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참담했던 대구 교육계"

평화뉴스
  • 입력 2006.12.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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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선(대구참학)...
"급식사고. 성적조작. 200대 체벌. 성추행..'교원평가'를!"

첫아이를 낳았을 때 달력에 동그라미 100개를 그어놓고 하나씩 지워가며 하루하루를 지내곤했던 기억이 있다. 숨이 넘어갈듯 울며 보채던 아이를 보며 ‘이러다 큰일나면 어떡하나, 백일만 넘기면 아이는 살 수 있을거야’를 수없이 반복하였던 초보엄마의 어설프나마 진정어린 걱정이 2006년 학부모운동을 정리하는 이즈음에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 올해가 며칠 남았냐?”. “정말 이젠 안하는것 맞지요?”
아침, 저녁으로 남편과 아들들, 심지어는 군대간 아들까지 전화로 참학 회장의 마지막 임기임을 다짐받고 확인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2006년 마지막 100일은 첫아이 양육시기와 같이 너무도 길게 지나가고 있다.


“급식사고, 성적조작, 200대 체벌, 교사의 여학생 성추행...타락의 끝은 어디인가?”

2006년만큼 학부모운동가로 힘겨웠던 적이 있었을까?
학기초 급식사고를 시작으로 터져 나왔던 각종 교육계의 비리와 반교육적인 상황들은 한달에 3번의 성명서를 내야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모의고사 치는 날, 학급당 수십 명이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원인규명 노력은 커녕 사실숨기기에 급급했던 학교. 학생들의 뒤늦은 문제제기로 밖으로 드러났지만 급식사고 위험과 학교급식부실은 여전히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학부모들이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단식시위를 하며 '내신 강화'를 비롯한 대학입시 개선책을 요구하던 와중에 벌어진 성적조작사건. 신뢰할만한 내신이 바탕이 된 공교육의 강화가 학교가 살길임이 분명한 현실에서, 공교육전체를 뒤흔드는 대구지역의 고교내신조작사건은 학부모들은 물론, 교육계를 향한 근본적인 믿음을 뿌리채 흔든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교사 한명의 해임으로 사건은 잊혀져 가고 있지만 당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신은 수시원서 접수까지도 이어지며 상담실의 문을 두드렸다. 심화반 학생들을 불러앉혀 “세상에는 알려서 좋은 것과 알려서 나쁜 것이 있다”며 감사의 직분을 망각하고 지도편달에 열중했던(?) 파견감사와 “학생의 장래를 생각해서 순수한 마음에서 답안지를 그대로 재작성해서 넣은것 뿐이었다”는 교사는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

단순한 규율위반을 체벌로 잡겠다고 상시적으로 학생들을 폭행해왔던 ‘200대 체벌사건’을 교사개인의 성격적 특이 상황정도로 치부하거나, 현장을 모르는 시민들의 무지를 탓하며 체벌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일부교사들의 주장은 대안마련에 소홀했던 핑계로 밖에 보이지를 않는다. 수년간 다수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폭행하고 있는 것에 애써 외면하고 대안마련에 소홀한 동료교사와 관계자들은 폭행교사와 마음을 함께 한 것이다.

‘대구 교육계 타락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자조 섞인 참담한 사건은 교사에 의한 여학생 성추행사건을 들 수 있다. “대구는 왜 그래요?” 전국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든 인사로 들었던 말이다. 앞의 사건은 이러저러하다고 설명이라도 보탤 수 있었지만 성추행은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교사성적조작에 문제 사전유출, 5분지각에 200대, 학생 목덜미 가격으로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는 때에 연이어 교육계를 강타한 여고생 성추행사건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학부모와 학생 시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은 이루다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수년간 아이들이 맞고 있었는데 교사들은 뭐 했냐?”
“아이들이 문제답안지를 찾아서 교육청에 신고 안했으면 계속 됐을 것 아니냐?”
“학교 안은 교사가 가장 잘 알텐데데도 문제가 드러나면 감싸기에만 급급하지 내부고발을 하지 않는다”
“학교안은 복마전이다, 죽의 장막이다. 피해를 감수할 학부모가 나오지 않는 한 외부로 드러나는 일이 없다”

‘교원평가를 통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라는 말이 회원모임과 홈페이지에 들끓어 올랐다.
학교안의 폐쇄적인 구조와 교사.학생이라는 수직적인 상하관계가 이런 일들이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교사의 자질과 능력과 도덕성이 항상 학생에 의해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교원평가의 전면실시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냈다.


“현장의 문제를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는 교원들에 대한 배신감, 그들은 이해할까?”

교원평가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분명한 입장에 대하여 교원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진보적 학부모단체라고 믿었던 참학에서마져 교원평가의 불순한 의도를 깨닫지 못하고, 교원평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일부 교원단체에서는 배신감마져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진보적 교원단체를 위하여 함께해 왔던 십수년의 세월동안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장의 문제를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는 교원들에 대한 배신감을 그들은 이해하려고도 않는다. 학생과 학부모 문제보다는 교원의 문제를 우선시하면서도 교원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순수하게 학생.학부모의 피해를 유발하는 학교현장의 문제에 대하여 자정적 고발을 하였던 경우를 들은 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스스로 되돌아보아야할 것이다.

