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느냐고 묻는 게 이상했다. “그냥 인도를 꼭 가보고 싶어서요”
“여자가 혼자서 괜찮겠냐?” 부모님에게 수없이 들었을 그 말에도 그는 떠났다.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에, 그것도 신문사에서 1년이나 일했는데 훌쩍 버리고 가다니...
20대 중반의 나이에 어디 떠나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버리고’ 떠날 수 있는 ‘무작정’의 용기.
나이가 들수록 떠나지 못할 이유가 많아진다. 가정에 직장에 주위 반대에...
“언제 돌아올거야?”
“딱히 정해놓은 건 없구요. 그냥 돈 떨어지면 돌아오죠 뭐..ㅋㅋ”
신문사 1년 다니며 모은 돈 만으로 떠났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돈이 조금 남은 모양이다.
그를 아는 몇몇이 술자리를 할 때면 늘 그의 얘기를 한다.
30대 중후반의 남자, 기자, 아내와 아빠, 가장... 이 공동분모 속에 그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단지 지금 떠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 때문이 아니다. 예전에, 그때, 우리는 왜 떠나지 못했을까?
이젠 한 이틀도 홀로 맘껏 떠나지 못하는, 그래서 그의 떠남은 무진장 멋있다.
한 여름 지나 가을 밤이 그리움을 부른다.
가을만 타는 게 아니다. 사계절 때마다 떠나는 꿈을 꾼다.
세상에 옥죄는 것이 한 둘이 아니지만, 이유는 이유대로 사람을 붙잡는다.
J는 떠나기 전 ‘연금술사’라는 책을 선물했다.
나는 아직 그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꽂혀있는 그 책이 늘 그를 떠올린다.
그가 인도에서 뭘 보았든, ‘달라이라마’님에게 뭘 들었든 그는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앉아서, 머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것 보단 낫지 않을까?
명절이 지나고 다시 세상은 분주함을 드러낸다.
저마다 쳇바퀴 돌 듯 이러저리 또 바쁘게 고민하며 산다.
지독히 그리워지는 가끔, 인도로 간 J는 어느새 가을의 또 다른 연인이다.
[주말 에세이 17]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이 글은, 2006년 10월 9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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