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변호사' 보도, 언론의 한쪽 편들기?(2.27)

평화뉴스
  • 입력 2006.03.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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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 매일신문.영남일보...
“사법부의 ‘손변호사 고발’만 보도..1보는 어디 갔나?”

영남일보 2월 15일자 6면(사회)
영남일보 2월 15일자 6면(사회)


<영남일보>가 2월 15일자 사회면(6면) 머리기사로 대구지법과 고법 판사들이 변호사 1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판사들이 검찰에 변호사 고발’이란 큰 제목으로 보도한 이 기사에서 영남일보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손모(36) 변호사가 허위 사실로 판사들의명예를 훼손했다”며 “손 변호사가 사과를 하지 않아 형사 고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말미에 ‘손 변호사가 현직 판사 6명의 이름을 공개하며 판결내용을 비판했고, 판사들을 탄핵해야한다고 요구하며 집회도 열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석간으로 배달되는 <매일신문>도 같은 날 15일자 사회면(5면) 머리기사로 ‘판사 공개비판한 변호사, 법원, 검찰에 고발’이란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法 불신 번질라 서둘러 진화 -법원 초강수 왜?’라는 박스 기사까지 같이 실었다.

매일신문 2월 15일자 5면(사회)
매일신문 2월 15일자 5면(사회)


보통, 조간인 영남일보가 보도한 기사를 석간인 매일신문이 크게 보도하지 않은 관행을 깨고, 머리기사로 보도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매일신문>은 이 기사에서 법원이 손 변호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시킨 사실을 전한 뒤 “대구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이 손 변호사가 실명 공개한 판사들의 재판내용을 자체조사해 본 결과, 적법한 절차를 밟았고, 재판과정에 어떤 부정도 개입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법원의 입장을 설명해놨다.

그런데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손 변호사가 1월 19일 인터넷을 통해 판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비판한 내용은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매일신문>은 인터넷판에 이 내용을 보도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신문 보도에는 빠졌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손 변호사가 판사들을 공개 비판했다는 1보는 빠뜨리고 법원 쪽의 대응인 2보를 크게 키워 보도한 셈이다.

1월 19일, 손 변호사가 판사들을 비판했다는 내용은 일부 방송사가 보도했고, 지역신문은 <경북일보>만 1월20일자 신문에 보도했다.

경북일보 1월 20일자 17면(사회2)
경북일보 1월 20일자 17면(사회2)


연합뉴스도 1월19일에 이 내용을 눈에 띄게 상세히 타전했고, 중앙지는 <한겨레>가 사회면에 2단 기사로 보도했고 <매일경제>도 이 기사를 내보냈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의 ‘손 변호사...’ 보도는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많다.

변호사가 판사를 비판하고 탄핵하겠다고 밝힌 것은 우리나라 전체를 봐도 사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집회를 주도한 일도 흔지 않다. 또 대구에서 발생한 사건을 지역 언론들이 비교적 크게 다뤄왔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미뤄보면 뉴스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지만 매일과 영남은 1신 보도를 빼 먹은 이유가 궁금하다.

한겨레 1월 20일자(사회면)
한겨레 1월 20일자(사회면)


입장이 다른 양쪽이 싸우는데 언론이 한쪽 편을 든 셈이다.
힘없는 약자편을 들어야 한다는 언론의 대원칙에도 어긋한다.
지역 언론계에서는 대구에서 판매 부수가 많은 유력 인론들이 지나치게 법원의 입장을 두둔했다고 보고 있다.

뉴스의 가치 판단은 궁극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언론은 독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실적으로 뉴스를 전달해줘야 한다. 결국 일부 언론이 ‘손 변호사 1신 보도’를 빼먹은 일은 의도가 있든, 없든 독자를 속이는 일이다.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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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과 관련해, 해당 언론사나 기자의 반론, 지역 언론인과 독자의 의견도 싣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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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6년 2월 27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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