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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무단지 조성사업, 도대체 어디로?”
조광현(대구경실련)...
“베일에 쌓인 사업자 선정과정, 어설픈 추진...왜?”
2006년 10월 01일 (일) 18:28:07 평화뉴스 pnnews@pn.or.kr
   
지난해 3월, 감사원은 대구시의 패션·어패럴밸리(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렸다.

패션산업은 고급원단의 제조, 첨단 염색.가공 등 기술 기반이 갖추어져야 성공할 수 있으나 대구는 이 같은 기반이 극히 취약하기 때문에 패션산업을 지역진흥사업(밀라노프로젝트)으로 선택한 것은 잘못이었으며,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도 대구시가 사업타당성 분석 없이 사업을 강행하여 사업진척률이 매우 낮고, 앞으로도 성공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것이 감사원의 요구였다.

감사원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지역 섬유업계는 중탕·졸속감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리고 2000년 패션·어패럴밸리 수요조사에서 공장 14개, 도매상 12개 등이 불과 1,874평을 신청했다는 패션·봉제업계에서는 섬유산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섬유클러스트 구축을 위해 반드시 패션·어패럴밸리를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구시 또한 사업자체는 무리가 없다면서 사업추진에서 차질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구시의 이러한 태도는 곧 바뀌었다.
총사업비 3,007억원 중에서 국고 700억원만 지출되었을 뿐, 나머지 민자 2,307억원은 한 푼도 조달하지 못한 현실과 ‘패션선진국에서 조차 수십-수백년에 걸쳐 이루어진 패션·어패럴밸리를 행정기관이 주도해 밀어붙인 것부터 잘못이다’는 등의 거센 비판을 고려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감사원 감사결과를 ’위기가 기회로 됐다‘, ’수요 없는 패션.어패럴밸리를 끌고 갈 명분이 사라진 만큼 수요가 많은 업종 위주로 개발하겠다‘는 대구시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때 뿐이었다. 지난해 9월, 대구시가 패션·어패럴밸리 조성계획을 전면백지화하고 봉무지방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하였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거의 유지한 채 민간사업자가 단지 전체 35만6천여평에 대해 재량껏 조성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민간사업자의 일괄개발하는 개발방식만 바뀌었기 때문이다(최초 계획에 비해 공장용지와 공공용지는 축소되고 대신 주거용지와 상업용지가 증가하였다). 이는 대구시가 지난해 10월에 공고한 ‘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 투자대상자 공모지침서’에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관련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공모지침서 전부는 대구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됨).

 사업개요
가. 사업의 목적 : 투자자본을 유치하여 미래지향적이고 고부가가치형 산업단지 개발을 통해 대구시의 패션·어패럴 분야의 새로운 산업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 개발 Concept
1) 사업신청자는 봉무지방산업단지를 대구시의 지역경제 발전 및 패션·어패럴 관련 산업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형 산업단지로의 개발방향을 제시하여야 하며, 선정된 사업계획을 토대로 조성사업을 수행하여야 한다.
2) 21C를 선도하는 창조적인 고급의류 생산, 유통 및 패션문화의 집적지로 조성하기 위하여 기본구상에 적합한 창의적인 제안을 반영하여야 한다.
바. 제한사항
1) 산업단지 기능제고 및 합리적인 시설배치를 위해 주거용지는 공고 면적(355,960평)의 20%미만, 산업용지는 13%이상, 공공용지는 40% 이상의 비율을 준수하고 유수지, 주차장, 하천은 필수시설이며 변전소 용지는 추후 한전 필요 면적을 반영하여 수정.보완 해야 한다.
6) 패션 스트리트 및 지원시설용지 등의 주요시설은 사업시행자의 책임하에 직접 시공 또는 위탁하거나 분양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범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개발계획 변경시 대구시와 협의 결정하고 상세계획서 및 이를 담보하는 확약서를 제출하여야 함.


