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야만성, 어떻게 응징해야 할까"

평화뉴스
  • 입력 2007.03.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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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 칼럼]
"진보 이름 팔았으면 적어도 '사람 차별'에 대해서는 민감했어야"


'출입국관리'한다고?
그게 사람을 불태울만큼 험악한 일인가.
어쨌든 일어나게 돼 있는 참혹한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꽤 오래전인데, 이곳 대구의 그런 것 관리하는 관청에 들렀다가 여수의 그 광경을 떠올릴수 있는, 동남아인 노동자들을 막 대하는 ‘관리인’들의 태도에 억장이 무너저내렸던 기억을 지금 생생이 떠올리고 있다.

오만방자하고 무성의하고, ‘왜 그러세요’라고 애걸하듯 한마디 했더니, 돌아온 대꾸인 즉, “이것들 다 불법체류자고 좋게 해서는 저들을 잡지 못합니다.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지마십시오”. 그놈의 ‘이상’이라는 소리, 참 많이도 듣고 살 팔자인가 싶다.

나는 이번 화재사건이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고 진상 사절을 파견하여 저들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의식을 치루기까지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우리의 야만성이 낱낱이 폭로되고 미의회의 청문회에 불려가서 일본의 성노예짓이 까발려지듯이 까발려지기를, 어쨌든 그렇게라도 돼야 속이 풀릴 것 같다. 다른나라에서 사람취급 받지못한 것이 억울해서 외국여행길이 막히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몇 갑절 비싼 댓가를 치러야 한다.
안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면 밖에 내던져 몇 갑절의 죄 값을 받게 해야 한다.
행패를 보다보다 못해 아들을 쇠고랑 차게 하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우리의 야만성을 쇠고랑차게 해야 한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장애인, 노인 …’ 현수막을 방방곡곡에 내걸 수 있는 우리의 야만성은 우리의 기질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거기에 무슨 과학한답시고, 압축성장이니 뭐니 하며 되잖은 설명을 붙이지 않아야 한다. 기질이니 그것에 버금가는 야만을 가지고 그 기질을 짓눌려버려야 그 기질 때문에 생기는 폭력을 누그러트릴 수 있다.

야만의 기질이 저돌적 팽창의 경제성장을 낳았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그것에서 더 깊게 빚어진 무사상 무정견의 풍조는 사람과 자연을 고민하는 것 자체를 조롱하는 극단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지금 뼈저리게 성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사상 무정견이 교육을 잡아먹고 연을 잡아먹고 있다. 사람 아닌 사람들이 양성되고 사람아닌 사람들이 한반도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진보를 내건 정부 맞나. 진보의 깃대아래 모인 열린우리당 맞나.
진보의 이름을 팔아 정부가 되고 여당이 되었다면, 적어도 사람차별에 대해서만은 민감했어야 하고, 눈에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사람차별에 대해 당장 유효한 조처를 취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외국인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해 시급한 조처를 취해야 했고, 그것이 흡족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것이 민생을 챙기는 것이고, 거기서부터 민생정책을 만드는 상상력이 발동하지 않겠는가. 그것에 멈칫거리다가 진짜 민생하고는 동떨어진 자들로부터 민생을 돌보지 않고 과거놀음했다고 공격받고 있다.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을 들어도 싸다.

우리의 엘리트들은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은 사람들을 이리저리 끌고다니는 전술에 아주 능한 정상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의심이 도무지 떠나지 않아서 내 스스로 참담해질 때가 많다.

간도조선족 마을이 해체되고 있다. 벌써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해체되어버렸다.
길게 100여년을 이어온 간도 조선족 마을이 불과 10여년 만에 그 뿌리가 뽑혔다.
한국에 가는 것이 꿈이고 현실이 된 간도 조선족, 그 꿈과 현실은 가족해체이고 마을해체로 이어졌다.

가족간 상호방문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 입국과 출국의 엄격한 통제, 그 어려운 입국을 위해 중국돈 5만위안(우리돈 600만원)의 뒷돈을 내야 한다면( 5만위안은 그곳 교사월급 2년치), 그들은 불법체류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가족해체, 마을해체가 가속되고 있다. 정부와 엘리트는 관료적 통제 이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가족을 가족으로 대접하고, 동족을 동족으로 대접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더깊게 감싸안는 비전과 정책이 없다. 지금은 그만한 여유도 있는데, 진보라는 이름을 흉내라도 낸다면 그렇게 할만해도 그러지 못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무능이다.

정부가 나서서 무엇인가 조치를 취하라.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거칠어도 좋으니 무슨 조처를 취하라.
가장 뒤쳐져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여론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일을 벌여라.

도탄에 빠진 백성과 가렴주구하는 엘리트로 나누어진 봉건의 세상이 지속되고 있다.
책임 있는 자를 가려서 응징해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한계지점의 윗선까지 응징해라.
거들먹거리는 자들에게 직접적인 무서움이기 위해 그 응징은 구체적이고 가혹해야 한다.

그러고 난 뒤 지속가능한 사회시스템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라. 노무현정부가 만약 실패했다면 시스템 만든다고 점잖 빼다가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 당장 할 것은 당장하는 거친 손맛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민남 칼럼 9>
김민남(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교육학과. mnkim@knu.ac.kr )



(이 글은, 2007년 3월 11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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