주상복합 단지 붐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분양 승인을 신청한 단지에 대해서는 규제할 만한 방안이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서도 대구시의 ‘책임있는’ 담당자의 이름과 직책을 써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매일신문 1월 18일자 1면
매일신문 1월 18일자 1면



영남일보도 ‘관계자’ 쓰기는 매일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건 내용에 대한 경찰의 입장이나 대학의 ‘홍보성’ 기사에도 ‘관계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영남일보 1월 18일자 1면 “경북 기업형 성인오락실” 기사는 경북지방경찰청이 성인오락실 업자와 충전소 주인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내용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같은 성인오락실이 안동에만 10여개 운영중이며...이 정도의 금액이 성인오락실로 들어간다면 가정경제나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영남 1.19일자 6면
영남 1.19일자 6면
영남일보 1월 19일자 6면 “경북대 과기(科技)논문 피인용 국내1위” 기사도 '경북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마다 논문 수에서 상위권을 지키고...경북대의 연구성과가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범인을 잡은 것이나 대학의 연구 성과는 ‘자랑할 만한’ 일이다.
이런 기사에도 굳이 ‘관계자’라는 말을 넣어야 하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독자 뿐 아니라 해당 업무의 책임자나 홍보실 직원들도 '실명'을 좋아하지 않을까.


대구일보 1월 18일자 1면
대구일보 1월 18일자 1면
반면, 반드시 ‘관계자’나 ‘익명’으로 처리해야 하는 기사도 있다.
대구일보 1월 18일자 1면 머릿기사 “특정정당 후원금 내라”- ‘직원에게 기부유도 물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대구지역의 D백화점이 간부 직원 30여명을 대상으로 특정 정당에 정치후원금을 내도록 유도했다는 내용이다.
이 문제를 해당 백화점 직원의 말을 통해 제기하며, 백화점 관계자의 해명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을 실었다.

D백화점 모 직원은 “지난 연말 회사측에서...특정 정당에 10만원씩 후원금을 납부토록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략)
이에 대해 D백화점 관계자는,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한 적은 없으며...연말정산 처리가 되니 원하는 사람은 기부하라고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중략)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고용주의 강요에 따른 정치후원금 기부는 정치자금법 위반이지만 강제성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백화점 내부의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 대해서는 ‘익명’이 당연하다.
또, 후원금을 내도록 말한 것으로 보이는 백화점 관계자 역시 보도의 파장을 감안할 때 ‘익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말은 일반적인 법 적용이나 입증의 어려움을 언급한 정도였기 때문에 굳이 ‘익명’으로 할 필요가 있는 지 생각해 볼 문제다. 오히려, 선관위의 해당 부서나 담당자의 이름을 썼다면 더 힘이 실리지 않을까.

연합뉴스 1월 19일자 기사 3개...(제목과 마지막 문장만 편집 - 평화뉴스)
연합뉴스 1월 19일자 기사 3개...(제목과 마지막 문장만 편집 - 평화뉴스)


이같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도 자주 인용된다.
특히, 연합뉴스 기사에는 실명이든 익명이든 ‘관계자’의 말이 대부분 들어간다.
지난 1월 19일자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똑같은 형식으로 기사 끝부분에 ‘관계자’를 넣었다.
기사의 신뢰도를 위한 노력이겠지만, 일부 기사의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계자’란 말이 잘못은 아니다.
또, 그런 인용이 기사에 힘을 실어주거나 신뢰를 높이는 경우도 많다.
다만, 충분히 실명으로 써도 될 사람까지 ‘관계자’로 습관처럼 쓰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하게 된다.
‘관계자’라는 말이 너무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이런 모습 때문인 지, 요즘 행정기관이나 대학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를 보면 그들 스스로 “ㅇㅇㅇ 관계자는...”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다음 날 보면, 기사 끝에 쓰인 관계자 말과 보도자료의 관계자 말이 거의 다르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보도자료를 내거나 내용을 알려준 취재원들이 “이름은 넣지 말라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경우를 빼고는 실명과 직책을 밝히는 것이 기사의 신뢰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언론의 관행이나 기자의 습관인 지, 아니면 꼭 필요한 ‘관계자’인지는 기자가 가장 잘 안다. 독자를 위해 무엇이 좋은 지 생각해 볼 일이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6개 언론사 7명의 취재.편집기자로 운영되며,
지역 일간지의 보도 내용을 토론한 뒤 한달에 2-3차례 글을 싣고 있습니다.
매체비평과 관련해, 해당 언론사나 기자의 반론, 지역 언론인과 독자의 의견도 싣고자 합니다.
의견이 있으신 분은 pnnews@pn.or.kr로 글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 평화뉴스(www.pn.or.kr)

(이 글은, 2006년 1월 24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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