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밥값, 문제의식 없는게 문제" (07.06.17)

평화뉴스
  • 입력 2007.06.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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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언론단체 토론...
"현금에 접대까지..지역언론 위상 스스로 떨어뜨려"

대구시청 2005년 9천8백만원, 2006년 9천5백만원.
경북도청 2005년 1억1백만원, 2006년 1억2천2백만원.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한해동안 지출한 밥값...자료.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밥 한그릇조차 거절해서는 취재가 안된다.
그러나, 죄의식 없이 그렇게 식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대구경북기자협회 이성훈 회장(대구MBC 기자)은 6월 15일 한국방송광고공사 세미나실에서 열린 언론단체 토론회에서, ‘기자들 밥값’으로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이 한해 1억원가량을 쓴다는 비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발제하고 있는 인제대 김창룡 교수(언론정보학)와 사회자 강길호 교수(영남대 언론정보학).
발제하고 있는 인제대 김창룡 교수(언론정보학)와 사회자 강길호 교수(영남대 언론정보학).


이날 토론회는 [대구경북기자협회]와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함께 마련했으며, 이들 단체 관계자 1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후 4시부터 2시간동안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지난 3월 대구경북 각 지방자치단체에 2005년과 2006년 ‘언론 관련 예산’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경북 대언론 홍보예산, 이것 만은 바꾸자“는 주제로 열렸다.

허미옥 사무국장
허미옥 사무국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39) 사무국장은 “대구경북 지자체의 언론홍보 예산을 분석한 결과, 취재 격려금.위로금 형식으로 여전히 기자들에게 현금이 지급되고 있을 뿐 아니라, 밥값과 선물비 역시 지자체마다 한해 수백만원에서 1억원이상 쓰고 있다”면서 “특히, 이같은 지출 현상은 기자들의 취재 뿐만 아니라 지역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서도 만만찮게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허미옥 사무국장은 또, “지자체들이 ‘언론홍보’라는 명목으로 지역주민의 세금으로 이렇게 마구 써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일차적으로 지자체의 책임이겠지만, 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와 언론인 스스로 자정노력을 해야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성훈 회장
이성훈 회장
[대구경북기자협회] 이성훈 회장은 “각 지자체들이 낸 자료에는 부풀려진 부분도 상당히 있을 수 있다”며 “대구MBC는 적어도 촌지나 현금은 받지 않고 있으며,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받은 돈을 돌려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훈 회장은 또, “밥 한그릇 거절해서는 취재가 안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기자들에게 이렇게 많은 밥값이 드는데, 아무런 죄 의식 없이 식사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면서 “현금의 경우, 기자협회 소속 언론사는 자체 교육과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신생 언론사를 비롯한 비회원사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다 챙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TBC(대구방송) 노조 사무국장인 양병운(38) 기자는 “기자들에게 밥값이 이렇게 많이 드는 지 몰랐다”면서 “이런 접대에 대해 문제 의식 없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토론회에는 언론단체 관계자 10여명이 참가했다. 사진 맨 왼쪽이 TBC 양병운 기자.
토론회에는 언론단체 관계자 10여명이 참가했다. 사진 맨 왼쪽이 TBC 양병운 기자.


토론회 발제에 나선 인제대 김창룡 교수(언론정치학부)는, “이같은 촌지나 과도한 접대 관행은 지역언론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릴 수 있으며, 건전한 언론조차 사이비 언론으로 도매금 취급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교수는 특히, “지역신문발전법에 따라 이미 국민의 세금으로 지역신문을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신문들이 지자체에서 음성적으로 잘못된 지원을 받는다면 이 법이 있을 필요가 뭐있겠느냐”며, “현금이나 과도한 접대를 받은 기자와 언론사에 대해서는 지역신문 지원대상에서 철저하게 배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미시청 김팔근씨
구미시청 김팔근씨
구미시청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김팔근씨는 “구미시청의 한해 언론홍보 예산이 1억3천만원이지만 막상 살아보면 이 예산이 부족하다”며 “취재온 기자들에게 밥 한그릇 사는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솔직히 방송사나 메이저 신문사보다 지역의 신생 언론사들의 관행이 심하다”며 ‘광고’와 ‘접대’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참언론대구시민연대]를 비롯한 전국 언론운동단체는 오는 7월 2일 대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언론홍보예산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이번 정보공개청구와 토론회를 계기로 각 지자체의 대 언론홍보 예산을 해마다 감시하기로 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이 글은, 2007년 6월 17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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