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그 고통을 아십니까?"

평화뉴스
  • 입력 2006.05.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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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증장애인 2만4천명...'활동보조인 제도화' 절실
대구시 "입법 지켜본 뒤...검토 중" 답변만

23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의 집회...노금호 집행위원장이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인'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23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의 집회...노금호 집행위원장이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인'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골방과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요구하며 대구시청 앞에서 노숙 투쟁을 벌이던 장애인들이 오늘(5.23) 대구 도심으로 나왔다.

'함께하는 장애인 부모회'를 비롯해 20여개 장애인.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는, 오늘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100여명의 장애인과 단체 회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갖고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대구시에 촉구했다.

이들이 대구 도심으로 나온 이유는, 지난 18일부터 대구시청 앞에서 매일 노숙투쟁을 하며 조해녕 대구시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6일이 지나도록 조 시장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19일에 대구시 보건여성국장을 만났지만 "예산 때문에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활동보조인'은,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사항인 식사와 세면, 외출을 비롯해 중증장애인이 혼자서는 하기 힘든 다양한 일들을 도와주고 그에 대한 급여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지난 1일, 서울시가 ‘활동보조인 서비스 조례 제정’과 ‘활동보조인이 시급히 필요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추경예산 편성’, ‘중증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장애인 단체와 약속했을 뿐, 아직 다른 시.도에서는 이같은 조례 제정 움직임이 없다. 다만, 제주도와 경상남도에서도 '활동보조인'과 비슷한 '도우미 뱅크'를 운영하며 중증장애인을 지원하고 있지만, 중증장애인의 요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서울시의 '약속'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중증장애인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43일간의 노숙농성을 통해 얻은 결실이다.

이날 집회에는 100여명의 장애인과 단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에는 100여명의 장애인과 단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대구지역 장애인 단체들은 '활동보조인 제도화'와 함께 '중증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가 파악하고 있는 대구지역 중증장애인(장애 1,2급)은 24,000여명(05.12월 기준)으로, 지역의 전체 장애인 85,200여명의 28%가량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치'일 뿐, 이들 중증장애인의 생활 실태와 이들의 기본적인 요구에 대한 조사내용은 아직 없다는 게 장애인단체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지역 중증장애인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조사가 있어야 예산편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장애인의 권리로 인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활동보조인' 관련 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도록 대구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아직까지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한 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장애인지원법'의 입법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게 대구시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서석한 과장은 "지역 장애인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아직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회의 장애인지원법 입법 내용을 살펴본 뒤 지역 실정에 맞게 조례 제정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복지정책과 한경호씨도 "장애인 단체들이 요구하는 전수조사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수조사가 힘들 경우,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표본조사'를 하는 부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는 행정당국의 소극적 태도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연대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이미 사회복지예산의 상당부분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왔기 때문에 대구시가 굳이 입법을 눈치볼 필요가 없다"면서 "대구시는 '활동보조인'을 중증장애인의 권리로 인정하고 관련 조례를 만들어 제도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집회에서 박명애(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씨는, "중증장애인은 혼자서 밥을 먹을 수도, 밖에 다닐 수도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장애인의 권리를 권리로 인정하지 않고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시각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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