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 오락가락 행정, 누가 믿겠나”

평화뉴스
  • 입력 2006.08.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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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동구청의 아양교 ‘보도교’ 개선사업,
구청장 바뀌자 '백지화, 또 여론수렴'...2년째 제자리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은 아양교 아치형 보도교.
대구 동구청이 아양교 ‘시설개선사업’을 확정하고도 구청장이 바뀌자 이 사업을 또 다시 백지화해 말썽이 일고 있다.

동구청은 대구DPI(장애인연맹)에 보낸 8월 2일자 공문을 통해, “9월 중 별도로 구의회, 시민단체, 장애인단체 및 주변 동 관내 주민 등이 참여한 협의회의 의견과, 보다 객관적인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철거 또는 시설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구청 8월 2일자 공문...'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과에 따라...'
동구청 8월 2일자 공문..."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과에 따라..."


그러나, 이는 동구청이 지난 4월 확정한 ‘시설개선사업 추진계획’을 ‘백지화’로 뒤집은 것이다.
동구청은 대구DPI에 보낸 4월 26일자 공문에서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공사해, 폭 1.5m의 보행자 전용보도를 아양교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동구청 4월 26일자 공문...'6월초 본공사 추진'...그러나, 이 계획은 착공도 하지 못한 채 백지화 됐다.
동구청 4월 26일자 공문..."6월초 본공사 추진"...그러나, 이 계획은 착공도 하지 못한 채 백지화 됐다.


이 때문에, 동구청의 시설개선 계획을 믿었던 지역 장애인단체는 또 다시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구청은 그 전에도 이같은 ‘오락가락’ 행정을 되풀이해왔기 때문이다.

동구청은 지난 2004년 10월, ‘아치형 보도교’가 장애인과 노약의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워회의 ‘시설개선 권고’가 나오자, 이듬 해 2005년 시설공사비 4천5백만원을 편성하고 같은 해 5월에는 ‘시공업체’까지 선정했다.

그러나, 동구청은 ‘일부 단체와 주민의 반대여론’을 이유로 연말까지 착공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6년 4월에는 다시 ‘시설개선사업’ 추진계획을 확정해 “7월중순까지 공사를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착공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동구청은 또 다시 ‘여론수렴’을 하겠다며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린 셈이다.

동구청 건설과 담당자는 “아양교 도로 폭을 줄여 1.5m 넓이의 인도를 만들겠다는 당초 계획에 기술적 문제가 없다”면서 “구청장이 바뀌고 일부 단체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또 다시 계획이 백지화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또, “이미 여론수렴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사업계획이 또 바뀌면서 행정의 신뢰도가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동구청은 오는 9월에 ‘협의회’를 구성해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외부 조사기관에 맡겨 ‘여론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결국 여론수렴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아양교 공사는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물론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 지, 언제쯤 공사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대구DPI(장애인연맹) 육성완 사무국장은 “행정기관이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만큼, ‘아치형 보도교’를 철거하거나 보행자 전용도로를 별도로 만들든 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DPI와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는 오는 9월 아양교에서 퍼포먼스를 비롯한 ‘문화제’를 열어 이 문제를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시설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다. ‘아양교 아치형 보도교’는, 대구유니버시아드를 앞둔 지난 2003년 9월 대구 관문인 아양교의 이미지를 좋게 한다며 동구청이 2억6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4년 10월 대구시와 동구청에 보낸 ‘시설개선 권고’를 통해, “아치형 보도교가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등의 인권(이동권)을 침해한다”면서 “보도교를 철거하거나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해 시설을 개선하라”고 밝혔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대구시 동구에 있는 아양교 '아치형 보도교'. 경사가 심해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사진.평화뉴스)
대구시 동구에 있는 아양교 '아치형 보도교'. 경사가 심해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사진.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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