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삽'하거나 혹은 '무책임'하거나 (07.3.19)

평화뉴스
  • 입력 2007.03.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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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WBC 유치' 파문..."자료 내고 부하 직원 탓? 파장 커지자 발뺌?"


최근 대구시의 ‘WBC 유치’ 파문은 무책임한 시 행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구시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2007한국야구발전포럼’에 ‘제3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대회 적극유치’라는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는 ‘사업개요’와 ‘추진전략’, ‘기대효과 및 건의’ 뿐 아니라 ‘2007년 3월 말’이라는 유치의향서 제출시기까지 적혀 있다. 이날 포럼에는 대구시 체육시설담당(사무관)이 참가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때문에, 대구지역 주요 일간지와 방송은 대구시의 ‘WBC 유치’를 13일 저녁뉴스와 14일자 신문에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매체 가운데 상당수가 ‘오보’의 멍에를 썼다.
대구시가 포럼 다음 날인 14일 오후 “사무관 개인의견이 대구시의 공식적인 견해로 잘못 전해졌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결국 ‘오해’라는 게 대구시의 입장이다.

매일신문 3월14일자 27면(스포츠)
매일신문 3월14일자 27면(스포츠)
대구시 담당부서 직원은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야구장 건립 계획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WBC 대회를 유치하겠느냐”며 “현재로서는 WBC 대회 유치 계획이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남일보는 19일자 1면에 [공식 발표 후 파장 커지자 ”검토한 적 없다” 발뺌]이라는 제목으로 대구시를 비판했다. 대구시 명의로 발표한 자료의 최종 책임은 시장에게 있으며, ‘WBC'라는 대회 비중으로 볼 때 사무관 개인이 구상하고 발표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매일신문도 14일자 27면(스포츠) ‘WBC 유치 해프닝’ 기사에서 “파장이 커지자 대구시는 당황하는 모습”이라며 “대구시가 이같은 이야기를 한 것은 야구장 건설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있어 국고 지원과 민자 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매일신문 이 기사 끝에는 “일부 언론에서 이달 중으로 유치 의향서를 전달한다는 등 WBC 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와 우리로서도 당황스럽다”는 대구시 과장의 말도 실려 있다.

상식적으로 '유치 의향서 제출시기'까지 적힌 공식 자료를 '사무관' 개인이 혼자 고민해 만들고 발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파장 커지자 발뺌'이나 '국고.민자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논리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대구시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적극 유치’라는 자료를 냈다면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다.

매일신문의 분석처럼 ‘국고 지원과 민자 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었다면, ‘의도’를 위해 시민이나 언론을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게다가, 사무관 ‘개인의견’이 대구시의 공식적인 견해로 잘못 전해졌다면, ‘국제대회 유치’라는 큰 사안을 사무관이 함부로 말했거나 대구시의 조직이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영남일보 지적처럼 ‘부하 직원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했다면 ‘상급자의 얍삽한 처신’이라는 비아냥이 뒤따를 만하다.

‘자료 따로 해명 따로’.
대구시의 이번 ‘WBC 유치’ 파문은 어느 쪽에서도 보더라도 신뢰를 얻기 힘들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이 글은, 2007년 3월 13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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