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총장 선출권” 갈등

평화뉴스
  • 입력 2006.03.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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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단체, “교수회가 총장임용 규정 '날치기' 통과”
교수회, "정당한 권한 행사...앞으로도 총장선거에 직원.학생 참여는 보장될 것”

경북대 본관 앞에서 '총장 선출권'을 요구하고 있는 직원들
경북대 본관 앞에서 '총장 선출권'을 요구하고 있는 직원들


경북대 총장 선출권을 두고 직원단체와 교수협의회(의장 류진춘, 이하 교수회)가 갈등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북대지부(지부장 정관표)와 전국대학노조 경북대지부(지부장 박영란)는 ‘경북대 민주화와 총장선출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이하 총장선출권 투쟁위)’를 결성하고 지난 6일부터 경북대 본관 앞에서 매일 100~200명이 참여하는 중식 집회를 갖고 있다. .

총장선출권 투쟁위는, 지난 2일 경북대 학장회의를 통과한 경북대총장임용추천위원회규정(이하 총장임용규정) 개정안을 다음 날(3.3) 경북대 교수회가 일방적으로 수정, 당일 총장의 결재로 공포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당초 학장회의를 통과한 총장임용규정 개정안은, 총장 선거에 일정비율의 직원과 학생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북대 교수회는, 총장 선거권자에 '직원.학생'이란 말을 빼고 '전임교원'만 넣는 한편, "전임교원 이외의 자를 선거권자에 포함할 경우 전임교원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로 고쳤다.(<표>참조) 즉, 선거권자가 이미 확정된 올해 16대 총장선거에는 직원.학생 참여를 보장하지만, 이후 선거에서는 교수회가 직원, 학생의 참여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16대 총장선거는 오는 5월이나 6월쯤 실시될 예정이다.



16대 총장선거를 위해 교수, 직원, 학생대표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달 23일 올해 총장선거에서의 직원 / 학생 참여비율을 각각 교수대비 1차에서 10% / 2%, 2차에서 8.3 / 1.7%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달 3일 공포된 총장임용규정은 이 같은 직원, 학생의 총장선거 참여를 올해 선거에 한해서만 보장하고 있다.

경북대대학노조 박영란 지부장은 “과거 총장선거를 보면 모두가 교수들만을 위한 공약일 뿐 직원, 학생을 위한 정책은 하나도 살펴볼 수 없었다”며 “교수회가 학장회의까지 거친 개정안을 3일 날치기로 수정, 당일로 공포한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한 횡포”라고 비난했다.

총장선출권 투쟁위 측은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으로 총장 직선제를 성취했다고 말하는 교수집단이, 이제는 자신들이 전횡을 일삼으며 대학의 민주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북대학교 규정의 제정․개정․폐지 절차는 법제심의위원회의 심의, 학장회의 심의, 교수회의 의결, 총장결제의 순이다.

본부 관계자는 “총장, 처장, 대학 및 대학원장 등으로 구성된 학장회의도 심의만 담당할 뿐 결국은 교수회가 최고의 심의, 의결기구”라고 말했다. 지난 2일에 학장회의를 통과된 안이 3일 교수회에서 수정돼 당일 총장의 결재로 공포되어도 형식적 절차상으론 문제가 없다.


교수회, 학장회의 통과한 개정안 하루 만에 재개정 공포..."왜?"
교수회, "앞으로도 총장 선거에 직원.학생 참여 보장될 것"...대책위, "믿을 수 없다"


경북대본부 김종길 교무처장은 “(학장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교수회가 문제점을 지적했고, 또 지난 4일이 북구선거관리위원회에 올해 총장선거를 위탁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 지난 3일 규정을 공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교수회 측은 “학장회의를 통과한 총장임용규정의 경우 제8조 ①항은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저촉되며, ③항은 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거를 치룰 수 없는 문제가 있다(<표> 참조)”고 수정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회 강태성 부의장은 ‘날치기 통과’ 주장에 대해 “교수회는 학칙과 학내 규정에 따라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다”며 “(16대 총장선출에 앞서 교수회가 직원, 학생 측과 협의한다는) 4년 전 합의서에 의해 이후로도 총장선거에 있어 직원, 학생참여는 계속 보장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총장선출권 대책위 측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4년전 합의서의 경우 17대 총장선거 이후로는 법적 효력성은 물론 도덕적 구속력도 전혀 없다.

박영란 위원장은 “만약 향후 매 총장선거마다 직원, 학생 참여를 보장한다면 학교 규정으로 명문화 못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 공포된 총장임용규정 개정안은 그간의 공대위차원의 합의정신을 무시한 것으로, 규정이 전면 개정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총장선거의 직원참여 보장 문제는 지난 2002년 이후 대학사회의 주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공무원노조 교육기획본부 한진영 사무처장은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전국 52개 국공립대에서 총장선출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총장선출권 대책위 측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32개 국공립대에서 총장선거에 있어 직원참여 보장을 협의했으며, 이 중 16개 대학이 직원참여비율을 확정했다. 올해의 경우 군산대, 충북대, 공주대가 총장선거에서 교수대비 10% 이상의 직원참여를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경북대에서 진행 중인 총장선출권을 둘러싼 갈등을 올해 16대 총장선거가 아닌, 17대 이후의 총장선거에 대한 직원, 학생참여 보장에 관한 것이다. 김종길 교무처장은 대학본부의 입장에 대해 “직원단체에서 총장임용과 관련한 개정안을 올린다면 논의하고 검토한 후 재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수회 측은 “논의가 필요하다면 논의할 수 있다”며 규정 재개정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학내 최고의 의결기구인 교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규정 재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편 경북대 총장선출권 문제와 관련해 공대위의 한 축이었던 학생단체는 현재 총학생회가 없는 관계로 방관만 하고 있는 입장이다. 당장 올해의 총장선거에서도 당초 계획과 달리 1차 / 2차 투표에서 교수대비 2% / 1.3%의 상징적 지분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작년 총학생회장 김규탁(법대 법학부) 씨는 “등록금 투쟁과 총학생회 선거로 인해 총장선출권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오는 23일 총학생회 선거 이후라야 학생 차원에서도 투쟁의 결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김용희 시민기자 pnnews@pn.or.kr / heeyon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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