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비평>“치우치지 맙시다”

평화뉴스
  • 입력 2004.03.2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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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탄핵관련 사설에 '협박범' 말까지 인용
...총선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특정정당 띄우기’ 의혹도

탄핵과 총선. 온 국민의 눈을 정치권에 쏠리게 할만큼 우리 사회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언론은 저마다의 눈으로 이 정국을 분석하기에 바쁘고, 서로의 시각에 대해 칼날을 세워 비판하며 제 나름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의 당연한 모습이며, 이런 다양함은 우리 사회와 언론이 예전의 권위주의 정권시대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다만, 언론은 ‘객관적인 사실’에 따라 그 논리를 펴야하며, 적어도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그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즉, ‘진보’나 ‘보수’ 그 자체에 잘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향하는 언론의 논리가 충분해야 한다. 또한, 그 논리에는 사람의 감각을 찌르는 극단적 표현보다는, 조금 더 신중하고 절제된 언어를 통해 독자의 판단을 돕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일신문, 사설에 소름끼치는 협박범의 말까지 인용
“...이젠 살해협박까지”, “미친개”, “벌집을 쑤신”, “내란선동...”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켜고 도심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언론은 우리 헌정사의 첫 사례인 탄핵정국에 대해 앞다퉈 분석하며 국민의 여론을 담아내기에 바빴다.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다. 하지만, 탄핵정국 사흘째부터 대구지역 일부 언론에서는 쉽게 받아넘기기 어려운 표현이나 논리가 잇따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와 고정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매일신문.
매일신문 3월 15일(월) 사설은 논리나 표현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시위 격렬...이젠 살해협박까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탄핵에 반발하는 국민을 비이성적인 모습으로 몰아가는 듯했다.
"작금의 국가 상황은 냉정한 이성을 되찾아 자제하는 것만이 진정 사회를 안정시키는 사실임을...”라고 했다. 촛불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이성을 잃었단 말인가.
하지만, 사설 뒷부분에서는 어느 협박범의 말까지 인용하며 더 불안하게 했다.
“인터넷에선 찬성 국회의원 193명을 미친개로 몰고, ‘오늘부터 너의 부모.자식들까지 천천히 고통속에서 죽여주겠다’는 소름끼치는 협박까지 일삼는 테러범죄...”
신문 사설에 언제부터 협박범의 소름끼치는 말까지 인용했는지, 이런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묻고 싶다.

하지만, 같은 날 매일신문의 그 다음 사설은, 오히려 언론의 ‘격조’와 ‘감성 탈피’를 이야기 하고 있다.
<탄핵 정국과 언론의 균형성>이라는 사설에서는, "일부 전파매체의 프로그램 내용 등이 걱정스럽다...언사가 너무 거칠다. 국민들, 불특정 다수의 수용자들을 향하는 메시지는 감정을 절제한, 그래도 격조(格調)유지이어야 한다...일부 언론사의 탄핵소추안과 관련한 ‘감성(感性)매체 기울기’ 탈피를 바란다...”
이 사설을 보며 매일신문에 묻고 싶다. 누구의 언사가 거칠었는지, 누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했는지, 누가 격조를 유지하지 못했는지, 누가 감성매체에 기울어 있는지...

역시 같은 날 매일신문의 <수암칼럼-벌집을 쑤신 사람들>이란 칼럼도 위에서 말한 언론의 ‘격조(格調)’와 ‘감성(感性) 기울기’를 의심하게 한다.
“지금 (탄핵을) 반대하는 쪽 국민들은 탄핵의 법리적 타당성같은 법 지식을 논하고 있지 않다....반감에 북받혀 있다...도둑의 말은 그 말이 진실이라도해도 말한자가 도둑이므로 믿어주지 않겠다는 식의 일종의 감성적 비판이다...하루 12시간씩 탄핵 얘기.반대시위 이야기로 범벅이 되다시피한 TV특집뉴스를 보며 어느쪽으로든 열받으며 소모전을 치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이제 촛불집회, 과격한 ‘인터넷 테러’, 요란한 TV보도는 헌재 판관들의 냉철한 법심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절제하는게 좋다...지금은 벌집을 쑤신 사람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국난 해법을 찾기 위한 고요한 성찰을 하고 있어야 할 때다...”

