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초등학력진단평가 “부실 투성이”

평화뉴스
  • 입력 2004.04.0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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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교육청, 사설 출판사에서 문제지 사들여 검토도 않고 시행..시험 문제가 “문제”

영덕교육청이 지난 달에 관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력진단평가’가, 정답이 없거나 학생들의 발달정도와 창의성도 고려하지 않은 등 부실하게 출제됐다는 지적이 나와 말썽이 일고 있다.
특히, 영덕교육청은 이같은 학력진단평가를 시행하면서, 사설 출판사로부터 문제지를 사들인 뒤 시험문제의 적합성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시험을 치게 한 것으로 드러나 교육행정의 허점을 드러냈다.

교사가 봐도 모호한 문제...창의성이나 지역성도 고려하지 않아

영덕교육청은 지난 3월 16일 군내 10개 초등학교 2학년에서 6학년까지 2,270명을 대상으로 학력진단평가를 실시했는데, 전교조 영덕지회는 이날 시험문제 가운데, 아동발달정도와 지역성, 창의성을 고려하지 않거나 맞춤법이 틀린 것, 정답지에 오답으로 표기된 것을 포함해 문제가 있는 시험문제가 36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교조는, 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의 듣기문제(2개)가 똑같이 출제됐을 뿐 아니라, 한 문항에 맞춤법이 틀린 단어가 2개나 있는 것도 출제돼 교사들을 민망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 교사가 봐도 답을 찾을 수 없거나 모호한 문제와, 학생들의 발달정도와 창의성, 지역성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도 상당수 있었고, 정답지에 답이 잘못된 것도 10문제나 있다고 전교조측은 주장했다.

이밖에, 시험지의 인쇄상태가 좋지 않거나, ‘컴퍼스’ 등 시험 준비물을 잘못 알려준 것을 포함해 무성의한 시험문제가 많아 학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전교조 영덕지회는 이와 관련해 "교육과정의 기본조차 무시하거나 무성의하게 출제된 문제가 많아 공교육과 교육의 불신만 커졌다"면서, "이번 학력진단평가가 다양한 교육평가를 권장하는 제 7차 교육과정의 취지에도 어긋난만큼, 영덕교육청은 교육청이 시행하는 획일적인 학력진단평가를 재검토하고 이번 시험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출제된 문제> (()안은 전교조 입장)

- 6학년 사회
4번 문제. 인구이동의 원인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
① 주택문제 ② 직장문제 ③ 문화생활 향상 ④ 자녀교육문제
(정답은 4번라고 했지만, 그러나, 이는 가장 핵심적 원인일 수 있다)

- 4학년 사회
6번 문제. 아래와 같은 행사를 하는 목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어느 것입니까?
[국제탈춤축제, 강릉단오제, 한산대첩축제, 광주도자기축제, 부여백제문화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①고장 주민의 수입을 늘리기 위하여 ②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려고
③ 고장의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④ 고장의 명소를 알리기 위하여
(정답 4번이라 했지만, 4번 역시 지역 행사의 목적이 된다)

- 3학년 즐거운 생활
2번 문제. 위 노래(‘어깨동무’라는 전래동요)에서 장단을 맞추기에 어울리는 악기는
어느 것입니까? ① 소고 ② 탬버린 ③ 리코더 ④ 캐스터네츠
(정답은 1번이지만, 전래동요이기 때문에 ‘소고’라는 전통악기가 적당할 것 같지만 이것은 편견이다. 실제로 탬버린이나 캐스터네츠로도 장단을 맞추는데 별 무리가 없다. 오히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악기에 장단을 맞춰 노래 부르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 5학년 사회
20번 문제. 뜻밖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미리 약속한 경제적 보상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금융기관은 다음 중 어느 것입니까?
① 농협 ② 우체국 ③ 보험회사 ④ 증권회사
(정답은 3번이지만, 요즘에는 농협과 우체국에서도 당연히 보험을 취급한다. 또, 영덕지역에 있는 아이들은 보험회사보다 농협과 우체국이 가깝기 때문에 더 옳다고 봐야 한다)


영덕교육청 강문순 교육장은 이와 관련해 “영덕군의 학생 수가 많지 않아 교사들을 모아 일일이 문제를 다시 내기 보다, 한 사설 출판사로부터 다른 지역교육청에서 실시한 학력진단평가 문제지를 구입해 각 학교에 나눠줬다”면서, “사설 출판사에서 보내온 문제지를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것은 교육청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영덕교육청은 이번 시험을 위해, 초등학생 2,270명의 문제지 값으로 한 학생에 300원씩, 모두 68만원을 이 사설 출판사에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상북도교육청 심삼석 감사담당관은 이에 대해 “먼저 자세한 상황을 알아 본 뒤, 해당 교육청에 잘못이 있으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상북도지역에 있는 이 사설 출판사 관계자는, “안동교육청에서 출제한 문제지를 그대로 인쇄해 영덕교육청에 팔았다”고 밝혔는데, 전교조 안동지회는 안동지역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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