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힘을 실어줘야죠"

평화뉴스
  • 입력 2007.04.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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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필>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남성 모임
..."처가 식구들에게도 '장기비자' 내줬으면"


우리나라 국민 8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과 결혼한다. 지난해에도 4만여명이 외국인과 결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6천여명이 외국인 배우자와 이혼했다. 한해 전 4천여 명에서 2천여명이 더 든 것이다.
이혼사유로는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과 사회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점이다.

대구에는 이런 문제들을 극복해 나가려는 남편들의 모임이 있다. 필리핀 아내와 결혼한 코필(KorPhil) 회원들이다.
코필(KorPhil)은 'Korea Philippine'의 줄임말로, 셋째 일요일마다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 모여 서로의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 나오는 필리핀 근로자가 500여명이나 되고, 그들 중 한국인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은 80여명이다. 이들 가운데 코필(KorPhil) 여성회원은 30여명, 남성회원은 10여명이다.

코필(KorPhil) 남성회원들..
코필(KorPhil) 남성회원들..

코필(KorPhil)은 지난 2000년도에 처음 한국에 온 아내들이 이민자로 잘 정착할 수 있게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도움을 받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활동이 부진했다가 7년이 지난 지금 2세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 교육문제가 닥치자 다시 모임이 활성화됐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회원은 6명. 회원 가운데 코필(KorPhil) 모임을 만들 때부터 같이했다는 윤상호(39)씨는, "필리핀에 있는 처가식구들도 한국에 오래 머물게 해주고 싶다"며 '장기비자' 문제를 꺼냈다.


“필리핀에서 친척들이 한국에 오면 맘 편히 지낼 수 있게 장기비자가 시급해요. 아내는 이제 ‘한국인'인데, 장모님은 딸집에 와 편히 있을 수 없다는 걸 속상해하세요. 미국에서는 친척에게도 5~6개월씩 체류비자를 주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네요.”

윤씨는 또한, 이 모임이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숨어있는 회원들 찾는 문제도 해결해야죠. 모임이 활발해지려면 참가하는 사람이 많아야 하니까요. 홈페이지도 새로 만들어요.”

한국으로 시집온 필리핀 여성들은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심한 경우 가정폭력사태로 이혼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코필(KorPhil)회원들은 “부부가 의사소통이 원할해 지는데 1년넘게 걸리는 만큼 10여년을 함께 살다보니 문제점들이 극복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여성분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이민자들을 위한 쉼터’도 만들어요.”
회원 가운데 구정동(40)씨는 다부진 각오로 말했다.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코필 2세'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코필 2세'

이들은 매번 모일 때마다 만원씩 회비를 낸다. 만일을 위해 모아두는 것이다. 처음에 이민자정착 문제로 시작했던 이 모임은 ‘평등’과 ‘인권’이야기까지 흘러갔다.

이들의 바람은 "아이들이 우리나라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코필(KorPhil) 여성회원이 남성회원의 3배지만 이들은 모임에서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고 풀어나가려 한다.


일이 없으면 아내와 함께 가톨릭근로자회관에 와서 같은 처지의 부부들과 어울린다는 최순봉(47)씨.
최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아이가 좁은 회관에서 뛰놀다 차사고 라도 당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해했다.
최씨는 그래서 “모임 때 아이들을 봐줄 사람을 구하자”고 했다.

가톨릭근로자회관에는 또 다른 필리핀 공동체도 있다. 필리핀근로자협회 포와(Powa-Philippine of worker association)다. 합법적으로 이주한 코필(KorPhil)회원들은 포와(Powa)에서 해결하지 못한 불법체류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이날은 코필(KorPhil)이 포와(Powa)와 함께 사무실을 쓰기로 한 첫 날이었다.
남편들은 회의가 끝나자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필리핀근로자 바베큐 파티'에 참석했다. 가톨릭근로자회관옥상에서 이뤄진 파티는 삼겹살과 바베큐 굽는 열기로 뜨거웠다. 한국문화의 삼겹살, 외국문화의 바베큐. 파티에 참석한 한국과 필리핀사람들은 삼겹살과 바베큐를 먹으며 더욱 다름을 인정했다.

한편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는 일요일마다 '일요시장'이 열린다. 여기에선 필리핀 물건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끼리 필요한 물품을 사고판다. 또한 이날은 대구에 있는 필리핀은행에서 나와 근로자들이 고향집으로 송금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글.사진 평화뉴스 오현주 기자 pnnews@pn.or.kr / uterine@nate.com


이날(4.15) 바베큐파티에 3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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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마당에 들어선 '일요시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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