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만의 이야기를 찾아서..."

평화뉴스
  • 입력 2007.04.06 10: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에세이] 임언미(대구문화 편집장)
..."자신 만의 향기를 품은 사람이 진짜 아름답다"

주말이 되면 도심이 한산해 진다. 주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무작정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보다는 테마, 이야기가 있는 여행코스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한류 열풍이 이어지면서 인기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가 여행코스로 우선순위에 꼽히고 지방 자치단체들이 각종 후원을 아끼지 않으며 촬영장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의 도시들이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인기 장소로 손꼽히는 이유도 바로 그 도시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인어공주 동상을 보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을 찾고 독일 가곡 로렐라이의 무대가 된 라인강변 로렐라이 언덕을 찾아간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고 로마의 스페인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진실의 입’을 찾아 손을 넣어본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꼽히는 나폴리를 같은 이유로 희망 여행지로 꼽는 사람도 많다.

반면 ‘이야기’에 의해 멋지게 포장된 여행지의 모습에 큰 기대를 안고 찾아갔다가 적잖게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색이 바랜 모습으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인어공주의 동상, 황량한 바닷가 나폴리 항구의 모습만을 눈으로 확인하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드라마 촬영장의 이기적인 상술에 실망해 고개를 젓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곳을 가든 그것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힘은 그것을 향한 열린 마음과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자신만의 이야기(향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고 그것을 아는 것이 진짜 멋진 여행이 아닐까.

최근 대구의 근대 역사를 시민들의 ‘생활사’ 중심으로 기술된 [대구신택리지]가 출간됐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지난 5년간 대구에서 백두산 왕복거리에 가까운 약 2,000km를 (사)거리문화시민연대 조사팀이 직접 걸으며 제작한 워킹 가이드북이다. 구한말에서 최근까지의 도시 변천사를 공간과 장소를 중심으로 자세히 표기하고 있어 도심지 문화재와 명소·문화공간의 흔적을 찾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동성로, 교동, 삼덕동, 대봉동….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300년 넘게 대구 경제를 견인한 서문시장과 약령시의 과거와 현재 모습, 세계100대기업 ‘삼성’을 키워낸 섬유산업, 서병오, 김광제, 이상화, 현진건, 이육사, 이인성, 이쾌대, 박태원, 권태호, 김석형을 키워낸 곳, 이곳 대구에 대한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어린시절 할아버지,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잠들었던 기억 하나쯤 있을 것이다.
[대구신택리지]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오신 ‘옛날’의 생활사다.

가족 3대가 함께 대구 도심을 걸으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학생시절 때 체험했던 이야기를 손자와 손녀들에게 들려주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는가? [대구신택리지] 테마 코스를 따라 지역의 도심을 여행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쉽게 가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번 주말에는 대구 도심 속 역사의 현장을 찾아 그곳에서 가족만의,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멋진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주말 에세이 35]
임언미(월간 '대구문화' 편집장)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