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북포용'정책이 원인일까?”

평화뉴스
  • 입력 2006.10.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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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한번 잡은 손 놓기는 쉽다. 그러나 다시 잡기는 정말 어렵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을 한 9일 들려온 ‘북한의 핵실험’소식은 우리가 아무리 북의 손을 꽉 잡고 싶어도 그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일러주고 있다.

조금만 북의 편을 들어도 친북 아니냐며 타박박기 일쑤인 이 지역에서 ‘북의 핵실험’소식은, 그래도 한번 북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해보자며 설득하고 북을 지원하는 것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투자임을 주장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온몸의 맥이 탁 풀렸다.

마음속 한켠에서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동안 북에 대해 너무 ‘짝사랑’만 하는 것 아니냐는 타박에도, 이건 결코 ‘짝사랑’이 아니라며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이라고 해왔다.

그러나 이제 ‘짝사랑’은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 상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왜 북은 남에서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을까?’
‘50여년의 적대와 증오의 마음을 풀고 이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도우면서 화해와 협력하자는 사람들이 겪을 어려움은 이다지도 몰라준단 말인가?’

하지만 다시 한번 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그래도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옹호해주었던 중국과, 북.미 사이에서 중재하려고 했던 남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게 된 데는 그만큼의 절박함이 있지 않았을까? ‘핵실험’이후의 국제사회의 비난과 고립, 이로 인한 생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미국과의 대화 호소이다.

북은 미국에게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공존을 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수없이 신호를 보냈었다.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을 평양에 초청하기도 했고, 6자회담을 더 하고 싶은 것은 ‘우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묵묵부담이었다. 대화를 하자는 요청에 거듭된 제제와 봉쇄 위협으로 대답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문제의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미국이 북을 체제를 인정하고 안전을 보장해주고 북은 핵을 폐기하면 된다.

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이 북을 인정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을 고립하고 봉쇄하면서 말라죽으면 좋고 살아 남아도 지금의 대치상태가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은 대치상태의 지속을 끝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대결과 공존중 선택하라는 신호가 이번 ‘핵실험’인 것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 말라죽는 것은 북만이 아니다. 남의 평화통일세력도 힘겨워지고 있다.
냉전세력들은 대북포용정책이 북의 핵무장을 가져왔다는 대북지원과 협력을 중단하라고 소란을 떨고 있다.
대통령도 더 이상 포용정책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정말 대북포용정책이 북한 핵무장의 원인인가? 그리고 지금 이를 중단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방도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북포용정책과 남과 북의 화해협력이 있었기에 북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마저 중단하면 그야말로 우리가 체험하는 위기감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한번 잡은 손을 놓기는 쉽다. 하지만 다시 잡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긴 호흡이 필요하다. 쉽게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여론의 질타에 흔들려 남과 북의 화해협력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이야 말로 북이 아닌 우리 민족 전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힘이 필요한 때이다.

[시민사회 칼럼 85]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이 글은, 2006년 10월 10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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