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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왜곡된 풍토에 매스를"
권혁장(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죽어가는 오래된 것을 버리고, 2007년 봄 새롭게 태어나자”
2006년 12월 08일 (금) 10:21:47 평화뉴스 pnnews@pn.or.kr
   
몇 년 전부터 시민운동에 대한 ‘위기’논의가 활발하다.
‘활동가 충원의 어려움, 회원과 시민참여의 정체와 감소, 고질적인 재정의 어려움, 전문가의 이탈, 연대운동의 기피, 활동가의 비전 상실’ 등이 대표적인 위기의 징후로 언급되어 왔다. 시민운동의 사회적 영향력과 대중적 지지도가 높을 때에도 언급되었던 위와 같은 얘기들이 요즘에 와서는 ‘시민운동의 위기’라는 심각한 표현으로 예사롭지 않게 논의되고 있다.

평화뉴스가 이 예민한 문제를 ‘대구시민운동,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물음으로 ‘작은 토론회’ 자리로 끌어냈다. 사실 사회를 맡기로 한 필자로서는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 이 광범위한 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토론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세부적인 쟁점을 무엇으로 세울 것인지, 문제제기를 넘어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어떻게 모아갈 것인지 등, 예상했던 대로 사회가 별 필요가 없었다.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가 막 쏟아졌다.


“시민운동의 위기...주장만 난무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시민운동”


문창식(대구환경운동연합.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운영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시민참여와 지지의 감소, 활동가의 위상의 추락과 역량의 약화, 열악한 재정구조, 시민운동의 분화와 이질화’ 등을 언급하며 시민운동이 위기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향후 시민운동의 나아갈 바로 ‘정치운동으로의 확장, 풀뿌리자치운동의 강화, 시민운동 진지의 확장’을 제안했다.

김영철(계명대 경제학과 교수.2006지방선거대구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지역사회의 요구수준에 부응하지 못하고 세련되지 못한 시민운동, 소통과 공감의 노력보다 주장만 난무하고 매너리즘에 젖은 시민운동, 권력감시운동이란 이름으로 시민없는 시민운동을 자초하고 있는 시민단체, 지역적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중앙에 끌려가는 시민운동’ 등 신랄하게 비판하며 ‘지역사회의 공공영역을 확대하고 살리는 시민운동’으로의 각성을 촉구했다.

함께 한 분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진국(대경인의협) 대표는 ‘선(민주)과 악(반민주)의 대립구도로 대표되는 87년 체제는 해체되었건만 시민운동은 아직까지도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있다고 위기를 언급하며 이를 극복해야 하는 활동가의 실력을 키우려는 노력 부족’을 질타했다.


“현재의 시민운동은 old, 낡았다, 구리다...자신부터 내면화하려는 노력을”


조광현(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기존 시민단체는 권력과의 교섭창구의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이제는 사회적 약자 특히 조직되어 있지 않은 대중들을 대변해야 한다.’며 시민운동의 변화를 촉구했다.
강금수(대구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합리성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의 한계를 비판하고 우리사회의 모순구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사회적 약자와 진정으로 연대하는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은정(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시민들과 구체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활동가의 관성과 관료화'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무궁한 상상력을 갖고 운동의 가치를 자신부터 내면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자’고 제안했다.
김성팔(대구은행) 월성동지점장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시민운동, 시민들과 공감하고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민운동의 폐쇄성을 깨자’고 제안했다.
김동렬(대구KYC) 사무처장은 ‘활동가만의 운동에서 시민의 역할을 만들어가는 시민운동, 시민이 하는 시민운동’을 강조하면서 ‘대학사회’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시민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활동가의 의미심장한 지적도 있었다.

장철규(대구환경운동연합) 간사는 현재의 시민운동은 ‘old, 낡았다, 구리다’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고 주변의 말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흐름과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new wave 시민운동이 필요한 것 아닌가’ 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김효정(대구참여연대) 간사는 ‘시민운동은 재밌고 매력적이다. 알아가면서 힘들어지더라. 이 힘겨움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민운동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은가’ 라며 운동주체의 문제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 평화뉴스 [작은 토론회]..'대구시민운동, 어디로 가야 하나?'..(2006.11.24. 대한성공회 대구교회)
 



“시민운동 내에 죽어가고 있는 오래된 것은 무엇인가?”


