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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방에서 공론의 장으로”
[홍덕률시사칼럼]...
"교육계 숱한 문제들, ‘작은 대화’에서 시작하자“
2006년 10월 02일 (월) 00:02:20 평화뉴스 pnnews@pn.or.kr
   

요즘 대구 교육계가 말이 아니다.
성적 조작, 촌지 수수, 체벌 200대, 교사 파면, 며칠 안 되어 또 30대, 며칠 전에는 교사의 여고생 성추행 사건까지 터졌다. 대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설레야 할 ‘교육’은 언제까지 우리를 이토록 답답하게 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즐거워야 할 ‘배움’, 그리고 ‘학교’는 대체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고통’으로 또 ‘지옥’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물론 대구만의 일은 아니다.
대구가 좀 심하긴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이 통째로 말이 아니다.
2004년 3월부터 2005년 2월 사이에 유학을 목적으로 출국한 초중고등학생이 1만 6천명을 넘어선 것도 우리 교육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동안 동반 가족을 포함해 지출한 유학 경비가 100억 달러, 10조원에 이른다고 했다. 시험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답한 고등학생이 5명 가운데 1명꼴이라는 조사 결과도 며칠 전 보도되어 충격을 주었다. 걱정스러운 우리 ‘교육’이 아닐 수 없고,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뜻있는 교사에 주목하게 된다“

물론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교육부와 관료에게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교육계의 추락과 혼란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그 폐해를 걱정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대학입시 제도, 그리고 학벌사회 구조도 학부형들이 답답해하는 그 숱한 교실의 문제, 학교의 문제, 교사의 문제를 다 설명해 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뜻있는 교사에 주목하게 된다. 교육정책 등 교육 현장을 둘러싼 거시적 교육 환경에 대한 건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은 진정 학생을 사랑하고 교육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는 참교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게으름을 거시 환경의 문제 뒤에 숨겨 둔 채, 늘 정책 탓만 하는 그런 교사가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면서 ‘학생’과 ‘교육’에 다가서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참스승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교사를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데 있다. 십수 년 전에 참교육을 표방하며 어렵게 출범한 전교조에 우선 눈이 가지만, 얼마 전부터는 전교조도 그런 믿음과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교조가 성명서다, 연가투쟁이다, 천막 투쟁이다 하며 늘 부산하게 움직이며, 그래서 1년에 몇 차례씩은 나라가 들썩거리기까지 했지만, 학부형과 학생들이 정작 답답해하는 교실과 학교 현장의 문제는 전혀 낳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아지기는 커녕, 많은 국민이 교육을 볼모로 교사 자신의 부도덕한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는, 그래서 개혁의 대상으로까지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는 사이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요 삶터인 교실과 학교는 나날이 황폐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금의 교육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단지 교육 현장에 문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뭔가 대안과 대책이 보이지 않고 있어서 위기인 것이다.


“그러나, 교육현장과 동떨어진 구호들”

이 답답한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어서 만들어진 자리가 며칠 전에 대구에서 있었다. 지난 주 금요일(9.29) 저녁, 성공회 대구교회 회의실에서 있었던 조촐하지만 뜨거운 토론 모임이 그것이다. ‘작은 토론회’라는 현수막이 내걸렸지만 결코 작지 않은 자리였다. 참석 예상 인원 20여명을 훨씬 넘어 35명이나 모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참석자 면면이 결코 작지 않았고, 오고간 이야기들의 무게 역시 전혀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화뉴스>가 오랫동안 구상하고 준비해서 마련한 토론회였다. 거창하게 펴놓지는 않았지만, 교육개혁이라는 화두를 놓고 함께 해야 할 사람들이 함께 한, 그런 의미에서 꽉 찬 자리 자리였다. <평화뉴스>가 그 날, 첫 번째 대화의 주제로 내건 것은 ‘전교조, 교육개혁의 걸림돌인가’였다. 제목부터가 무척 도발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시작 때부터 감돌던 긴장감은 토론이 진행되면서 더욱 달아올랐다. 토론이라면 의당 뜨거워야 한다고 평소에 믿어마지 않는 필자지만, 그 날은 토론의 열기를 적절히 식혀 가며 진행해야 할 정도였다.

전교조 대구지부의 박신호 지부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별도의 발제문 없이 전교조 활동의 의의, 고충, 과제 등이 발표되었다. 이어서 경북대학교 김민남 교수가 나섰다. 참여정부 초기에 국가교육혁신위원회 선임위원으로도 활동한 교육학자다. 전교조에 대한 애정을 전제로 이야기를 꺼냈지만, 내용은 신랄한 비판으로 일관하였다.

요지는 전교조가 지나치게 거시적.정책적 안건들만을 다룸으로써 정작 교육개혁운동의 본질인 교실 안의 교육활동,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활동의 혁신은 팽개쳐져 있다는 지적이었다. 교육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을 신자유주의니, 학벌사회 구조니, 대학입시 문제니 등으로 환원하면서, 학부형과 국민이 기대해 마지않는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교육현장에서 도출되는 과제들과는 동떨어진 구호운동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교실과 학교에서의 교육과정 파행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진보.개혁단체 대부분의 진통과 고민...‘활발한 소통’과 ‘건강한 비판’으로 풀어가자”

뒷풀이로 이어지면서까지 계속된 설전에서 전교조 간부들과 전교조 활동에 우려를 표하는 참여자들 간의 공방은 식을 줄을 몰랐다. 전교조의 경직된 운동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내부의 심각한 노선 다툼 이야기도 있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갈라서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충고도 있었고, 차라리 전교조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철회하는 것이 좋겠다는 학부모단체 간부의 고백도 이어졌다.

또, 전교조가 앓고 있는 몸살과 진통은 대부분의 진보개혁운동 진영 단체들이 겪고 있는 진통이자 고민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며, 교육개혁이라는 대의에 공감하는 많은 단체와 시민들 사이의 보다 활발한 소통과 건강한 비판 및 사안별 협력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그런 제안들에 대해서는 다행히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하기도 하였다. (평화뉴스 “교육문제, 이젠 같이 풀어가자” 참조)

필자는 그 날의 작은 토론회에 사회자로 참여하였다. 비록 두 발제자의 발제문 없는 발표와 상호 토론, 그리고 청중석의 질의 및 자유토론으로 이어진 간단한 토론회였지만, 필자가 경험했던 그 어느 토론보다도 설레고 진지한, 그러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토론이었다. 그 어느 토론보다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토론회였다. 무엇보다도 이미 일반화되어 새삼스러울 것이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린 전교조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을 뒷방에서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첫 번째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런 자리에 기꺼이 자리해 준 박신호 지부장의 용기와 교육을 걱정하는 진정성, 그리고 이런저런 사석에서 잡다하게 지적되어 온 ‘전교조의 문제’를 정교하게 정돈해 주고, 무엇보다도 공론의 장에서 서두를 꺼내 준 김민남교수의 교육을 위한 충정과 용기야말로 그 날의 의미있는 토론회를 가능하게 해 준 것이었다. 비록 교육개혁을 위한 대안에 합의를 이끌어 낸 자리는 아니었지만,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더 활발한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눈 것만으로도 대단히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그 날의 ‘작은 대화’가 대구 교육을 정상화시켜 내는 대장정의 첫걸음으로 자리매김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홍덕률시사칼럼 67]
홍덕률(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대구대 사회학과. drh1214@hanmail.net)
* 홍덕률 교수는, <대구경북 분권혁신아카데미> 원장과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 대구대학교 <시민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홍덕률의 시사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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