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와 냉소 뿐인 이놈의 굿판"

평화뉴스
  • 입력 2007.06.1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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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 칼럼]
"민주주의는 정치혁명이 아니라 '풍자'의 놀이로 채워지는데.."

대통령과 언론간의 공방전을 보고 있다.
언론이 깔아놓은 멍석에서 벌이는 굿판이니 대통령은 필시 어릿광대 쯤으로 자리매김될게다. 우리한테 언론의 멍석 밖에 없을진데, 앞으로도 내내 그 어느 누구든 거기서 점지된 역활을 하게 될 것이다.

언론은 그럴만하다 싶으면 아주 놀기 좋은 현대식 회전 멍석을 깔아 굿판을 벌인다. 그러면 어김없이 목소리를 가진 인사들이 너도나도 신명을 낸다. 물론 언론이 그 굿판을 정리 평가하니, 언론이 하자하는 대로 이름을 빼앗기기도 또 이름을 얻기도 한다.

그렇다면 언론이 우리역사를 만든다고 해야겠는데, 실제로 언론은 그렇게 자부하고 있을 것이다.

언론에 의해 편집되는 역사에서, 이름을 빼앗기는 그 사람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진행중인데도 하마 까맣게 잊고 있는, ‘전직교수가 부장판사의 가슴을 겨냥하여 석궁을 쏜’ 사건을 떠올려본다면, 대답을 어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흥행감이라고 여겼는지 언론이 멍석을 깔았었다.
그 멍석에 검찰이 뛰어들고 시민단체가 끼어들고 사회명사들도 거들고 나선다.
말 깨나 하는 자들이면 죄다 멍석을 술자리에 옮겨 이말 저말 다한다. 언론의 지도에 따라, 그들은 너나 내나 할 것 없이 공권력의 약화를 걱정하고 약화를 방조한 노무현을 개탄하고 소위 진보라는 자들을 향해 쌍욕을 해댄다. 그리고는 깨끗이 잊어버린다.

굿판의 플롯은 안락의자에 놀이 같은 한가한 재판(관)과 삶(생존)이 위기에 처한 심각한 투쟁간에 벌리는 진실의 풍자일 터인데, 그런데 그 풍자는 하마 멍석을 깔면서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다. 상놈과 양반이 벌이는 굿판에는, 화해할 수 없는 둘의 관계인데도 그래도 웃음이 매개된 소통의 가교는 있었다. 그것 때문에 삶의 건강성이 다소간이나마 유지되었었다. 그런데 이놈의 굿판에는 조소와 냉소 뿐이니, 풍자도 없는 세상이라면 어디가서 삶의 멋을 찿을까.

인간세상이니 높은자 있고 낮은 자 있는 줄 누가 모르는가.
그럴 바에야 지배층의 거들먹거림을 회화화하는 풍자의 마당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린애도 알만큼 유치하기 그지없는 가식의 삶을 까발리는 탈춤은 지배층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겠지.
대본, 연출, 연기, 춤꾼, 객꾼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으니, 누구든 신명을 내게 되어 있다.

그 신명이 대본과 연출과 연기를 다시 만들어낸다. 정형이 있으되, 상황에 따라 변통을 부린다.
그런 굿판을 열 수 있다면, 언론의 횡포에서 다소간 멀리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는 누구든 삶의 드라마를 쓸 자유를 지칭하는 말이다.
계층계급, 빈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의 부조화를 치료하는 사회정책을 펴야 하겠지만, 그것은 다소간 격차를 완화시킬지언정 없앨 수는 없다. 이것을 인정하자. 그래야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민주주의는 계급 빈곤을 풍자놀이하는 상징적 자유를 북돋우는 삶의 양식이다.
민주주의는 들풀 한포기와도 사랑놀이하는 상징적 자유를 모두에게 되돌려주는 사회문화기획이다.

나는 이런 이유에서 민주주의는 교육의 문제라고 단정한다.
교육은 일상 삶을 대본쓰고 연출하여 그것을 슬픔으로 혹은 아름다움으로 형상화하는 문화적 인간의 형성이다.
거기에 창조성이 있다. 창조성이야말로 인간의 조건이다.

민주주의는 문예부흥과 같이 온다.
존재하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값에 걸맞게 표현해보려고 안달하는 사람들과 함께 온다.
르네상스에서 잉태된 민주주의가 종교혁명을 거치고 산업혁명을 거치고 교육혁명을 거쳐서 삶의 제도가 되었다.
민주주의는 정치혁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풍자의 시끌벅적한 놀이와 함께 채워질 뿐이다.


<김민남 칼럼 11>
김민남(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교육학과. mnkim@knu.ac.kr )



(이 글은, 2007년 6월 11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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