이러한 공모지침서로 대구시는 투자대상자를 모집하였는데 2005년 12월 19일에 마감한 결과 포스코건설 컨소시엄, 인베스트대구 컨소시엄, ID 센터럴 컨소시엄 등 3개 컨소시엄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대구시는 마감 후 불과 10여일 만인 12월 30일에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정도로 사업을 서둘러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심사에서 탈락한 ID센터럴 컨소시엄이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공모지침서의 민간투자비 5%이상 투자 지침을 어겼는데도 부당하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이유로 대구지방법원에 우선협상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그래서 대구시와 포스코건설컨소시엄은 올해 4월에 협약을 체결하고도 이 때문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게 되었다(8월에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사업추진의 길이 열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봉무지방산업단지 예정지에 땅을 가진 주민들이 다시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토지수용, 보상지연도 억울한 상황에서 대구시가 패션·어패럴밸리를 지정하면서 자연녹지인 예정지를 주거용지, 상업용지로 지정해 놓아 말 그대로 ‘세금폭탄’을 맞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2005년 대구시와 JDPC가 체결한 주거용지 개발계약의 무산, 외국인학교 설립의 무산 위기도 주민들이 반발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대구시가 산업단지 조성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땅을 강제로 조성해서, 산업단지를 조성하지 않고 건설자본으로 하여금 땅장사, 집장사를 하도록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이토록 많은 논란과 어려움을 거쳐 본격적인 추진을 앞두고 있는 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더 큰 시련에 직면에 있다. 사업을 추진할 '재원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포스코 건설 컨소시엄의 아파트 건축, 분양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사업의 적법성 시비마저 제기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건설교통부의 입법예고안을 근거를 했고, 협약에도 민간사업자가 아파트 건축, 분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의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는 말 그대로 입법예고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왜 그런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을 살펴보자.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조
6. ‘산업단지개발사업’이라 함은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다음 각목의 사업을 말한다.
가.공장·지식산업관련시설·문화산업관련시설·정보통신산업연관시설·자원비축시설 등의 용 지조성사업
나.첨단과학기술산업의 발전을 위한 교육·연구시설용지조성사업
다.산업단지의 효율증진을 위한 업무시설·정보처리시설·전시시설·유통시설 등의 용지조성사 업
라.산업단지의 기능제고를 위한 주거시설·문화시설·의료복지시설·체육시설·관광휴양시설 등의 용지조성사업 및 공원조성사업
마.공업용수와 생활용수의 공급시설사업
바.도로·철도·항만·궤도·운하·저수지 및 저수지시설사업
사.전기·통신·가스·유류 및 원료 등의 수급시설사업
아.하수도·폐기물처리시설 기타 환경오염방지시설사업
자.기타 가목 내지 아목의 사업에 부대되는 사업


기반시설 외에는 용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산업단지개발사업인 것이다.
건설교통부가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가 철회한 것은 용지조성사업에 건축사업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협약의 일부 내용이 위법이라면 관련 내용만 수정하면 법률적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의 경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공모지침서에 패션스트리트 및 지원시설 등의 주요시설은 사업시행자의 책임하에 직접 시공 또는 위탁하거나 분양할 수 있도록 공고했고, 이러한 지침에 따라 투자대상자들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했고, 이 사업계획서를 심사하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협약의 한 조항이 문제가 아니라 사업자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의 법률적 하자는 경제활성화에 목을 매는 지역사회의 분위기에 힘입어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법률적인 하자를 집요하게 제기한다면 지역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률적인 문제는 대충 넘어가도 심각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미분양아파트가 속출하고, 재건축·재개발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주거용지와 상업용지를 분양하는 것만으로는 민간사업자의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공모지침서에서 제한사항으로 규정한 봉무공원 인접 최고고도지구(5층), 금호강변 200m 이내 최고고도지구 등의 규제를 모두 풀어주는 ‘특혜’를 제공해도 마찬가질일 것이다. 이럴 경우 용지배분, 단지배치 등 사업계획의 전면적인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대부분을 주거용지와 상업용지를 바꾸거나, 사업 자체가 또 다시 표류할 수도 있다.

사정이 이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입법예고한 법률 개정안을 철회한 건설교통부 만을 탓하며,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단지개발사업에 건축사업을 추가하겠다는 건설교통부의 법률 개정안은 건설자본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해 온 ‘건설교통부스러운’ 발상의 결과로 취소가 마땅한 것이었다. 이렇게 될 경우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토지를 수용해서 극히 일부만 산업용지로 조성하고 대부분의 부지를 아파트와 상업시설로 채워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패션·어패럴밸리(봉무지방산업단지)조성은 계획 자체가 문제였지만, 이미 국비 700억원을 투입하고 사업대상지 토지 1/3가량에 대한 보상이 완료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되돌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업이었다. 대구시가 재정사업으로 조성하지 않는 한,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민간사업자의 일괄개발방식 외에는 대안을 찾기도 어려운 사업이었다. 사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더라도 무리와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 사업을 대부분의 사업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으로 추진하였고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해 12월 투자대상자 공모 마감 직후 대구경실련은 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의 뼈대인 패션·어패럴 사업에 대한 논란, 사업방식으로 변경으로 인한 난개발과 민간사업자가 과도할 이익을 챙길 위험성 등을 이유로 민간사업자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공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대구시는 투자대상자 공모마감 후 불과 10여일 만에 심사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말았다.

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민간사업자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심사해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대구시가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을 통해 사업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요즘 세상에서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이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를 미리 내정하거나, 민간사업자가 심사용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후에 협상과정에서 최대한 유리하게 내용을 바꾸는 ‘장난’이 작용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구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 대구경실련이 심사위원 명단, 심사기준 및 평가결과, 사업계획서 등에 대한 행정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심의과정 및 내용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공모지침서의 규정, 내부 검토 중인 사업, 기업의 영업상 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공모지침서에 나와있는 평가분야 및 배점기준에 대해서도 비공개결정을 하였다.

이러한 대구시의 태도는 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와 동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 진행과정에서 나타난 대구시의 태도는 하도 자주 겪는 일이라서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앞뒤 사정상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대구시외의 이 사업에 대한 태도는 솔직히 말해 두렵다.

[시민사회 칼럼 83]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 1961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난 ’94년 안동경실련 창립과 함께 초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뒤, ’96년부터 대구경실련 정책실장을, 2000년부터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을 맡아 행정 감시와 주민 참여 등 지역 시민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6년 9월 21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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