이 <수암칼럼>은 글 앞부분에 "솔직히, 법률적으로는 국회의원들이 벌집을 건드린 셈이고 건드릴 빌미는 대통령이 먼저 제공했다는게 정답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글의 많은 부분과 끝부분에서는“벌집을 쑤신 사람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고요한 성찰을 하고 있어야 할 때다”라고 표현해, 마치 탄핵에 반발하는 국민들이 벌집을 쑤신 것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또,“반감에 북받혀...감성적 비판...열받으며 소모전을 치르는 것...고요한 성찰...” 등의 표현 역시, 탄핵에 반발하는 국민의 정서를 ‘감성(感性) 기울기’로 몰아가는 듯 해 아쉬웠다.

지난 3월 22일 매일신문 <수암칼럼>은 아예 <내란선동 사령부 KBS>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다.
“탈법 촛불시위도 듣기 좋은 꽃노래 되기 전에 그만두고, 변호사들은 억울한 사람 값싸게 변론해 주는 일에나 전념하고, 의문사 진상조사위원은 억울하게 죽은 사람 진실조사나 애쓰라...그들이 차분해지면 KBS도 요란하게 바쁜 일 없을거다. 이말은 거꾸로 KBS가 좀 차분해지면 그들도 더불어 차분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이기도 하다. 일부라 해도 공영방송이 ‘내란선동 사령부’ 소리 들어서야 되겠는가”.
마치 모두가 ‘차분하지 못한’ 내란선동자처럼 들린다. 그러나, 내란선동. 이런 표현이 과연 적절한지, 탄핵정국을 바라보는 국민의 정서와 논점에 과연 적합한지, ‘차분하게’ 되묻고 싶다.

매일신문 여론조사...제목으로 ‘특정정당 띄우기’?

매일신문은 지난 3월 25일과 26일에 대구경북지역 8개 선거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런데, 각 선거구의 여론조사 결과 제목에 이상한 특징이 있다.
즉,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뒤지거나 박빙인 곳의 제목에서는 ‘당선 가능성’을 크게 내세우고 있다.
3월 25일 보도에서는 “지지 뒤진 강재섭 당선가능성 압도(대구 서구)...정종복 당선 가능성선 크게 따돌려(경주)...최경환 당선가능성 8.3%P 앞서(경산.청도)”.

이들 3개 선거구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예비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곳인데, 한나라당 후보의 이름이 ‘당선 가능성’이라는 잣대로 제목으로 올라있다. 각 후보들의 지지율이 접전인만큼, 지지율 대신 ‘당선 가능성’을 돋보이게 했을 수도 있다.
매일신문은 또, 지난 3월 26일에는 1면 머릿기사에 <‘박근혜 효과’ 기지개 켜나>라는 제목을 크게 뽑아 지역 여론을 담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여론조사 수치에 예로 들어 지역 민심의 변화를 보도했다.

그러나, 총선이 얼마남지 않아 표심에 대한 여론이 민감한 때다. 특정정당 예비후보의 ‘당선 가능성’이나 특정정당 대표의 효과를 크게 내세우는 것은, 민감한 시기에 자칫 ‘특정정당에 치우쳤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치우치지 말자"

탄핵과 총선으로 국민의 눈이 언론을 떠나지 않고 있다. 세상을 보는 우리 지역 언론의 눈은 어떠한가.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완벽한 객관’이야 어렵겠지만, 혹, ‘주관적 해석’이 ‘객관적 사실’을 지나치게 넘어서지는 않았는지, 가름하기 어려운 시기에 혹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촛불집회 열리고 나면, 언론과 경찰, 주최측이 ‘참가 인원’을 두고 무려 몇배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분명 ‘참가 인원’은 객관적 사실이다. 이를 두고 몇배의 차이가 나는 것은 어느 쪽이든 분명 오류가 있는 것이다. 좀 더 많게 부풀리는 쪽과 좀 더 적게 줄이려는 쪽. 적어도 언론은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기본이다. 서울처럼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쯤 되면 ‘정확한 헤아리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대구는 불과 몇천명 수준이다. 천천히, 꼼꼼히 헤아려보면 그 오차를 분명히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헤아린대로 쓴다면 부풀리기도, 줄이기도 없을 것이다. 다만 조금의 오차가 있을 뿐이다.
“치우치지 말자”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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