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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제 역할 다하고 있나?"
[시민사회 칼럼] 문창식...
"해인사 탐방로 폐쇄, 편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2007년 06월 26일 (화) 16:24:47 평화뉴스 pnnews@pn.or.kr
   
대구환경연합은 1995년부터 10년 동안에 걸친 해인골프장 반대운동, 가야산국립공원 통과 구간 국가지원지방도 59호선 반대운동, 해인사 대형불사건립계획 철회운동, 홍류동 수질 개선을 위한 조사사업 등을 통해 가야산 국립공원 보존 문제를 오랫동안 다루어왔다. 이런 활동의 연장선에서 최근 해인사가 폐쇄한 남산제일봉 탐방로의 훼손실태를 조사하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가 전해지자 경남지역의 한 언론 기자가 두 시간여에 걸친 전화와 기자회견장 질의응답 과정에서 “왜 환경단체가 불법적으로 탐방로를 폐쇄한 해인사를 편들고 있냐”며 따지듯이 물어왔다. 동시에 해인사의 탐방로 폐쇄 조치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것은 사법당국이 판단할 일이고, 우리는 남산제일봉 구간 탐방로의 훼손실태를 파악해서 보존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고 일관된 답변을 했다. 그러나 그 기자는 환경단체가 불법적으로 폐쇄한 해인사를 편들고 나섰다는 취지의 기사를 결국 내보냈다.


대구환경연합이 해인사 편든다?

한편 지난 6월 11일 서울의 여러 시민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연대기구가 문화재 관람료 해결 촉구를 바라는 기자회견을 갖고 해인사의 탐방로 폐쇄는 문화재 관람료를 불법적으로 징수하려는 불교계의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며 비난했다.

기자 회견 며칠 전, 대구환경연합은 이 연대 기구에 소속된 한 환경단체에 전화와 메일로 “해인사 사태를 사례로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오히려 환경단체는 탐방객 급증으로 인한 국립공원 훼손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자 회견은 예정대로 개최되었고, 대구환경연합은 또 다시 해인사를 편드는 환경단체로 오해를 받아야만 했다.

그날 저녁, 서울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한 선배에게 전화가 와서 "해인사를 편들고 있다"며 다시 채근하는 것이었다.
시민운동 진영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님이 해인사 사태에 대해 대구환경연합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전후사정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도 기자회견 전 통화한 환경단체 소속 간부이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례를 볼 때 언론, 단체, 활동가가 미리 상호 입을 맞춘 것은 아닐 텐데, 대구환경연합은 어느 틈에 불법을 저지른 해인사를 옹호하는 몰상식한 단체로 둔갑돼 있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동일한 입장과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그것은 같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언론, 환경단체가 그 사안은 그런 것이다 고 입장을 정한 뒤에는 동조하면 정(正)이고, 그렇지 않거나 다른 관점을 가진 개인과 집단은 부(不)라고 몰아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모두가 예! 라고 할 때, 아니오! 하거나 다른 측면도 있다! 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회가 개인과 집단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사회이다.

환경단체가 연대 사업에 참여하여 아무런 분석과 비판 없이 연대 기구 입장에 동조하는 것은 자신의 본질적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해인사 탐방로 폐쇄 사태에 대해 환경단체로서는 응당 등산을 목적으로 한 탐방문화를 개선시키고, 보존 중심의 국립공원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한다. 해인사는 자연환경보존을 이유로 탐방로를 폐쇄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환경단체가 탐방로 폐쇄 행위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에 동참하여 지역 현장에서 발생한 사태에 대한 아무런 분석과 비판 의식 없이 연대 기구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은 너무나 정치적인 행위이다.


"탐방객 급증은 탐방로 훼손으로...대책이 절실하다"

한국 갤럽이 2004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40가지’란 주제로 전국의 15세 이상 1,7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취미는 등산(9.0%)으로 나타났다. 또 2006년 6월말에는 제254회 임시국회에서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국민의 건강증진과 등산객의 안전도모를 위해 국가에서 등산로를 조성 관리하게 되었다. 그만큼 등산객이 늘어났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성인은 등산복 1벌씩은 대부분 갖추고 있고, 휴일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등산을 마치고 돌아가는 단체 관광객은 일상적인 현상이 되었다.

더구나 올해 초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되었다. 이와 함께 전국 국립공원 입구에는 “1월 1일부터 국립공원은 국민의 것입니다.‘, ’ 국립공원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입니다.‘는 현수막이 일제히 걸렸다. 국립공원 탐방객이 급증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탐방객의 목적은 대부분 등산이다.

가야산 국립공원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탐방객 급증은 탐방로 훼손으로 이어졌다.
보존보다는 이용을 종용하는 관리주체의 인식과 방침도 한몫을 하였다. 이제 국립공원은 탐방객 급증에 따른 긴급 대책이 절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때 해인총림은 생태계 보존과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4월 2일자로 청량사에서 남산제일봉에 이르는 탐방로를 자체적으로 폐쇄하였고, 6월 15일부터는 치인리 집단시설지구에서 남산제일봉에 이르는 구간에서도 탐방객을 설득하여 제한시키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가야산사무소는 즉각 자연공원법을 위반했다며 해인사 주지를 고발했고, 해인사는 가야산사무소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국립공원 관리 문제로 토지 소유주와 관리 주체의 감정 대립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호간 대응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지극히 생산적이지 못하다. 이런 사태가 왜 발생했고,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맞고발, 관람료 공방...제대로 된 국립공원 보존정책의 계기 돼야"

키워드는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을 이용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보존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게 된다면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정책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정당한 것이다. 환경단체가 당연히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목소리 높인 대구환경연합이 오히려 해인사의 불법 행위에 동조하고 있는 단체로 전락되었으니 이해 못 할 일이다.

산에 가는 모든 등산객이 정상을 밟을 필요가 있을까?
어떤 산이든지 등산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정상을 밟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여야 할까?
대구환경연합 조사와 정책 제안의 핵심은 국립공원은 국립공원답게 이용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정복할 산이 많다. 그러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만큼은 예약을 통해 제한된 인원만 이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립공원은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유전자원의 보전 및 희귀 동식물의 현지내보전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자연 환경이 우수하고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탐방예약제를 통해 국립공원의 하루 이용 인원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존 중심’의 국립공원 관리를 위해서는 ‘탐방예약제’ 도입이 필수적이다.
인위적인 탐방 인원 제한 없이 국립공원을 보존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 사태가 소모적인 감정 대립으로 끝나지 않고, 제대로 된 국립공원 보존 정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공방에 휘둘리기 보다는 환경단체가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시민사회 칼럼 94]
문창식(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이 글은, 2007년 6월 20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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