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기 모여 있음은/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을 겁탈하고/ 어린이가 어른에게 강간당한 그곳/ 굶주린 악마들의 오두막에서/ 양갈보 똥갈보가 태어나는 그곳/ 인두껍을 쓴 사자들의 도성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딸들의 비명을 듣기 때문입니다' (고정희 시인의 「살맛나는 세상을 위한 풀잎들의 시편」 중에서)
달빛 아래 여성들이 뭉쳤다.
7월 첫째주 여성주간 마지막날인 7일, 대구 도심에서는 '여성들의 밤길 되찾기'라는 제목으로 달빛시위를 벌였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밤길을 활보하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편견에 맞서 여성들이 밤길을 안전하게 다니기 위해 열었다.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와 [대구여성장애인연대 부설 통합상담소]를 비롯한 대구지역 성폭력 상담소 4곳이 마련한 이날 행사는 저녁 6시부터 대구 도심 엑슨밀라노 무대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는데, 전국 25개 지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100여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서는, [대구여성장애인연대 부설 통합상담소] 상담원 오경애씨가 고정희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영남대 댄스동아리 '맥스 앤 제니스'의 힙합 공연, [한국가정법률상담소대구지부 대구여성폭력통합상담소] '좋은 세상' 인형극단의 인형극도 펼쳐졌다.
특히, 인형극은 '만취녀'와 '찝쩍남'이 등장해 '밤길을 다니는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사실적으로 표현했는데, 마지막에 '만취녀'가 '당당녀'가 돼가는 과정에서 큰 박수를 받았다.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 윤은희 소장은 "여성들이 야한 옷차림을 하고 밤거리를 다니는 게 마치 성폭력의 발생원인 듯,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성폭력신화를 조롱한다"며 "여성이 밤길을 다니며 성폭력의 두려움과 공포,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겪는데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또 이들은 ▶달빛여성들은 밤길을 안전하게 거닐 권리, ▶혼자서도 안전하게 여행 다닐 권리, ▶늦게까지 일하고 놀 권리와 '성폭력'에 관해서는 ▶성폭력 예방의 책임에 갇히지 않을 권리, ▶성폭력을 당했을 때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지원 받을 권리, ▶폭력 위협이 있을 때 자기 방어로 공격할 권리, ▶성폭력 가해자처벌로 권리 회복을 요구할 권리, ▶폭력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물을 권리 등 '달빛 여성들의 권리헌장'을 외쳤다.
또한, 한편에서는 '여성연예인의 성상품화'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됐다.
지나친 상업주의와 시청률 경쟁으로 케이블 TV나, 온라인에 유통되는 여성연예인의 사진.동영상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들은 문화행사를 끝나고 국채보상공원까지 행진하며 '달빛거리시위'를 벌였다.
글.사진 평화뉴스 오현주 기자 pnnews@pn.or.kr / uterin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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