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새벽길, 함께 가면 좋겠다"

평화뉴스
  • 입력 2007.06.2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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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세이] 조윤숙...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소중한 나의 길에서.."


늦은 밤, 경북 성주에 가다 길을 잃어버렸다.
낮에는 그리도 잘 찾아가던 길이었는데, 밤길을 잘못 접어드니 가도 가도 끝은 보이지 않고 숲길 뿐이었다. 가로등도 집도 차들도 하나 없는 길을 한참이나 달렸다. 길은 찾을 수가 없고 너무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친구랑 감포로 가던 날, 불국사 뒤 산길을 헤메다 또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산길을 아무리 내달려도 팻말하나 나오지 않고 산 중턱만 내내 헤메고 있었다.
급기야 옆에 앉아있는 친구까지 무서워지는 거였다.

살아가다 갑자기 길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걸어가는 느낌! 막막하고 두렵고 떨리고 혼돈스러운 느낌들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나의 청춘이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20대 청춘이 겪는 혼란이 아니라 40대 중년이 겪는 모호함이 있다.
그간 오랜 방황 끝에 이제 나의 길을 찾았노라고 선언하고 쭉 이 길을 따라서 열심히 살아가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어느새 긴 터널이 또 나의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거였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다 나의 선택이다.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았더라면 순탄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길은 나의 색깔, 나의 멋을 내며 살아가는 길은 아닌 것이다.

나는 평범한 그 길을 걸어가고 싶지 않다.
내가 독특해 보이려고 그 길을 일부러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하고 순탄한 길은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으며, 나의 심장을 뛰게 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새로운 것 도전적인 것이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나는 도전하고 도전받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해를 받지 못할 때도 많았으며, 나 스스로도 내가 이해 안 될 때도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독특하고 기발한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싶어서 끊임없이 설명을 했는데, 그건 설명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른 사람의 이해를 받는 것과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는 나를 이해하는 것을 선택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이해도 받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 둘 다를 얻으면 참 좋기도 하겠지만,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는 법도 알아야 한다는 진리를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예전에 스승님에게 찾아가서 이 길이 왜 힘들고 고단하냐면서 한탄한 적이 있었다.

스승님은 "물고기가 편하게 강물을 따라 내려가면 결국 흙탕물을 만나게 되지만, 힘들지만 강 위로 계속 올라가다 보면 결국 깨끗한 물을 만나게 되는 이치처럼, 우리가 힘들지만 열심히 올라가는 것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숭고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그 말이 얼마나 든든하고 위안이 되던지, 힘이 들 때면 그 말을 기억하면서 힘을 내기도 한다.

서울을 가겠다고 하면서 부산으로 가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원하는 대로 되지 못한다.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바른 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은 잘 정비된 도로이거나 팻말이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길이 잘 보일 때도 있고 안개 낀 새벽길처럼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들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길이다.
힘들 때는 손을 잡고 걸어가고, 가다가다 지치면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면서,
서로 등 두드려 주고 격려하면서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이 덜 힘들고 덜 외롭게 말이다.


[주말 에세이 44]
조윤숙(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사무국장)



(이 글은, 2007년 6월 15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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