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집단의 관행, 내부 개혁은?"

평화뉴스
  • 입력 2007.06.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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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작은토론회...
"민교협.민변.인의협, 내부 감시 제대로 못하고 있다"

발제하고 있는 [민변] 송해익 대표. [민교협] 강영걸 대표...평화뉴스 작은 토론회(2007.6.5 성공회대구교회)
발제하고 있는 [민변] 송해익 대표. [민교협] 강영걸 대표...평화뉴스 작은 토론회(2007.6.5 성공회대구교회)

1987년을 전후해 교수.변호사.의사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이 우리 사회 민주화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2007년, 이들 전문가들이 속한 학계.법조계.의료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사회적으로 민주화.인권.평등 같은 의미있는 가치를 말하면서도 정작 전문가 집단 내부의 개혁은 기대만큼 되지 않기 때문이다.

6월 민주항쟁 20년을 맞아, 전문가 단체의 성과와 문제를 따져보는 토론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는 5일 저녁 대구시청 인근의 [대한성공회대구교회]에서 진보적 성향의 전문가 단체 대표 3명을 초청해 “6월 항쟁 20년, 대구 전문가 단체에 묻는다”란 주제로 <작은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대구경북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 강영걸 대표(대구대 산업복지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대구지부] 송해익 대표,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김진국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날 토론회는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의 사회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가량 이어졌으며, 대구지역 학계.법조.의료계 인사와 언론계, 시민단체 회원을 비롯해 40여명이 참석했다.


"학계의 표절, 법조계 전관예우, 의료계 약값 리베이트...전문가 집단의 '관행' 언제까지?"

먼저 [민변] 송해익 대표는 “1988년 민변이 창립된 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인권침해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고, 관련 단체들과 협력하면서 법적 민주화에 기여해 왔다”며 민변의 성과로 들었다.

그러나 송해익 대표는, “90년대 중반 이후 법조계가 눈에 띄게 보수화됐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다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내부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민교협] 강영걸 대표는 ‘교수 사회의 기능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민교협의 한계를 찾았다.

강 대표는 “민교협은 89년 창립된 뒤 경북대 총장 직선제와 영남대.대구대의 민주화를 이루기도 했지만, 사회적 가치보다 개개인의 이익이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교수들과 이런 풍토를 조장하는 대학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민교협이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의협] 김진국 대표는 국가 권력에 의해 용인돼 온 전문가 집단의 ‘관행’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의료계는 약값 리베이트, 사법부는 전관예우, 교수사회는 표절이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40대 남자가 지하철에서 여자 엉덩이를 만지고 나서 이를 ‘40대의 관행’이라고 하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냐”고 전문가 집단을 꼬집기도 했다.


이어, 사회자 유지웅 편집장의 질문과 발제자들의 답변이 이어졌다.

▶민교협.민변.인의협 모두 ‘서울 중심적’으로, 지역의 독자적 역할이 부족하지 않은가?
- 민변 송해익 대표 : 대구지부에 총 17명의 변호사가 있어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다
- 민교협 강영걸 대표 : 회원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지부차원에서 투쟁할 여력조차 없다
- 인의협 김진국 대표 : 나름대로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역 차원에서 병원이나 의료계 전체의 문제를 건드릴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민변 송해익 대표]
▶고비용 법률서비스 구조에서 [민변] 변호사의 수임료도 여전히 비싸다는 말들이 많다.
- 대구가 법률 서비스 비용이 제일 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비용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공익소송의 경우 민변 기금으로 변호에 나서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민변]이 전문적인 영역인 판결이나 검찰의 잘잘못에 대해 내부 비판을 할 수는 없는가?
- 법원 내부에서도 법률 용어를 쉽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점차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나 검찰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아직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 고민하겠다.

[민교협 강영걸 대표]
▶[민교협]이 대학내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대학사회 내부 문제에는 왜 적극 나서지 않는가?
- 각 대학마다 교수협의회가 따로 있어 전국의 대학을 상대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게 쉽지 않다. 민교협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교협]의 내부 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 관료화됐거나 할 일을 못찾는 것 아닌가?
- 민교협의 ‘관료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민교협 내부 힘이 워낙 떨어져 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의협]은 의료계 병폐를 알고 있으면서 이런 문제를 왜 드러내지 않는가?
- 의료계는 의료소비자 운동이 전혀 없다. 인의협이 발버둥쳐도 소비자 운동이 받쳐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개혁하기가 힘들다.


"민교협, '해체' 검토한 적 없나?...사회적 책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토론 참석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전문가 단체들이 내부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따졌고, 대구경북통일연대 오택진 사무처장은 ▶전문가 단체들이 낮은 자리에 있는 단체들과 어떻게 같이 갈 것인지 물었다.

경북대 김윤상 교수
경북대 김윤상 교수
특히, 대구대 홍덕률 교수는 ▶ “민교협 내부에서 ‘단체 해산’을 검토한 적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강영걸 대표는 “현재 민교협이 투쟁할 사람이 없어 현실적으로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하는 점은 있지만, 해산을 검토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민교협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경북대 김윤상(행정학과) 교수는 ‘민교협 해체론’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민교협이 권력집단화됐다는 이미지가 있는데다, 사회변화에 둔감하고 서울 중심주의에 빠져 지식인으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진국 대표는 “87년 이후 전문가 집단이 정치세력화되면서 내부 감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인정한다”면서, “낮은 자리에 있는 단체들도 전문가 단체에 대한 의존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시민단체를 꼬집기도 했다.

끝으로, 유 편집장은 “전문가 단체들이 과거의 활동만 기억한 채 현재의 의제나 의미있는 활동을 찾지 못하면 친목 계모임에 그칠 수 있다”며 “6월 항쟁 20년을 맞아, 전문가 단체들이 예전처럼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토론회를 맺었다.


[민변] 송해익, [민교협] 강영걸 대표, [인의협] 김진국 대표.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
[민변] 송해익, [민교협] 강영걸 대표, [인의협] 김진국 대표.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


글. 평화뉴스 이은지 기자 pnnews@pn.or.kr / ppuppu6@hanmail.net
사진 평화뉴스 오현주 기자 pnnews@pn.or.kr / uterin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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