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으면 장애인 내 딸은 어떡하나.."

평화뉴스
  • 입력 2007.04.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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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활동보조인' 요구하며 시청 앞 집회.
경찰과 대치, 5명 연행됐다 풀려나기도..


"내 딸이 햇빛도 못보고 집 안에만 사는데 그 심정을 아느냐, 이건 장애인부모 아닌 사람은 모른다".

중증 장애인 강모(37)씨 어머니 나은실(70.상인동)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먹였다.
오늘(4.26) 오후 2시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장애인 차별철폐 결의대회'에 참가한 나씨는 딸에게 매달 160시간씩 지원되던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당장 다음 달부터 받을 수 없게 되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한다.

"내가 죽더라도 내 딸이 혼자살려면 활동보조인은 꼭 필요하다"며 "듣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는 딸이 어떻게 활동보조사업 기준표에서 0시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막아선 사복 여경들에게 항의하는 나은실(70)씨..
휠체어를 막아선 사복 여경들에게 항의하는 나은실(70)씨..


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준비하던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경북투쟁연대(이하 420장애인연대)] 30여명은 경찰 300여명이 코앞까지 와있는 가운데 40분간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지난 4월 5일 대구시에 요구했던 ▶장애인이동권 보장 ▶장애인활동보조인 서비스지원 ▶지역사회치료서비스기관 설치 및 방과후 프로그램, 야학기관 지원을 포함한 지역사회서비스체계 구축 ▶아시아복지재단에 대한 주민감사청구 결과 이행에 관련해 대구시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한 점 ▶ 지난 4월 21일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규탄하기 위해 이날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집회 신고 장소가 '시청 주차장'이라는 이유로 시청 현관 앞 집회를 막았다.
이에 [420장애인연대]는 "장애인 30여명에 비해 경찰이 300명이 막아서는 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비난했다.
거듭된 경찰의 경고에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차라리 잡아가라. 감옥에서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게 지내기 더 낫겠다"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이 때 경찰과 대치하던 [장애인지역공동체] 박명애 대표를 비롯해 장애인 여러 명이 휠체어에서 떨어져 다치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시위법위반으로 한국사회당 대구시당 채민정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을 연행해갔다.
이들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집회장소를 시청주차장으로 옮긴 [420장애인연대]는 지난 4월 21일에 이어 또 한번 경찰의 과잉대응을 규탄하며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장애인들의 피맺힌 울음소리를 들었다"며 "기본권,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그렇게 잘못됐냐"고 반문했다.

지난 4월 21일 연행된 적이 있는 차은남 민주노동당 당원도 "그날 아스팔트에 스며든 눈물이 차별의 벽을 뚫고 저 사람들의 심장을 뚫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씨는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라며 "오늘의 이 분노, 서러움을 잊지 말자"고 했다.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이순화 부회장은 "지난해 42일 단식농성 대치때 남편이 두 손가락을 잃었다"며 "내 아이가 장애인을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울먹였다.

다행히 시청주차장에서 결의대회가 진행되는 도중 연행됐던 5명은 풀려났다.
[420장애인연대]는 대구시 교통국(별관)과 중구청을 거쳐 행진한 뒤 시청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중부경찰서 수사과 담당자는 "과잉진압이 아니라 신고한 장소에서 하지 않는 집회는 엄연한 불법이다"며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오현주 기자 pnnews@pn.or.kr / uterine@nate.com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결의문] 대구시에 장애 인권은 없다!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아 매일 외출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40%에 달하고, 70% 이상의 장애인들이 실업에 허덕이고 있으며, 50%가 넘는 장애인들의 학력이 겨우 초등학교 졸업 이하라는 지표는 이땅을 살고 있는 장애인의 처절한 현실을 말해준다. 노동, 교육, 이동, 문화, 정보접근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배제 당해온 장애인의 삶을 사랑과 봉사의 허울로 포장하여 장애인 차별의 사회구조를 강화시키는 모든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며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경북투쟁연대는 4월 5일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시에 지역 장애인들의 피맺힌 요구를 담은 420투쟁연대요구안을 제시하고 모든 것에서 배제된 처절한 장애인의 현실을 이야기해 왔지만 결정권한이 없는 시실무자들이 나와 420투쟁연대 요구안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에 대한 파악조차 하지 않고 면담에 임하는 등 장애인들의 피맺힌 한과 분노를 담은 요구에 대해 예산운운하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였다.

김범일 대구시장을 비롯한 관계 책임자는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기본권보장을 외치고 있는 피맺힌 장애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인간으로서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살고자 하는 당연한 요구에 대한 응답은 무책임한 외면과 잔인한 폭력진압이란 말인가!

대구시의 기만적인 정부 활동보조사업 방침의 강행으로 기존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다가 당장 5월부터 시설과 골방의 삶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장애인이 속출하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목숨을 담보로 휠체어리프트를 타거나 그 마저도 이용할 수 없어 차별의 버스계단 앞에서 눈물로 돌아서야 하는 장애인이 있다. 장애인의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이동의 권리조차 철저하게 외면하며 장애인을 시설과 골방으로 내 모는 대구시는 심지어 생존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차디찬 시청주차장 바닥에서 밤을 샌 중증장애인들을 시 공무원과 전투경찰을 동원해 잔인하게 쫒아내었다.

420투쟁연대는 지역 장애인들의 피맺힌 요구를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경찰폭력을 동원해 집회의 권리까지 박탈하는 대구시의 기만적인 태도를 규탄하고, 대구시 행정의 총 책임자인 김범일 시장에게 420장애인기본권 해결을 촉구하며 우리는 더욱더 가열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그날까지 대구∙경북 420투쟁연대는 끈질기게 투쟁할 것이다.

2007년 4월 26일
장애인차별철폐대구경북투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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