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거짓말과 정치"

평화뉴스
  • 입력 2006.06.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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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 칼럼4]..“거짓말을 예사로 해대는 정치, 국민을 우민화 대상으로 보는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그런 두려움이 있다. 아무 할 말도 없고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 승리했다는 말도 어울리지 않고 패배했다고 원통해하는 것은 더더구나 격에 맞지 않는다. 5.31선거 동안 대통령과 여당에 차마 듣기에도 민망할 욕설을 퍼부었던, 여기 대구분들도 ‘갑자기 조용해졌다’.

진짜 그렇다. 그분들도 따지고 들면 나의 두려움과 별반 다르지 않을 그런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욕설을 해댔는데, 그런데 그 욕설이 어느새 저주가 되어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아 버렸다면, 그 저주가 화살이 되어 자신을 겨눌지 모른다는 그런 두려움 같은 것 말이다. 퇴로마저에도 덧을 놓아버린 비인간적 행위에 대해, 스스로 움츠려들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중의 정서는 이런 정도만큼은 순박하다.
이 순박한 정서에서 새로운 길찾기가 시작될 수 있으리라고, 할 말을 잊은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나는 또한 완승했다고 쾌재를 부르며 대를 이어 완승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고 있는 분들에게 간곡한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할 말이 아주 많은 듯이, 그들은 ‘정부여당의 무능과 실정에서 반사이득을 얻은 한나라당 승리’일 뿐이라고 정치권 전체를 준엄하게 이성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여론 주도층이라고 자부하는 지도층인사들이 예외 없이 이 ‘이성적 비판’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늘에 머리를 둔 사람들이라면 한나라당이 일방적이고 무조건적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다 안다.
그런데 왜 그들만이 유독 반사이익뿐이라고, 놀라운 승리를 폄하하는가. 평소에 그렇게도 ‘국민적 합의’를 외쳤는데 이정도를 두고 국민적 합의라는 말을 못 쓴다는 것인가. 심중에 숨기고 있는 완승의 욕망을 펴 보인들 쏠린 민심에 금이 갈 리가 없을텐데도, 그들끼리 입을 맞춘 듯 지극히 조심스럽다.

전에 ‘싹쓸이만은 막아 주세요’라고 호소하며 순박한 대중정서를 바람으로 바꾸었드랬는데, 어쨌든 그들은 그 순박함이 다시는 바람이 되지 않게 하는데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이 땅에 다시는 진보니 민주이니 인간이니 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 한국사회의 밑그림에 올인 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후 내놓을 잘짜인 대중 조작 프로그램이 어떤 것일지에 관심 기울이는 것이 더 세상공부가 될 것 같다. 정치는 진짜 요술인가 싶다. 속이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탄성을 질러대는 마술인가 싶다. 이게 한국의 보수의 정치인지, 정치일반인지.

양식 있는 모든 분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아량을, 화해의 여지를 남겨두는 관용을, 자리바꿈의 순리를 받아들이는 지혜를, 국민 앞에 보여주기를 바란다. 제도권 정치의 요술에 신들린 사람들일랑 두고라도, 대중을 계도한다고 자부하는 비판적 지식인들일랑 부디 그렇게 했으면 싶다.

지금이라도 무엇이 한나라당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었는지에 보다 깊은 분석을, 이 땅의 모든이가 아프게 부딪칠 수밖에 없는 난제를 분석의 준거로 삼아 그렇게 해주기 바란다.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을 몰아칠 것인지, 수도권 집중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고수할 것인지, 과거를 덮고 미래의 청사진만을 가지고 국민의 일체감을 형성할 것인지, 한나라당이 집권세력이 된다고 한들 이난제를 피할 수 있겠는가.

언제나 바른 말을 하라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다그칠 필요는 없지만, 그러나 뻔한 거짓말을 예사롭게 해대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비난해야 한다. 뻔한 거짓말을 가지고 내심의 욕망을 채우려는 수법은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도 보지 않는, 우민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과 진배없다.

김민남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교육학과)

(이 글은, 2006년 6월 18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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