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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으로 포장된 이기심을 버리면.."
[김윤상 칼럼]
"동해의 국제 표기로 ‘Japasian Sea’는 어떨지?"
2007년 07월 01일 (일) 17:13:54 평화뉴스 pnnews@pn.or.kr

   
사람도 생물이므로 생존 극대화가 기본적인 관심사다.
그러나 인격이 높아지면서 타인과 공동체를 배려하게 되고, 성인의 경지에 오르면 대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배려의 미덕을 갖춘 사람도 집단의 일원이 되면 집단 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집단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이기심을 포장해주기 때문인 듯하다. 더구나 집단의 단위가 국가가 되면 이런 태도가 ‘애국심’으로 높임을 받기까지 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과 일본처럼 피해자-가해자로서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이웃 나라 간에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동해의 국제 표기를 둘러싼 한일 간의 신경전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은 18, 19세기부터 서양 문헌에 많이 등장하여 이제 국제관례가 되었다고 하면서 Sea of Japan 을 고집한다.
그러나 서양인이 이름을 붙이기 전에도 바다 이름은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만주, 중국 등 대륙 쪽에서는 ‘동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러시아 연해주의 동쪽 바다이기도 하지만 연해주가 러시아령이 된 것이 겨우 1860년이니까 러시아 쪽 명칭은 별 참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 바다를 ‘일본해’라고 부르지만 과거에 뭐라고 불렀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름이란 식별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본 사람이 이 바다를 처음부터 ‘일본해’라고 불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대구 사람은 늘 눈 앞에 보이는 남쪽 산을 ‘대구산’이 아니라 그저 ‘앞산’이라고 부른다.
남자고등과 여자고등이 각각 하나뿐인 소도시에서는 학교 이름을 다 부르지 않는다. 그저 ‘남고’, ‘여고’라고 부른다. 지금은 POSCO가 된 포항종합제철을 다른 지역 사람들은 “포철”이라고 하지만 정작 포항사람들은 ‘종철’이라고 많이 불렀다. 포항에서는 지금도 그렇게 부르는 분이 적지 않다. 포항에서 ‘포항’은 식별용으로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습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日本이란 해가 뜨는 곳이고 일장기도 뜨는 해를 상징한다고 하는 일본 사람들이 해가 지는 방향인 서북쪽의 바다를 ‘일본해’라고 불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오랫동안 강력한 중앙정부가 자리잡지 못했던 일본으로서는 각 지방마다 이름이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 대사관에서 내놓은 자료에는 과거 국내 명칭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일본 국내에서 다른 이름으로 부른 사례가 있으면 Sea of Japan 으로 굳히기에 혹 불리할 수도 있으니까 언급하지 않은 게 아닐까?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Sea of Japan 이라는 표기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보인다.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독도 문제에 영향을 줄까 염려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Sea of Japan 이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그 바다가 일본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구의 작명가들도 일본 소유의 바다라고 생각해서 그런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도 남쪽의 넓은 바다를 Indian Sea 라고 부르지만 아무도 그 바다를 인도 영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한일 양국에서는 바다의 명칭이 독도 영유권 분쟁에도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이 바다를 East Sea 라고 표기하는 것 역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역사적인 증거가 있다고 해도 그건 대륙의 시각만을 반영한다. 하나의 대안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평화의 바다’라는 표기를 예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평화의 바다’란 한일 간에는 의미가 있겠지만 국제적으로는 이 바다만 특별히 그렇게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한일 양국과 세계 각국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하나의 안으로, Japasian Sea 라고 하면 어떨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철도를 Eurasia railway 라고 하고 아시아-유럽 대륙을 Eurasian continent 라고 하듯이, 아시아 대륙과 일본 사이의 바다라는 뜻이다. 혹 일본을 의미하는 Jap 이 앞에 나와서 싫다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문 표기에서는 앞에 나온다고 해서 비중이 더 큰 것이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조약을 Russo-American Treaty 라고 하지만 양국의 비중과는 무관하다. 한미FTA 를 미국에서도 KorUS FTA 라고 하지만 한국을 중시해서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Japasian Sea 외의 다른 대안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애국심으로 포장된 이기심을 놓아버리지 않으면 결국 국제적인 힘이라는 저급한 차원의 결정이 있을 뿐이다. 인격 수양이 각 개인의 고귀한 목표이듯이 집단과 국가의 품격 고양 역시 인류의 고귀한 목표가 아닐까?


<김윤상 칼럼 3>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



(이 글은, 2007년 6월 25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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