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성공한 ‘대구시장’입니까?

평화뉴스
  • 입력 2006.05.1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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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화(대구참여연대)...
“껍질의 안과 밖에서 다르게 살아온 4년, 우리에겐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조해녕 대구시장님께!
평화뉴스로부터 시민운동가로서 대구시장께 하고픈 말들을 칼럼으로 써달라는 요청을 몇차례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하고픈 얘기야 왜 없었겠습니까만은 제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조해녕시장님을 향해 시청 앞에서 몇개월간 퇴진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드릴 말씀은 그때 모두 드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2003년 봄에, 지하철파업이 장기화될 때, 복지재단의 비리가 발생했을 때, 시내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려 할 때, 대구시 행정혁신을 위해서, 앞산터널 건설계획이 알려졌을 때, 실국별 예산요구서 공개청구를 할 때, 언론을 통해서, 의견서를 통해서, 토론회를 통해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전달했다는 저의 생각이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해녕시장님께 글을 올립니다.

대구시장에 취임하고 나서 간혹, 시장님이 매우 해박하시고 또 독서량이 대단하다는 얘기를 기자들로부터 듣곤 했습니다. 오랜 기간 행정 경험과 더불어 취임초기 시장님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음이 당연하겠지요. 어쨌든 실타래가 심하게 엉킨 시기가 2003년 2월이 분명한 듯합니다. 저는 당시 몇 년간의 시민운동가로서의 생활을 잠시 접고 몸도 쉬고 마음도 쉴 겸 몇 년간 공부 할 계획이었습니다. 그 실타래가 심하게 엉킨 2003년 2월, 저의 개인적 계획은 대형참사앞에 사치스러운 계획이었고, 망설임없이 포기하였습니다. 시장님은 어떠했습니까?


“악연?...문제는 시장님 자신에게 있었겠지요”

매일신문의 어느 기자는 최근(5.12) 칼럼에서 이를 ‘악연’이라고 말하더군요.
대홍수나 큰 가뭄이 와도 부덕한 임금님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민초들의 정서를 거론하기도 하더군요.
과연 ‘악연’일까 생각해 봅니다. 좋은 연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지하철참사와 시장님이 꼭 악연이 될 이유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시장님 자신에 있었던 거죠. 슬픔을 넘어선 분노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해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셨다면 악연으로까지 남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대구’가 시장님께 무거운 짐이 되지는 않았겠지요.

조해녕 대구시장
조해녕 대구시장
시장님께서는 대구경북과학연구원을 비롯한 낙동강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서 노력하셨다지요.자기부상열차 도입을 위해, 안전테마파크 설립을 위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앞산터널건설을 위해 노력하시고 계시지요. 대구야구장 신설 논의도 거의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계획들이 모두 성사되면 성공적인 시장으로 기록될까요.
시민들부터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요? 일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위 사업들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님께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성장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또는 개발패러다임의 그것과 대부분 동일합니다.
이런 모습속에서 치적 중심의 대구시 운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과연 그러한 것이 대구시의 우선과제였는가에 대해서 동의되지 않는 정책이 더 많습니다.


“시장님, 누구와 대화하셨나요?”

아마도 위 사안들에 대해서 시장님 주위의 분들은 꼭 필요한 사업들이라고 조언을 했겠지요.
어떤 정책은 시민사회에서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위와 같은 사업을 지난 4년처럼 추진한다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저의 생각의 근저에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대화했는가라는 물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낙동강프로젝트는 선거때부터 그 공약의 실현가능성과 필요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었는데 시장님께서는 ‘낙동강’과 ‘현풍’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셨습니다. 대구지하철이 최장기 파업을 할 때 대구시는 지하철공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미련과 대화의 부재속에서 대구는 점점 되는 일 없는 도시가 된 것은 아닐까요. 혹시 대구가 시장님께 짐이 된다면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덧붙일 말씀은, 최근 시장님은 많은 일들을 갑자기 처리하고 계십니다.
차기 시장에게 짐을 주지 않겠다는 말씀은 과거 관선시장 때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새로운 시장이 대구시민과 호흡하면서 번듯하게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요.


“반대하는 목소리의 진원지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더라면...”

대구시민은 2백50만명입니다. 25만명이 아닌 2백50만명이라면 특정한 일부 집단과의 대화와 소통으로, 더구나 엉킨 실타래를 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의지만으로 정책을 실현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길,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는 길은 지나칠 정도의 대화와 소통에 대한 집착뿐이었다고 봅니다. 정치적 기반에 안주하지 않고, 토호기득권세력을 멀리하고, 창조성이 결여된 공무원과 거리를 두는 대신 반대하는 목소리의 진원지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어야 했다고 봅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하며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보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에 변화의 에너지가 쌓여 있음을 알아야 했다고 봅니다.

대구는, 대구시민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 고통 중에서 고립에 의한 고통이 크겠지요. 혁신과 변화하지 못하는 대구사회가 고통스럽겠지요.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의 삶에 대한 노력과 밖에 있는 엄마 닭이 부리로 껍질을 쪼아주는 노력이 합해질 때 가능하겠지요. 이를 ‘줄탁’이라고 한다지요. 그 노력이 우리에게는 대화와 소통이었겠지요.

껍질을 두고 안과 밖에서 다르게 살아온 4년은 우리에게는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이 안타까움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대구사회 구성원들의 몫이겠지요...
서툰 글을 맺고자 합니다.


[시민사회 칼럼 78]
윤종화(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 참고 자료

매일신문 2006년 5월 12일자 31면(오피니언)
매일신문 2006년 5월 12일자 31면(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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