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운동, 어디로 갈까?"

평화뉴스
  • 입력 2006.11.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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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작은 토론회>..
"일 안해도 그만?...‘시민없는 시민운동’에 익숙해진 게 아니냐"

발제자 김영철 교수(왼쪽) / 문창식 운영위원장
발제자 김영철 교수(왼쪽) / 문창식 운영위원장


“대구 시민운동, 어디로 가야 하나?”
평화뉴스 <작은 토론회>가 지난 11월 24일 저녁 성공회대구교회에서 열렸다.
지역 시민단체 상근활동가와 회원, 공무원과 시의회 전문위원, 기자를 포함해 30여명이 참가해 ‘대구 시민운동’에 대해 2시간가량 토론했다. 발제자와 참가자들은 ‘대구 시민운동’의 문제를 폭넓게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발제자로 나선 문창식(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사람과 재정, 사업으로 나눠 시민단체의 고민을 털어놨다. 특히, 시민운동의 주체인 ‘활동가’에 대해 많은 비중을 뒀다. 문 위원장은 “전문성과 내공이 떨어지는데다, 일 안해도 그만이라는 관료적.수동적 자세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시민운동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시민운동과 공익활동을 지원할 ‘공익재단’ 설립과 ‘정치권’ 진출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철 교수(계명대.경제학)도 발제를 통해, “시민단체 행사는 대학생 MT수준”이라면서 “전문성도 없고, 세련되지도 못하고, 시간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깃발을 들고 자기 주장만 되풀이 하거나 대구시청을 비판하며 ‘야합’하는 위험성도 있다”면서 “지역 시민운동이 ‘시민없는 시민운동’에 익숙해진 게 아니냐”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또, “이념 보다 ‘소통’이 문제”라며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누구와 친한 지, 자기들끼리만 어울려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평화뉴스 '작은 토론회'...시민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30여명이 참가해 '시민운동'에 대해 토론했다.
평화뉴스 '작은 토론회'...시민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30여명이 참가해 '시민운동'에 대해 토론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진국 대경인의협 대표는 “시민운동가들이 아직도 87년 민주화 체제에 갖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선.악으로 구분하는 이념을 내세운 채, 깃발 들 용기만 있고 정작 자기 활동에 필요한 공부는 하지 않고 있다”고 활동가를 비판했다.

또, 조광현 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역 시민운동이 권력과의 교섭창구에 안주한 채, 시민운동에 꼭 필요한 시민 대중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은정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활동가의 관성과 관료화’를 비판하며 “활동가 스스로 자신부터 내면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구지역의 20대 젊은 활동가들도 시민운동 내부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김효정(대구참여연대)씨는, “시민운동을 알아가면서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이 힘겨움의 원인을 이젠 시민단체 내부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장철규(대구환경운동연합)씨는, "낡았다(old), 구리다"는 말로 선배 활동가들의 이미지를 전하며, “운동권 선배들의 활동방식에서 새로운 생각과 흐름으로 시민운동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사회를 맡은 권혁장(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씨는, “2000년 총선 낙천낙선운동이 끝나고 2002년부터 시민운동에 대한 이런 문제 제기가 많았다”면서 “이젠 어떻게 실천할까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처장은 “오늘 토론을 계기로 내년 2007년 3월 이전까지 어떤 형태든 시민운동에 대한 해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회.
참여자 30여명 가운데 20명가량이 시민단체 상근 활동가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느꼈을까? 비판을 ‘받아들이기’에 따라 토론회 의미도 달라진다.
그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일 지, 아니면 토론회 자체를 평가하는데 그칠 지는 알 수 없다.
4년 전부터 나온 얘기들을 ‘재탕’하는데 그쳤다고 생각할 지, “다 아는 얘긴데 뭐”하며 돌아설지...

토론회 뒷자리에서 한 젊은 활동가가 말했다.
“애초에 별로 기대도 하지 않고 왔다. 말은 많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게 시민운동인 것 같다”
또 다른 활동가는 “활동가들이 진심으로 반성하며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준비하는 두달 동안 참 많은 얘기를 들었다.
“악역을 맡기지 마라”...“시민단체는 내성이 약해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발제를 거절했다.
토론회가 끝나자 “주제가 너무...”, “뭐 다 나온 얘기들인데...”, “발제자가...”라는 말들을 들어야 했다.
한 참석자가 말했다. “잘 바뀌겠나. 결국 궁지에 몰려야 바뀌지..”
“대구 시민운동, 어디로 갈까?”...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 발제 내용 요약 -

= 문창식(시민운동가. 대구환경운동연합.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시민들이 시민단체에 모이지 않고 관심이 없다. 참여정부와 시민단체를 동일시하는 분위기도 많다.
▶사회적 명망가에 대한 의존률이 높다. 자신의 개혁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상근 활동가가 40대 전후로 고령화 되고 있지만, 활동가의 재생산이 되지 않고 있다.
▶ 최근 대구참여연대의 후원회 ‘진통’에서 보듯, 상근 활동가의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활동가의 미래 계획이 전혀 없다. 상근 활동 이후에 뭘 할것인지..
▶정치권으로 진출한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많지만, 그들이 모범적이지 않다.
▶활동가의 전문성. 내공이 떨어져 있다.
▶활동가 세대 간 격차도 있다.
▶ ‘저급여’를 비롯한 활동조건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수준도 되지 않는다.
▶활동가의 관료적.수동적 자세도 문제다. 일 안해도 그만이라는 분위기도 문제다.
▶시민단체 재정이 절대적으로 열악하고 빈곤하다. 자립재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후원행사는 필요악이다. 제살 뜯어먹기식 행사에 그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
▶시민운동의 사업은 ‘지방정부 감시기능’이 여전히 필요하다.
▶시민단체 간 연대사업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잘 되지 않고 갈등의 여지도 있다.
▶시민운동의 영역 확대가 필요하다. 제도정치권 진출도 고민해야 한다.
▶주민운동으로 확대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준비 없이는 쉽지 않다.
▶시민운동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시민.공익활동을 지원하는 ‘공익재단’도 하나의 대안이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연구소’ 같은 활동도 필요하다. 서울의 ‘희망제작소’가 한 사례다.


= 김영철(교수.계명대.경제학. 5.31지방선대구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지난 5.31지방선거연대와 시민단체 토론회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굉장히 실망했다.
▶시민운동이 세련되지 못했다. 대학생 MT수준의 행사도 많다. 시민의 기대수준은 높은데...
▶시민단체는 ‘깃발’을 들고 자기 주장만 되풀이 한다. 시민들과 같이 가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이 ‘불만’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민단체 사람들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 특히 약속은 늘 늦는게 습관이 됐다.
▶시민없는 시민운동에 익숙해진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권력감시’라는 핑계로 시청 비판하는데 힘을 쏟는다. 시민운동이 시청만 상대하는가.
▶반대와 비판만 하면서 시민운동의 존재이유를 느끼는게 아니냐. 행정과 야합하는 부분도 있다.
▶시민운동은 ‘이념’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다.
▶시민운동, 운동권 수준을 넘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대학교수들이 시민운동에 참여하기 어렵다. 시민운동이 배타적인 것 같다.
▶시민운동가들은 누구와 어울리는가. 학계.언론계와 친하지도 않은 것 같다.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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