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그들 만의 자화자찬?(4.11)

평화뉴스
  • 입력 2006.04.2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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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 매일.영남 ‘독자 프로파일’ 보도...
“1주일에 3회이상 보는 '신문독자'만 조사, 기뻐하기엔 좀..”

지난 4월 7일은 제 50회 ‘신문의 날’. 신문사 전체의 생일인 셈이다.
때 마침 [한국신문협회]가 반가운 ‘생일 선물’을 신문사들에게 안겨 줬다.

한국신문협회는 전국 신문독자 3036명을 대상으로 한 ‘독자 프로파일 조사’ 결과를 내놨다.
[매일신문]은 4월 6일(2면)에 7일은 1면 톱으로, [영남일보]는 7일자에 각각 이 내용을 크게 실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 알려면 역시 신문” - 매일신문 4월 6일자 2면
“지역 현안.생활정보, 지역신문 보고 알아요” - 매일신문 4월 7일자 1면
“신문 심층분석 기사 즐겨 읽어...정보취득, 신문>TV뉴스>인터넷 順 의존 - 영남일보 4월 7일자 2면

매일신문 4월 6일자 2면(종합)
매일신문 4월 6일자 2면(종합)
이들 신문의 제목과 기사를 보면 신문의 가치가 더없이 커보인다. ‘매체별 정보 의존도’ 조사 결과를 보면, ‘세상 돌아가는 정보 의존’에서는 신문이 73.1%로 TV뉴스(68.4%)나 인터넷(64.2%), 라디오뉴스(9.8%)를 앞서며 1위를 차지했고, ‘일상생활 필요 정보 의존’ 조사에서도 신문(70.7%)로 인터넷(70.4%)이나 TV뉴스(62.7%)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조사 결과가 틀린 것은 아니다. 이 조사는 “(주)한길리서치에 맡겨 지난 3월 13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독자 3036명을 대상으로 지역/성/연령별 모집단에 비례해 표본을 추출, 웹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이다”며 ‘신뢰정도’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4월 7일자 1면 머릿기사
매일신문 4월 7일자 1면 머릿기사
게다가, 매일신문은 “이번 조사는 신문 독자의 현황, 구독 형태, 지면 평가 및 광고 효과 등을 국내 처음으로 가장 과학적인 방법론에 따라 분석했다”(4.6)고 밝혔고, 영남일보도 “독자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4.7)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속내를 드려다 보면 조금 다르다. [한국신문협회]가 홈페이지에 띄운 이 조사의 대상을 보면, ‘만18-64세의 신문 독자, 1주일에 3회 이상 신문을 읽은 사람“으로 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및 광역시, 중소도시의 △조선.중앙.동아 독자 1050명 △기타 3개 중앙지 636명 △경제지 2개 400명 △지방지 5개 950명 등 모두 3036명이다.

즉, 이들 13개 신문의 독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이같은 구체적인 표본을 밝히지 않은 채 ’독자 3036명 대상‘이라고만 소개했다.

영남일보 4월 7일자 2면(종합)
영남일보 4월 7일자 2면(종합)
이번 조사는 ‘일반 국민’이 아니라 ‘신문 독자’ 만을 대상으로 했다.
때문에, ‘신문 독자’ 만을 대상으로 신문과 TV, 인터넷을 비교해 물은 셈이다. 그것도, ‘1주일에 3회 이상 신문을 읽은 사람’으로 대상을 설정했다. ‘국민 여론’이라고 볼 수 있을까?

최근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전국 18살 이상 남녀 1만247명(10개 권역별 1000명 안팎, 조사기관 한국갤럽)을 대상으로 지난 해 11-12월에 신문 구독 현황을 보면, ‘구독하는 신문이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57%나 된다. 즉, 전국 일간지와 지역 일간지. 주간지를 모두 합해 ‘한 부라도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는 43%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1주일에 3회 이상 신문을 읽은 사람’은 이 보다 더 적다.
통계청의 2004년 ‘한국의 사회지표(만15세이상 가구원 대상)’을 보면, 전국에서 ‘종이신문을 매일 읽는 사람’은 31.3%, ‘주 4-6일 읽는 사람’은 10.9%다. 따라서, ‘1주일에 3회 이상 신문을 읽은 사람’은 42.2%에 불과하다.

이들 몇가지 조사의 신뢰성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신문 독자’ 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TV나 인터넷보다 ‘신문’이 앞섰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특히, 지역신문이 1면 머릿기사를 포함해 이틀에 걸쳐 이 조사 결과를 크게 다룰 만 했는지 의문이 든다.

어짜피 신문의 생일인 ‘신문의 날’인 만큼 어느 정도의 ‘생일 선물’은 기대할 수 있고 독자들도 축하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신문의 날’을 맞아 지역 신문들이 좀 더 겸손하게 자신을 되돌아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국 성인의 절반도 보지 않는 신문, 그것도 전국지에 밀리는 지역신문이 생일을 맞아 ‘자화자찬’하는데 그친 것은 아닌 지 되묻게 된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6개 언론사 7명의 취재.편집기자로 운영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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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과 관련해, 해당 언론사나 기자의 반론, 지역 언론인과 독자의 의견도 싣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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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6년 4월 11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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