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 국민부담도 커진다”

평화뉴스
  • 입력 2006.08.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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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법조] 이호철(변호사)
“국내 로펌의 예속과 양극화...독일의 실패, 일본의 성과 거울 삼아야”

그저 앞만 보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에게 FTA란 TV에 나오는 단어이거나 별 상관없는 먼 나라의 낯선 이야기들로만 이해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통치권자의 구국의 결단으로 미국과의 FTA협상이 개시되면서 나라전체가 시끄럽다.

FTA는 과연 우리에게 희망과 성장을 담보할 것인가? 아니면 빈곤과 양극화만 더 심화시킬 것인가? 이러한 화두는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분야중 하나인 법률시장개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법률시장의 개방이란 무엇인가?
먼저, 가장 낮은 단계의 개방은 '외국변호사가 국내에서 외국법 자문을 하거나 국제계약에 대한 법률자문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 가장 높은 단계의 개방은 ‘외국로펌의 국내변호사의 고용'을 비롯해 '동업과 자격취득국가간의 상호자격증의 인정’까지 포괄한다. 이번 한미 FTA에서 체결하고자는 것은 위와 같은 단계를 모두 포함한 완전한 개방을 의미한다.

이러한 형태의 개방이 된다면 한국의 법률시장은 어떻게 될까?

우선 법률시장은 황폐화 될 것이다.
지금처럼 철저한 준비 없이 문호를 열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 국내로펌들은 도산이라는 최후를 맞을 것이고, 자본력과 경영 노하우에서 앞선 외국로펌이 국내 로펌을 인수. 합병함으로써 국내시장은 외국에 예속될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독일. 프랑스 등 많은 나라의 개방사례에서 잘 알수 있다.
독일은 지난 1999년 전면적인 시장 개방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로펌들의 제물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법률이론이 강하고 계약실무에 약한 독일로펌으로서는 계약과 협상이 중시되는 기업자문영역에 무기력하였고, 한국과 같이 개인변호사위주의 취약한 시장구조는 영미계 로펌에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었다. 그 결과 2005년 2월 기준으로 살아남은 독일로펌은 헨겔러 뮬러와 글라이스 루츠 두 곳에 불과하다. 프랑스 역시 안이한 개방으로 미국계 로펌에 많은 자국 로펌이 해체되는 등 큰 타격을 입자 정부는 뒤늦게 보호주의 정책들을 펴고 있다.

둘째, 변호사 및 직원들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법률시장 개방초기에는 영미계 로펌들이 국내변호사와 전문화된 직원들을 다수 영입함으로서 고용증대와 임금상승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 그러나 영미계 로펌들이 국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3-5년 이후에는 국내 변호사 및 직원들의 고용과 취업 사정은 개방이전보다 훨씬 더 악화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로스쿨 도입으로 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에는 이들 대다수가 영미계로펌의 값싼 임금노동자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즉 영미계 로펌이 주도권을 장악할 시점에는 국내시장에서 나오는 이익은 로펌에 출자한 외국자본에 귀속되고 말 것이다.

셋째, 영미계의 소송만능 풍조는 사회 전체적으로 법률비용을 한없이 증가시켜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독일도 법률시장 개방이후 수임료 산정방식이 영미식의 시간당 청구방식으로 바뀌었으며, 독일 변호사의 영입비용이 수임료에 전가되면서 수임료가 오히려 개방전보다 상승하였다. 또한 철저한 자본 논리로 수임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법률시장의 개방을 통한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가 기대된다는 찬성론자의 주된 논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넷째, 법률문화의 왜곡현상이 일어난다.
양육강식과 생존의 법칙에 따른 자본주의 논리로 인해 변호사들은 불필요한 분쟁을 양산시키고 변호사의 공익적 가치가 무시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자질미달의 외국 변호사에 의한 국내 수요자의 피해와 함께 상대적으로 취득이 쉬운 미국 변호사 자격을 목적으로 하는 유학생이 급증하여 국내 교육이 왜곡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미 FTA협상처럼 한번에 완전개방 할 것이 아니라 일본과 같이 단계적. 점진적인 개방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본은 1987년부터 2005년까지 17단계를 거쳐 법률시장을 개방했다. 덕분에 법률서비스 경쟁력도 높이면서 법률소비자의 이익도 극대화했다. 이같은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국내로펌이나 개인변호사들도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화와 국제화에 매진하여야 한다.

[시민사회 칼럼 81]
이호철(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대구지부)

(이 글은, 2006년 8월 9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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