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는 1월 25일자 1면에 "대구·경북 소외시키나" - 검사장 승진인사 논란"을 머릿기사로 실었다.
이 기사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는 뒤로 하더라도, 지방언론의 야누스적인 얼굴을 보는 것 같아 기자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 기사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지방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보는 이도 있고, 언론이 인사(人事)에 개입해 정치력을 발휘하려는 ‘언론’의 역기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군사독재가 끝난 뒤 언제부턴가 권력 3대 기관으로 국세청, 검찰청, 경찰청 세 곳을 꼽는다.
영남일보는 그 가운데 검찰청의 검사장 인사를 앞두고 "지역안배 관례와 정면배치"라는 논리로 크게 보도했다.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은 고등검찰청(고검), 지방검찰청(지검)의 장(長)인 검사장 이상의 직급을 말한다.
검찰총장, 고등검찰청 검사장(고검장), 지방검찰청 검사장(지검장)을 비롯해 모두 46명으로, 전체 검사 1496명의 3% 남짓하다. 다른 행정기관의 직위와 견주어 보면 검찰총장은 장관급, 다른 검사장들은 차관급으로 보는 게 관례다.
영남일보는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예정자는 8명선으로, 대부분 사시 23회 출신이 그 대상자"라며, "대상자, 전체의 22% 이르지만 거명자는 '0'…법조계 갸우뚱"으로 문제를 삼았다.
이 기사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하튼 검사장 인사가 설 이후로 연기된 뒤 결국 2월 1일 '지역안배'를 고려한 인사가 나왔다.
영남일보는 2월 2일자 1면에 "고민끝에 '안배' 지역출신 2명 승진" 기사를, 3면에 "인사홀대 바로잡은 숨은 공로자"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영남일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인사에서 지역출신이 2명이 승진한 것은 1월 25일자 1면 기사의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영남일보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음이 기사에 묻어난다. 실제 영남일보 1월 25일자 기사가 어느 만큼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결과론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여진다.
권력기관에 지역 사람을 심겠다는 의지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지역으로서 당연하다고 한다. 특정 누구를 거명해 인사권을 침해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런 기사가 인사(人事)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언론’이 사용하는 고전적인 수법이라는 것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한 언론사 사주를 가리켜 ‘밤의 대통령’ 으로 부른 때도 있었고, 이것이 잘 통용되지 않을 때 직접 이런 기사를 써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주로 유력한 ‘설(說)’에 기대어 기사를 작성한다는게 특징이다. 지난해 5월 매일신문 영남일보 등 지역언론이 공기업의 ‘광업진흥공사의 대구이전설(說)’을 갖고 광분한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또 영남일보 2월 8일 7면 "대구경북 경찰, 또 소외되나" 기사도 비슷하다.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 승진을 둘러싸고 소외된 지역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인사철에 이런 기사가 지역의 분위기를 담아 자주 지면에 실린다.
정말 두 얼굴을 가진 기사 같다. 이런 형태가 어쩌면 지방언론의'딜레마'일 수도 있고 '한계'일 수도 있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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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6년 2월 8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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