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의 ‘희망목록’을 만들자”

평화뉴스
  • 입력 2006.04.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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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화(대구참여연대)...
“5.31지방선거, 시민의 사회적 행복지수를 꿈꾸며...”


도시학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도시는 선으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다.
도로와 건물이 선으로 분리되어 있고 건물과 녹지가 선으로 분리되어 있다. 산과 주거가 선으로 분리되어 있다. 도로와 인도가 선으로 경계지어 있다.

선은 경계를 통하여 각각의 역할을 규정하고 다르기 때문에 이해가 높아지는 구실을 하지만, 많은 곳에서 단절을 상징하고 있다.

비단 물리적 공간적 선만이 아니라 생활과 인간관계가 도시에서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선을 넘어야 한다. 간혹 이런 선을 최소화시킬 수는 없을까, 단절을 느끼는 선으로부터의 분리가 아니라 선을 통한 연결과 공생을 연출할 수는 없을까.


현대 도시사회에서 행복한 삶의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개인의 능력과 기민한 기회포착의 능력인가. 사람을 둘러싼 도시환경이 행복을 느끼게 할 수는 없는가를 생각해 본다.

도심 한복판에서 자동차 신경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약속장소에 가는 모습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장애인이 가고싶은 곳으로 휠체어를 혼자서 몰고 가는 시설은 불가능한가.
임산부가 거리를 걷다가 쉴 수 있는 공간은 도저히 만들 수 없는가.

수돗물은 항상 정수기를 통해서만 마실 수 있는가.
도심에서 직장인이 점심을 먹고 잠시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공간을 기대하는 것은 어떤가.
춥고 더운 날씨에 몇십분씩 시내버스를 기다리지 않고도 이용할 방법은 없는가.

시내버스는 자가용에 비해서 항상 뭔가 부족해야 하는가.
신천에 아이들이랑 발을 담그고 물고기를 보고 강둑에서 버들강아지를 만질 수는 없는가.

아이들의 천식을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미세먼지량을 기대할 수는 없는가.
저렴하지만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가진 보육시설에 어린이를 맡길 수는 없는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더라도 등 누일 수 있는 콩딱지만한 집이라도, 평생 벌어서 갚으면서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것은 욕심인가.
일자리가 없어서 절망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희망사항인가.
어린이가 걸어서 마을 도서관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에게 불가능할까.

도시에는 건축물만 있어야 하고 대규모 녹지공간은 없어야 하는가.
산은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만 필요한가.
달비골에 사는 반딧불이는 자동차에 쫓겨나야 하는가.

이런 생각과 의문들은 한가한 소리일까.
이런 꿈과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이런 꿈과 희망은 불가능한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고, 사람과 생태를 연결하고, 사람과 공간을 같이 고려하고, 교통과 사람을 짝지어서 살펴보고, 빈곤과 공공성을 연결하고, 시민과 대구시를 연결해야할 시기가 눈앞에 와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의 직접 대구의 미래와 개인의 행복을 위한 희망목록을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이런 것들을 이루고 만들기 위해서 대구시 정책이 어떻게 변화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재정을 어떻게 지출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시민들이 도시를 바꾸기 위한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면 위에서 꿈꿔본 것들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뿐이고 할 일없는 사람의 한가한 소리로 끝날 일들이다. 대구시민이 희망목록을 작성해서 하나씩 바꾸어 간다면 모든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제 지방선거가 45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구시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을 뽑는다.
사실 위에서 꿈꿔본 삶의 단면들 대부분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원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단순히 꿈과 희망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정치적 계산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어느후보가 당선되느냐보다는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대구시민의 사회적 행복지수를 얼마만큼 높일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는 5.31 지방선거이기를 바란다.

[시민사회 칼럼 75]
윤종화(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이 글은, 2006년 4월 14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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