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절박한 지 아십니까?”

평화뉴스
  • 입력 2006.06.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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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들, ‘활동보조인 제도화’ 요구 삭발.삼보일배..
조해녕.김범일 “모르쇠”

삭발을 하는 황영애씨
삭발을 하는 황영애씨
“욕실에 빠져 죽을까봐, 차도로 뛰어들까봐 하루 24시간을 지켜봐야한다. 식사, 대소변, 옷 입을 때는 물론 잠자리까지 지켜야한다. 장애란 말이 아이에게 붙고 부턴 삶이란 징그럽고, 울고 싶고, 불안한 시간일 뿐이었다.”

발달장애 1급인 아들 재현이(10세)를 둔 어머니 황영애(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부회장) 씨의 이야기는 곧 중증장애인을 둔 대부분 가정의 현실이다.

‘활동보조제도화쟁취를위한 전국총력결의대회’에 모인 중증장애인들과 장애인 부모 200여명은 7일 오후 대구시 한나라당 당사(수성구 범어역 부근) 앞에서 ‘삭발식’과 ‘3보 1배’ 행진을 하며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한나라당과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에게 요구했다.

‘활동보조인’이란 재현이와 같이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식사, 세면, 외출 등을 돕고 당국으로부터 일정수준의 급여를 받는 이들을 말한다.

‘활동보조제도화 결의대회’를 주최한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이하 대구중증장애인연대) 집행위원장 노금호(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씨는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는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 대상으로만 보며, 자신과 선거캠프 관계자가 한 장애인 비하발언에 대한 사과를 회피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날 대회 발언자와 참가자 모두는 ‘활동보조인제도’가 헌법에도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생존권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장애인 50여명과 함께 온 희망사회당 권태훈 사무총장은 “길 하나 뚫고 건물 하나 올리는 것이 중요하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가 중요하냐”며 활동보조인제도 시행에 대해 ‘예산부족’을 핑계되는 김범일 당선자를 비판했다.

대구중증장애인연대는 “활동보조인 제도에 연간 2800억이 소요된다”는 김범일 당선자의 주장에 대해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약속한 서울시가 27억을 예상하고 있는데, 서울시 인구의 1/4인 대구시가 2800억이란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증장애인과 그들의 부모들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외출의 자유, 신체의 자유, 즉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빼앗긴 채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삭발을 보며 울고 있는 장애인 부모와 참가자들...
장애인들의 삭발을 보며 울고 있는 장애인 부모와 참가자들...


‘활동보조제도화 결의대회’에 함께 참석한 김인숙(52세), 오재택(27세, 지체장애 1급) 모자 또한 그렇다.
혼자서는 식사조차 해결할 수 없는 오재택 씨는 “활동보조인이 생기면 공원으로, 영화관으로 외출가고 싶다. 또 집에서 같이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며 생각만으로도 행복해했다.

중증장애인 아들을 돌보는데 24시간, 자신의 인생마저 ‘올인’하고 있는 김인숙 씨도 “남편이랑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 아들과 활동보조인이 같이 가도 좋을 것이다”며 살며시 웃었다.

하지만 선거 기간 한나라당과 김범일 선거캠프가 장애인들을 상태로 한 행태를 볼 때 이들의 바람은 요원할 뿐이다. 활동보조인 조례 제정에 대한 거부, 장애인 비하발언과 그 사과요구에 대한 철저한 무시, 중증장애인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31일째 노숙투쟁을 진행함에도 조해녕 시장과 김범일 당선자는 철저히 ‘모르쇠’다.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 유향숙 씨는 “장애아동을 기르는 가정은 특수교육비 지출로 가계 형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만약 ‘활동보조인제도’가 마련되면 부모가 맞벌이를 할 수 있고, 그러면 가정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삭발을 한 장애인...
삭발을 한 장애인...
오늘 대회를 정리하며 중증장애인과 장애인 부모 32명은 자신들과 자녀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삭발식을 거행했고, 이를 지켜보던 대회참가자 200여명은 울음과 절규로 한나라당을 규탄하고 활동보조인 조례 제정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대구중증장애인연대 상임대표 박명애(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 씨는 삭발 중 눈물을 흘리며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만 있다면 내 머리를 몇 번이고 자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황영애 씨는 “내가 장애 아들을 둔 것이 죄더냐, 재현아, 재현아, 엄마는 가슴이 찢어진다”고 통곡했다.

‘활동보조제도화 결의대회’가 끝난 후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이 앞서는 가운데 하얀 소복을 입은 장애인 부모들과 참가자들 전원은 한나라당 당사에서 김범일 당선자 사무실까지 3보 1배 행진을 진행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사무처장 조성남 씨는 “현재 조례제정을 약속받은 서울에서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활동보조인’ 법률 제정을 요구중이다. 만약 지방에서 처음으로 대구시가 활동보조인 조례 제정에 성공한다면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조례 제정이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고 희망을 밝혔다.

현재 장애인단체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시설’투자에만 막대한 예산을 쏟을 뿐, 정작 장애인들을 차별과 소외 없이 일반인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하는 제도마련과 장애인 가정 지원은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국특수교육과학생회연합 의장 이미지(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씨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적어도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장애인교육지원법 마련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선생님이 되면 장애아동들이 훌륭한 사회의 일꾼으로 자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김용희 시민기자 pnnews@pn.or.kr / heeyongh@naver.com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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