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서도 갈 곳이 없는데..”

평화뉴스
  • 입력 2006.05.0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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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완(대구DPI)...
"1년에 단 하루 들썩이는 ‘장애인의 날’, 내일은 또..“

올해도 어김없이 4월이 다가왔다.
이 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4월이 되면 모두가 쏟아 붓는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장애인들이 예전보다 더욱 살기가 좋다고 보고,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사는구나 하고 생각들을 한다.

물론 비장애인들보다 좀 혜택을 받고 사는 것은 사실이다.
기차 50%할인 지하철 100%할인 등...그러나, 받는 만큼이나 이 사회에는 차별도 있다. 물론 차별 안 받고 사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만은, 장애인에 대해서는 '기본권'부터 차별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이동의 차별’은 아무 것도 하지 못 하도록 한다.
어디 움직여야 교육을 받든지 노동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최근에 장애운동의 중심이 이동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길을 나서도 갈 곳이 없는 것이 장애인의 현실이다. 모두가 장벽에 둘려 쌓여 있다.
배가 고파도 휠체어가 제대로 들어 갈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된 식당 만을 찾아 다녀야 한다.
이렇게 움직이는 것 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디 제대로 된 직장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없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이렇게 행해지고 있는데,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만 되면 체육관으로 모으고 도시락 나누어 주고 언론에서는 기획시리즈를 내보낸다. 그러나, “장애인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이런 것들이 더욱 장애인을 ‘차별의 대상’으로 보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된다.

요 몇 일전, 인터넷에 대구의 한 페스트푸드점에서 종업원이 중증장애인에게 햄버거를 먹여주는 4컷의 사진이 올라와 네티즌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 그에 맞춰 언론도 지금 한 몫을 하고 있다. 물론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장애인이 ‘동정의 대상’으로 비춰 질까 걱정이 된다.

4월이 오면 이렇게 온 세상이, 아니 대한민국이 덜썩 거리고 있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된다”면서, 4월 20일은 장애인에게 모든 혜택을 주는 것으로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4월이 오면 이런 갑작스런 관심에 장애인 모두가 몸 둘바를 모른다.

365일 중 단 하루 4월20일, 이날이 장애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정부는 이 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 해 줄 것처럼 이야기 한다. 그 다음 날이 되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면서...

그래서 ‘장애인의 날’이 하나의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까” 보다, 대한민국에 사는 450만 장애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기차 할인 받고 자동차 세금 혜택 받는 그런 장애인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으로 대구시민으로 당당히 세금을 내고 살아 갈 수 있는 그런 장애인으로 살고 싶다.

진짜 장애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오면 우리도 “대~한민국!” 이라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외치고 싶다.

[시민사회 칼럼 76]
육성완(대구DPI(장애인연맹) 사무국장)
* 육성완 국장님은, 3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후천성 장애(지체3급)을 겪고 있으며 '장애인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장애인의 날'인 2006년 4월 20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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