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사회를 위하여”

평화뉴스
  • 입력 2006.02.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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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옥(대구여성의전화)...
“어느 남자기자의 육아휴직, 그리고 남녀가 함께 해야 할 '돌봄'의 노동”


얼마전 지역의 모 신문기자가 남성으로서는 선택하기 힘든 유아휴직을 감행(?)했다는 반가운 기사를 본적이 있다.

육아가 아직까지 여성의 몫이란 고정관념이 주류인 사회에서 주변의 우려와 만류를 제치고 그런 결정을 한것에 대해 여성의 한사람으로서 잘했다고 축하의 인사라도 보내고 싶었다.

그분이 육아 휴가를 선택한 변을 읽어보니, 마땅히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고 그 비용도 만만찮고 해서, 가정생활 경제면에서도 본인보다 수입이 좋은 부인이 직장을 계속 다니고, 본인이 아이를 돌보는게 나을 것 같아서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를 양육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실 육아휴직제도가 마련되어 있어도 남성들은 승진, 경력상의 불이익을 받을까봐 이런 저런 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아직까지 결정이 싶지가 않기 때문에 더욱 용기있는 행동이라 여겨진다.

이와 연관해서 집집마다 요즈음 식탁에서 애용되고 있는 구운김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
이 구운김도 처음 슈퍼에 등장했을 때 우리 여성들은 구입하면서도 누가 흉이라도 볼까봐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러워 했다. “주부가 게을러게 김을 집에서 굽지 않고 구워 놓은 김을 사다니!”라고. 그런데 지금은 구운김을 구입해 먹는 것이 당연시된 사회가 아닌가!

이와 같이 앞으로 돌봄 노동인 육아를 위해 부모휴직 제도를 많은 남성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얼마전 한국여성개발원에서는 전업주부 한 명의 연간 가사노동가치에서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는 30대 전업주부의 경우, 가사노동 가치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167만원 정도가 된다고 평가하여 발표했다.

이밖에 미취학 아동 돌보기, 취학 아동 보살피기, 배우자나 부모, 그 외 가족 보실피기 등 ‘돌봄’과 관련된 가계 사업에 투입된 노동과 자본 등을 모두 계산한 결과 GDP의 5.48%인 42조 6587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는 통계청이 2004년 실시한 국민 생활시간 조사를 근거로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개발원 연구팀이 산정한 정부의 공식 자료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로써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가치가 사회, 경제, 법률 등 현실적인 구체적인 사례로 교통사고를 당했을때 상해 및 피해보상,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액 산정, 조세제도에서 부부간 상속 및 증여, 사회보험 제도에서 전업여성에 대한 보험료 산정기준 등에서 적용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돌봄 노동’은 가사, 육아, 간병과 같이 주로 가족을 위한 재생산 노동으로 여성의 몫으로 여겨왔다.
‘돌봄 노동’을 여성의 사적 노동이 아닌 사회몫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오늘의 사회환경에서는 시급한 과제라 본다.
돌봄노동이 여성의 무급 노동이나 자원봉사 활동으로 제공 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하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돌봄 노동을 여성의 몫으로 지우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남성도 생계부양 능력이 위협당하는 상황에 있고, 여성의경우도 저소득층 여성이거나 이혼과 사별로 여성가구주가 되었을 경우, 돌봄노동과 생계부양자 역할에 몇겹의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돌봄 노동’을 남녀 공동부담의 사회적 돌봄으로 재구성하고 공익적가치로 재가치화하여 우리 사회가 진정 ‘돌봄의 사회’가 되기를 일년이 시작되는 첫달에 기원해본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와 가정의 행복지수도 높여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민사회 칼럼70]
이두옥(대구여성의전화 대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두옥 대표는, 1991년 <대구여성의전화> 활동을 시작해
현재 <대구여성의전화> 대표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로 지역 여성운동과 시민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6년 1월 26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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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6(금) 문혜선(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구지부장)
1.19(목) 송필경(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1.26(목) 이두옥(대구여성의전화.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2.2(목) 김진국(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www.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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