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주고 힘받고, 챙겨주며 삽시다"

평화뉴스
  • 입력 2007.03.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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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세이] 조윤숙..."결국은 사람 때문인데..행복하신가요?"


대구여성의전화 20주년 기념 여성인권운동사 책 편집을 위해 그동안의 활동한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놀랐다. 단체가 창립되면서부터 회원과 상근활동가들의 혼신과 노고, 땀과 열정으로 단체가 성장할 수 있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20년 전부터 회원들이 마음과 몸과 돈을 내어 아낌없이 함께 하였고 상근활동가들은 아주 작은 활동비를 받으면서도 기쁘게 활동하였다. 그간의 활동한 자료들을 보면서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몇 년전 대경여연 활동가 수련회에서 서울에 있는 여성단체 활동가를 모시고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활동가에게 10년 이상 상근을 하면서 지탱했던 힘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사람 때문'이었다고 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곁에서 함께 해 준 사람들 때문에 힘받으면서 운동하였다고 한 그 말이 나의 마음과 꼭 같았다.

회원활동 16년, 상근활동 10년을 하면서 기쁘고 행복한 날들도 많았지만 힘들고 고통스러울때도 많았다.
대구에서 여성운동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막막하고 힘들고 어두웠던 시절들이 많았다. 아무리 노력하고 열정을 바쳐도 세상이 변화되지 않는다는 좌절감,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고 변화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아무리 당연하다고 생각하여도 사회가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무기력감과 분노들! 그때마다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기뻐하던 동지들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그 많은 세월들을 견뎌냈을 수 있었을까?

행복의 척도는 그 사람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를 나누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양의 문화는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지만 한국사회의 문화는 나는 너이고 너는 나이고 곧 우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행복하다고 하여도 주위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힘들어하면 곧 내가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이다.

나 자신의 행복과 주위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 얼마나 감수성을 열어놓고 살고 있는가?
하루 하루 바쁘고 정신없이 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를 가지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신의 마음의 고통과, 주위의 고통과 힘듬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과연 행복하게 기쁨과 신명에 차서 운동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부와 명예, 안일한 이기주의 보다는 사회의 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스스로 행복하게 운동을 하고 있는가? 좋은 에너지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 에너지로 사람이 변하고 조직이 변화고 사회가 변한다.

조직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기 되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들이 중요하다.

나는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존경한다.
내가 알고 있는 활동가들은 그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도덕적이고 능력있고 품성 좋은 사람들이다.
조직에서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도 이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할말이 없다.
이전의 나는 개인의 욕구보다는 단체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에 더 중요도를 두면서 나 자신과 주위의 활동가들에게 끊임없이 열심히 활동을 해야만 한다고 닥달하였다. 개인의 욕구를 이야기 하면 운동의 당위성을 거론하면서 개인의 욕구보다는 단체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를 더 우선시 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개인이 변화하여야만 조직이 변하고 사회가 변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의 주위의 사람들을 챙기고 사랑하면서 운동하는 문화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나는 상근을 그만두더라도 어떤 자리에서 어떤 공간에서도 여성운동을 죽을때까지 할것이며,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지속적인 애정을 가지며 마음으로 몸으로 함께 할 것이다. 소중한 우리들의 자신들을 위하여 자신을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화합하며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게 운동하는 한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소중한 우리의 삶과 운동을 위하여!


[주말 에세이 29]
조윤숙(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



(이 글은, 2007년 2월 16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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