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도, 아름다움도 없는 신념”

평화뉴스
  • 입력 2006.04.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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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 칼럼 2 ]...
“세상은 ‘품위 있게’ 변화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건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구정물로 만드는 줄 몰라요"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의 대변인인양 처신하며 이즈음 언론발을 받고 있는 신아무개라는 사람이 연말인지 연초인지 EBS 토론카페에서 내뱉은 말이다.

그날의 토론 주제는 개정 사학법을 둘러싼 갈등이었는데, ‘이사진 7~8명중 잘하면 한 명 정도 전교조 관련 인사가 들어갈 정도’라는 다른 토론자의 사실관계의 지적에 대해, 그가 그렇게 내뱉었었다. 신아무개의 거드름을 지금까지도 삼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반듯한 자세를 취하는 토론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토론을 중단시키거나 적어도 신아무개에게 토론의 기본 규칙을 따라주도록 준엄하게 나무랐을 것이다.

모두가 자기 앞가림하는데 바빠서 그랬는지 그냥 넘어 갔다. 전교조편의 토론자가 벌컥 화내기를 기다렸다가 더 흉물스런 공격을 가할게 뻔한 신아무개의 복심을 알고서 거기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그냥 넘겼을 수도 있겠다.

어떤 연고로 신아무개는 전교조에 대해 진보에 대해 그렇게 비아냥하게 되었을까.
한때 진보운동에 가담했었다고 들었는데, 진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돼먹지 않은’ 행태를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어쨌든 그는 진보를 돼먹지 않게 되받아 칠 수 있었을 것이다.

상대의 주장을 꺾으며 상대마저도 꺾어버리는 ‘돼먹지 않았어’의 코드는, 자신이 바로 옳음의 화신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효과적인 수법이며, 또한 어딜 가든 ‘내가 여기 있소’를 내세우는 처세술이다.

보수정당이 집권하면 신아무개를 찾을까. 찾지 않는다 해도 뉴라이트의 대변인 노릇을 계속할까.
다시 ‘돼먹지 않았어’라고 하면서 뉴진보로 옮겨오지 않을까. 객지에서도 발 못 붙이고 떠돌다가 침 뱉고 떠난 마을의 그 우물물을 다시 마시는 일이 신아무개 한테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다.

막말을 하지 말자. 막말은 저주가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막말에 점잖음의 거드름이 보태지면, 그것이야말로 어디 ‘돌아 갈 데’라고는 없는 천애의 고아가 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그런 경우인데, 그의 거드름과 막말이 나에게 아니꼬움이 되어 이런 글을 쓰도록 충동질 했다. 그것 때문에, 이즈음 나는 ‘우리 근혜 추워서 어짜노’ 하는 여기 대구분들의 치기를 아이 같은 불장난쯤으로 봐주게 되었다. 똑똑해빠진 자들이 막말을 주고받으며 절대로 미꾸라지가 되지 않을 무슨 ‘교사조합’을 만든단다.

나는 존재하는 것은 변화하기 마련이라고, 그것도 품위있게 변화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단지 그 변화의 속도가 절망스러울 만큼 느린 것에 한숨짓는다. 품위있는 변화를 철석같이 믿고 변화의 속도를 조금 더 내게 하는데 아주 조금 역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서야겠지. 우리들 사이의 인사말이, 천 냥 빚을 갚는 한마디 말이었으면 좋겠고, 대지를 적시는 새로운 낱말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김민남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교육학과)

(이 글은, 2006년 4월 17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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