교원평가를 반대하며, 교원평가저지에 힘을 합하는 교원단체들을 보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강력한 교원단체 활동에 달리 무슨 방도가 있겠는가? 국민들의 요구와 합의를 넘어설 반대명분과 주장이 존재한다면 그것 또한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우리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히 지켜야할 원칙은 정직하게 활동해야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교원평가 시안에 나와 있지도 않은 내용을 예견하여 사실인양 주장하며 반대명분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그런 주장을 하는 교사들은 교통사고가 예측되므로 차를 없애야한다고 주장하는 것과의 차이를 설명하여야한다. 실제성 측면에서는 불특정 다수에 의한 교통사고의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은 오히려 예축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교원평가의 시안을 대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3년에 한번실시하고, 평가결과를 성과급에 연동시키지 않고,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생 등으로부터 나온 평가 결과는 평가주체 영역별로 따로 채점하며, 영역별 합산도 하지 않는다’는 교원평가시안. 이 내용으로는 교사를 등급화 할 수도 없다.

교원평가를 통해 교사를 등급화 하고 성과급에 연동시키는 것에는 학부모 회원들은 반대하지만, 교원평가를 통해 부적격교원이 자연스레 드러나면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를 줄이면서도 ‘밀실’이 없어짐으로 인하여 학교안의 교육질서에 의한 자정이 가능하며, 정당한 교육목적은 이루어 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 시안으로의 교원평가라도 조속한 실시를 학부모들은 원하고 있다. 교육부를 온전히 신뢰 할 수 없으며 ‘기우’가 끊이지 않는다면, 등급화, 구조조정, 평가와 연결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공식화 하는 것이 교원평가를 무조건 반대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학부모회 임원 자녀의 성적조작, ‘불법찬조금’ 관행과 무관했을까?”

불법 찬조금 근절을 위해 대구참학은 4년간의 피눈물 나는 기나긴 여정을 소화해 내야 했다.
학교의 불법찬조금이 드러나면 본회 회원들은 학교운영위원들사이에나 교내학부모회 등을 통하여 고발자로 낙인찍혀 ‘왕따’와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고, 사무실은 해당학교 관계자들의 항의와 볼멘소리로 들썩거려야 했다. 학교에 돈을 내고 편리를 보려는 소수의 치맛바람 학부모들을 학교로부터 격리하는 일은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너무도 중요한 일이었음을 ‘H고 성적조작 사건’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학부모회 임원 자녀의 성적조작이 ‘불법찬조금 관행과 무관했을까?’라는 생각이 뇌리에 든다.

수십년간 학교에 보내 놓고, 학교에 기여 한 것이 없어서, 배움이 짦아 말하지 못했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교육청별로 표본 집계를 통한 학부모.학생 만족도 조사를 하였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수동적인 학부모학생들에게 교사의 활동을 개방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선량한 보통의 학부모들이 동등한 권리로 학교교육에 참여 할 수 있도록 개방 하는 것, 그것이 비록 ‘만족도 조사’라는 이름으로라도 교사의 ‘부적절한 행위’가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그것이 주는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평범한 학부모들의 의사소통이 상대적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제도로 교원․학교만족도조사수준의 교원평가시안이라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학교에 영향력을 미치는 특정의 유력한 소수의 학부모의 학교안의 효용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인 불이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도 학교와 교사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무기명으로 답할 수 있는 설문지 한번 주자는데 죽기살기로 반대하는 것에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합리적인 교사들이라면 진작에 스스로 먼저 나서서 이러한 주장을 하고 실현해 놓아야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들이 누더기라고 말하는 교원평가 안은 안나왔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신망 받는 교사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게 하는 교원평가”

교육계의 치부를 온전히 드러낸 2006년 대구교육계를 향해 대구교육청과 교육감, 관리자들의 책임을 수도 없이 물었을 때,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며, 현재는 닫힌 공간인 밀실 같은 교실에서의 최종책임자인 교사에 의해 저질러진 비리를 관리자에게 묻는 것이 적절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학부모들의 질타를 대구참학은 기억한다.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과 그들의 학부모로부터 신망 받는 교사는 교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구조적으로 그것을 지켜낼 수 없었다면 학교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구조를 바꾸어 나가야한다. 그러더라도 구조개선을 내세우면서, 지속적인 비리의 재발을 외면하고 있는 교사 및 대구 교육계를 2007년도에는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학생과 학부모의 좋은 평가가, '학생들에게 신망 받는 교사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게 하는 교원평가'라는 구조 바꿈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학부모들의 바람을 기억해 달라. 부작용을 내세우고 희망을 외면한 채 현실의 비리와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교사편의주의로 가지 않을 방법적 대안을 모색하여야할 것이다. 제도시행에서 생기는 문제는 개선해 나가는 방법적 대안이 학생학부모의 현실적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지렛대가 될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달력의 표시가 4장 남짓 남았다. 오늘 표한 까만 덧칠은 교육 희망에 덧칠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며, 2007년으로 이어질 새로운 활동가에 의한 대구참학의 활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기를 소망한다.

[시민사회 칼럼 89]
문혜선 (대구참교육학부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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