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다쳐도 '산재' 못받는 외국인 근로자

평화뉴스
  • 입력 2007.06.0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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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들킬까봐 산업재해 신청도 못해"
...일 시킨 사업주도 "나 몰라라"


수술자국이 남아있는 송현(43)씨.
수술자국이 남아있는 송현(43)씨.


외국인 근로자 송현(43.중국국적)씨는 4개월 전 자동차 부품을 찍어내는 프레스 일을 하다 주먹을 쥐었을 때 튀어나온 뼈가 으스러져 수술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산업재해 처리를 해주지 않고 기본금만 지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 두혁(23)씨도 지난 2003년,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일을 하다 장갑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 엄지손가락 마디를 잃었다. 두혁씨는 추운 날씨에 잘린 곳을 붕대로 감고 일하다 결국 감염으로 손가락 마디를 잘라냈다.



두혁씨와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관계자가 끊임없이 산재요구를 해 보상을 받아냈다.

지난 3일, 쉬는 날을 맞아 [대구 외국인 근로자 선교센터](달서구 진천동)를 찾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교회에서 주최한 의료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이 자리에는 자동차 부품을 찍어내는 기계 버튼을 장시간 누르다 손가락이 마비된 사람에서 만성 근육통을 호소하는 사람까지 크고 작은 병으로 40여명이 몰렸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평균 10시간씩 일한다는 이들은 ‘감기’나 ‘근육통’은 달고 산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불법 체류자 신세로 아파도 의료,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은 갈 엄두조차 못낸다고 전했다. 사업주가 산재나 의료보험에 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현행 산재보험은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이 허가된 합법 근로자이든 불법 체류자이든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러나 불법체류의 경우 산재처리가 끝난 뒤 ‘근로복지공단’에서 ‘출입국관리소’에 불법체류를 신고해 강제 출국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도 자비로 치료비를 해결하거나 의료보험증을 빌려줘 치료하게 하기도 한다.
또 합법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도 산재신청을 늦추다 불법 체류자가 되면 뒤늦게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실상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하다 다쳐도 병원비가 없어 못가고’, ‘산재처리가 돼도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돼 버린다.

산업재해 처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신청서"를 작성하면 되는데, 이 때 병원 진단서와 사업주의 확인 날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업주가 불법 체류자 고용사실을 들키거나 관련 벌금을 물게 될까봐 확인 날인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확인 사유서’를 첨부해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대구 외국인 근로자 선교센터]에서는 이처럼 사업주 날인 없이 산재신청을 도와준 사례가 지난해에만 20여건이다.

[대구 외국인 근로자 선교센터] 고경수 소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산재를 당해도 사업주가 요양 신청서에 날인을 거부하거나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정작 외국인 근로자들은 말도 못하고 앓고만 있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 출입국 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산재로 입원한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합법적 체류자격인 ‘P-1’ 기타 체류자격으로 분류돼지만 치료가 끝나고 자진 출국하거나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5월까지 대구지역 산재 신청 건수는 불과 46건. 이 가운데 산재 처리된 합법 외국인 근로자는 18명, 불법은 15명이다. 또 산업 연수생도 8명이다.

[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를 나오면서 짧아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두혁씨가 추운 날씨에 아팠을 손가락만큼 한국에 와서 품었을 꿈 많은 마음마저 도려진건 아닌가 불편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글.사진 평화뉴스 오현주 기자 pnnews@pn.or.kr / uterine@nate.com




의료 상담 중인 외국인 근로자, 그 옆 통역을 도와주고 있는 교회 관계자.(6.3 달서구 진천동 대구 평화교회)
의료 상담 중인 외국인 근로자, 그 옆 통역을 도와주고 있는 교회 관계자.(6.3 달서구 진천동 대구 평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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