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민주, 맘껏 안아주고 싶지만.."

평화뉴스
  • 입력 2007.05.0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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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 최주현.송철민씨 부부...
"민주는 곧 백일인데, 활동보조까지 줄어 막막"

이렇게 예쁜 민주...오는 5월 17일이면 '백일'이 된다.
이렇게 예쁜 민주...오는 5월 17일이면 '백일'이 된다.

송철민.최주현(26) 동갑내기 부부. 이들에겐 오는 5월 17일 백일을 맞는 딸 민주가 있다.
이 부부는 조금 남다르다. 아기를 안고 싶어도 맘껏 안을 수 없는 중증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둘 다 ‘장애인’으로 애뜻한 사랑을 일궜고 그 사랑으로 힘겹게 민주를 낳았다. 다행히 아기는 건강했다.

그런데, 아기의 백일을 앞두고 한창 행복에 겨울 이 가정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대구시가 매달 160시간씩 지원하던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5월부터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부담 4만원’도 새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확정한 ‘활동보조사업’ 지침을 통해 '한가정당 한명의 활동보조인, 최대 80시간까지 지원'이라고 못박았다. 때문에 부부는 둘 다 장애가 심하지만 남편 송씨 앞으로만 활동보조인 80시간을 지원받게 됐다.

이 부부의 한달 수입은 겨우 30만원.
남편 송철민씨가 한국사회당 장애인위원회 간사로 일해 버는 10만원과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후원하는 20만원이 전부다. 이 돈으로는 생활비는 고사하고 민주의 분유와 기저귀 값을 대기도 벅차다.

송씨는 “부부가 활동보조서비스를 모두 받으려면 서류상 이혼을 해야 한다”는 동사무소 직원의 말은 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 최주현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활동보조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자신의 이야기를 올렸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예산이 없어 어쩔 수 없다”였다.

26살 동갑내기 최주현.송철민씨 부부
26살 동갑내기 최주현.송철민씨 부부
최씨는 지난해까지 경기도의 한 요양시설에서 지냈다.
어린시절, 최씨가 중증장애아란 걸 안 부모가 그녀를 요양시설에 맡겨 줄곧 시설에서 생활했다. 그녀가 남편 송씨를 처음 만난 건 1996년 경기도 삼육재활학교에서다. 송씨가 일반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대구로 내려 온 뒤 둘은 인터넷으로 연락을 이어갔다. 남편은 대구대 정보통신과에 입학해서도 한 달에 몇 번씩 그녀를 보러 힘겨운 걸음을 했다.

이들은 10년간 애틋한 사랑을 키워 오다 지난해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시댁에서는 아들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진 며느리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고, 둘은 집을 얻어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최씨의 수급권이 사라지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정말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우린 더 어려운데 그들처럼 보조금도 못 받아요"

그래도 이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들의 딱한 사연을 들은 많은 이들이 민주의 출생을 축복해줬기 때문이다. 보내준 배냇저고리만 해도 여덟 벌이나 된다. 또 다른 집 엄마들은 아이들이 커서 못 입게 된 옷 하나둘을 모아 주기도 했다.

부부는 민주가 자라면서 자신들 때문에 다른 아이에 비해 뒤쳐지지나 않을까 고민이다. 그래서 아빠 송씨는 딸을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 민주에게 나무이름, 꽃 이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단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에 활동보조인 서비스까지 줄어든 막막한 삶 앞에 걱정이 앞설 뿐이다.

대구장애인복지관에서는 이 부부의 딱한 사연을 듣고 주2회씩 산모도우미를 한두 달 더 지원해주기로 했다. 또, 민주 100일을 기념해 사진촬영과 가족사진을 찍어주기로 약속했다.


"어떤 옷을 입혀 백일사진을 찍을까"
백일 앞둔 민주를 보는 부부는 그래도 행복에 젖어 웃음을 잃지 않는다.

민주는 크면서 ‘엄마’, ‘아빠’ 말을 배울 것이다.
또 세상에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도 하나 둘 알아갈 것이다.

어떤 이는 "장애 부부가 뭣 하러 애는 낳아서 그러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부부는 남들과 똑같이 사랑했고 그 결실로 예쁜 민주를 얻었다.
앞으로 마음 아플 날도 많겠지만 방긋 웃는 민주를 보며 오늘도 부부는 위안을 얻는다.


▶도움 계좌: 농협 163-12-383130(최주현) 연락처: 010-8488-3615(송철민)


글.사진 평화뉴스 오현주 기자 pnnews@pn.or.kr / uterin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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