이처럼 이날의 토론회에서는 시민운동이 지니고 있는 운동의 가치관과 자세, 운동의 방식, 운동주체의 문제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시민운동이 위기인가 아닌가 라는 이론적 논쟁을 떠나 ‘작은 토론회’의 자리에서 만큼은 시민운동은 분명 위기에 처해 있었다.

모든 시민운동이 위기는 아닐 지라도 ‘전문가와 상근자를 중심으로 정책개입을 주로 하는 정책개입형.주창형 시민운동, 다양하게 제기되는 사회문제들을 국가(정부와 정치권)를 상대로 주로 해결하는 국가개혁중심형 시민운동, 87년 민주화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정성, 투명성, 형평성 등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의 합리성 실현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운동’은 분명 위기에 처해있다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은 위기를 “한 체제 내에서 내부 모순들이 축적될 결과 현행의 제도적 패턴의 조정으로서는 자체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른 정황”이라고 정의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옥중수고]를 통해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시기이다. 이러한 공백기에 대단히 다양한 병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위기를 정의했다.

이제 시민운동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체제의 변혁이 필요할 정도로 시민운동은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는가?’,
‘시민운동 내에 죽어가고 있는 오래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시민운동이 탄생시켜야 할 새로운 것은 과연 무엇인가?’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관성.관료화 극복, 조직구조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현재를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몇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첫째, 미래세계에 대한 시민운동의 상상력이 실종되어 있다.
인간, 자연,역사의 종합적 시각에서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복한 미래사회에 대한 구상이 부재하다.
이는 시민운동의 이념과 정체성의 혼란으로 나타나며, 시민운동의 목적과 지향을 모호하게 만든다.
당연히 시민운동가의 시대적 삶의 목적과 비전을 흐릿하게 만든다.

둘째,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 즉 국가와 사회의 공정성, 투명성, 형평성 실현을 중심으로 했던 87년 체제의 시민운동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사회양극화와 빈곤의 극복으로 대표되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즉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고통 받는 시민들의 삶의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

셋째, 지역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정책개입형 지역운동은 전문특성화된 지역운동으로 재정립 하고, 여타 지역운동은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풀뿌리 공동체운동으로 과감히 전환되어야 한다.

넷째, 활동가의 관성화, 관료화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개인의 문제로 전가할 수 없다. 현재의 조직구조와 운영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현재를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그것이 두려우면 관료적 조직체계라도 허물어야 한다. 불평등한 서로의 호칭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가 우리를 갉아 먹고, 운동적 고뇌가 운동성을 저하시키는 왜곡된 풍토에 매스를”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시민운동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과 미래사회에 대한 실천적 구상을 어떻게 시민운동의 힘만으로 개척할 수 있단 말인가.
‘정치운동, 풀뿌리자치운동, 전문화된 지역운동, 운동을 지원하는 운동’ 등 다양한 길을 개척해야 한다.
모든 것을 조직의 힘만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운동가 개인에게도 주목해야 한다.

오랫동안 얘기해 왔던 그간의 논의를 이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자.
그 정리를 위해 2007년 춘삼월이 오기 전까지 우리들의 마지막 고민을 나눠보자.
그리고 작더라도 너무나 소중한 우리의 합의를 만들어 내고 거침없는 변화의 실천을 단행하자.
변화를 위한 진실한 모색과 실천은 죽어가는 오래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운동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믿어보자.

모든 것을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자.
환경과 조건을 면밀하게 타산하는 것과 남 탓하는 것과는 명확히 구별된다.

알게 모르게 만연되어 있는 허무와 패배의 그림자를 이젠 걷어내자.
우리가 우리를 갉아 먹고, 운동적 고뇌가 운동성을 저하시켜버리는 왜곡된 풍토에 매스를 가하자.
갖가지의 혼돈과 고난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우리를 격려하자. 부족함이 있다면 채워주려 노력하자.
2007년 봄, 만물의 소생과 함께 우리도 새롭게 태어나자.


[시민사회 칼럼 87]
권혁장(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이 글은, 2006년 11월 27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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