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은 사유재산이 아닙니다"

평화뉴스
  • 입력 2007.04.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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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고백] 임병국(영천팔레스)
"세금.후원금으로 운영되는데 아직도 혈연.학연이.."


사회복지에 꿈을 두고 현장에서 근무한지 어느덧 1년하고도 반이 되어가는 평범한 사회복지사입니다.
현장에서 처음 근무 할 때 쯤 누군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그땐 아무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그 말이, 지금의 제 모습들을 돌아보며 후회로 와 닿습니다.
지금까지의 그 시간들을 내 안에 담아두지 못하고, 그저 스쳐 흘려버린 것이 아닌지... 어쨌든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하루하루 재촉하기도 바쁜 요즘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던 학생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을 현장에 적용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을 거라는 말.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사회복지를 공부 하면서도 사회복지에 뚜렷한 정의, 정답을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한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저는 막연한 문제 이상의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피부로 느끼고 안타까웠던 점은 아직도 사회복지시설을 사유 재산인양 이해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라 생각합니다.

사회복지법인과 산하 사회복지시설을 만들면서 개인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그 의도를 추호도 욕할 의사는 없습니다. 그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사업을 개인의 마인드로 시작 할 수 밖에 없는 사회복지의 현실을 개탄하는 바입니다.


"투명성과 공공성? 현장에선 감히 뱉기도 어려운 말"

결과적으로, 그 숭고한 초심을 유지하기가 저희 시설 뿐만 아니라 다른 여하의 시설들도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클라이언트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는 재단도 많겠죠. 하지만, 제가 보아오고 느낀 대부분의 시설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부분이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에게 가장 힘들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아직도 많은 복지재단들이 혈연, 학연에 의한 지배통치를 하고 있다 보니 공공성과 투명한 운영을 외치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을 오히려 버티기(?) 어렵게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민의 세금과 후원금으로 운영 되어지는 시설이 어느 곳보다 투명하고 공공성 있게 운영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현장에선 감히 뱉기 어려운 말이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예전 에바다와 청암사건 등은 저에게 많은 고민을 던진 바 있습니다.
사회복지를 바꿀 수 있는 힘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스스로 깨어나서 함께 고민할 때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을 갖고... 미약한 힘이나마 저희 시설에서 함께 고민하고 목소리를 함께 내는 직원들이 늘어남을 보며, 이 목소리가 언젠가는 사회복지를 바로 서게하는 밑거름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또 힘을 내 봅니다.

하루 하루를 살아가기가 기나긴 논술시험을 치르는 듯한 요즘입니다. 정답을 알 수도 없고, 끝을 알 수도 없기에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사회복지법인은 사유 재산이 아니므로, 공공성 있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이 논리만으로 싸우기에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들은 약자이기만 하더군요. 결론적으로 저희 시설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1년여의 시간을 싸워왔고, 앞으로도 싸워 나갈 것입니다.

「노동조합」, 사회복지사가 무슨 노동조합이냐...
장애인을 볼모로 사회복지사의 이익을 챙기려는 빨간색(?) 집단으로 세상은 저희를 이해하더군요.
이해합니다. 저 또한 조합을 만들어 싸워 오기 전까지 그런 편견들로 노동조합을 바라 봐 온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웃으며 일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현실...사회복지사의 딜레마"

하지만 사회복지개혁, 법인 민주화 투쟁을 외치기 이전에 노동조합이라는 그 자체의 색깔로도 동료집단의 편견과 시설내의 이루어지는 비민주적 횡포, 재단의 탄압 등으로 지칠 때가 많았습니다.

‘사회복지계의 노동조합’,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우리지역에서는 낯선 용어임이 틀림없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찌 생각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와서 느끼는 바는 사회복지개혁 뿐 아니라 노동권 보장 등 어느 것 하나도 놓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사회복지개혁! 법인민주화! 이 구호가 우리 투쟁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에게도 법적인 노동권을 인정하라는 목소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복지재단은 일방적인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하고 있고, 이에 소진 되어가는 사회복지사들을 보며 많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그 권리를 포기할 때 목소리 또한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이런 글이 저에게는 낯설지만, 현장에서는 매일 일상의 일들로 싸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싸운다는 말이 조금 걸리지만, 사실 저도 싸우기 싫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고 싶은 평범한 사회복지사입니다. 이것이 저의 딜레마, 혹은 사회복지사들의 딜레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웃으며 일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현실...

그냥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그 즐거움이 클라이언트에게 진심으로 다가설 수 있는 사회복지사이고 싶습니다.
참 쉬어보이는 말이지만, 만만하지 않다는 게 현실입니다. 사회복지사 여러분! 눈을 뜨고 귀를 여십시오. 생각을 입으로 뱉으십시오. 이런 마음들로 자신에게 당당한 하루를 만들어 갈 때, 진정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웃고 싶습니다.

[사회복지사의 고백 19]
임병국(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대경지역지부 영천팔레스 노동조합 지회장)




※ [사회복지사의 고백]은 <평화뉴스>와 우리복지시민연합(www.wooriwelfare.org)이 공동연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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