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게 가르치치 않아 역사가 왜곡됐다"

평화뉴스
  • 입력 2006.03.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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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넘어 '명예회복'한 박두포(81) 전 경일대 교수
..."헛되지 않은 삶에 자부심"
교협 결성 앞장 신군부에 ‘미운털’ 해직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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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최근 소청심사특별위원회를 열어 “경일대학교의 전신인 경북산업대학이 20년 전인 1985년, 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박두포(81.사진)씨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처사는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21일 대구시내 한 식당에서 만난 박씨는 “여태까지 살아온 게 헛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내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는 1980년 9월 ‘숙정 교수’로 찍혀 대학에서 쫓겨났다.

그는 “당시 교수협의회 결성에 앞장서는 바람에 신군부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고 말했다.
3년여 동안 법정 투쟁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해 1983년 7월 복직했다.

“가까스로 복직은 됐지만, 학교에서 무척 괴롭혔어요. 노골적으로 사표를 내라는 압력이 심했어요. 법에 따라 복직됐다고 항의하면 학장은 ‘요즘에 법이 어디 있느냐’며 다그쳤지요.”

대학에서 강의 시간을 배정해 주지 않아 박씨는 출근해서 그냥 연구실만 지키다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결국 1년 6개월만인 1985년 3월, 재임용에서 탈락돼 다시 교단을 떠나야만 했다.

박씨는 쫓겨난 지 4년여만인 1989년 3월, 당시 거세게 불어닥친 민주화 바람을 타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다.

“재임용 탈락이 잘못됐다는 말도 없이 대학에서 교육부의 권유를 받아들여 자체 인사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복직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는 1992년 이 대학에서 정년퇴직했다.

“2차례 해직된 7년여 동안 살림살이는 말이 아니었어요. 가족들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생활이 안돼 살던 집을 담보로 잡히기도 했습니다. 제자들의 도움까지 받아 가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어요.”

그는 요즘 대구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해온 원로들의 모임인 ‘대구민주팔공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민족화합운동과 평화통일 대구시민연대 고문에도 위촉돼있으며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며 건강을 지킨다고 말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늘 옳은 걸 가르쳐야 합니다. 그랬으면 우리나라가 벌써 밝아졌을 것입니다. 교수가 학생들을 옳게 가르치지 않아 우리 역사가 그렇게 왜곡된 겁니다.”


글.사진 한겨레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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