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물과도 어울리는 '보리밥 대통령'을..

평화뉴스
  • 입력 2007.07.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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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노무현 후보' 다녀간 칠성시장 보리밥집..
"정치 잘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했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있다.

‘거기서 거기’인 정치인들을 비유하는 말로, ‘정치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모든 정치인을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한다면, 이 나라의 정치는 희망적일까.

칠성시장 '영천보리밥'.. 주인 정용자(61)씨 뒤로 이회창. 노무현 대선후보시절 사진이 보인다.
칠성시장 '영천보리밥'.. 주인 정용자(61)씨 뒤로 이회창. 노무현 대선후보시절 사진이 보인다.













7월 9일.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그 나물에 그 밥’을 섞어 파는 칠성시장 보리밥집을 찾았다.
시장은 오후 2시가 지난 시간에도 시장기를 달래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안개비 흩날리는 흐린 날씨와 달리, 아케이트 공사로 말끔히 정리된 시장 안은 여기저기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과 손님들로 환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보리밥집이 있다.
'영천보리밥'은 '방송 3사에 소개된 집'이라는 간판보다 정치인들과 찍은 사진으로 더 유명하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이 보리밥집을 찾아 주인과 찍은 사진 때문이다.

22년째 이 곳에서 보리밥을 팔고 있는 주인 정용자(61.북구 대현동)씨.
정씨는 고향 영천에서 올라와 보리밥을 팔아 남매를 키워냈다.

정씨는 노무현대통령에게 "밤만 되면 돈이 다 서울로 간다"며 "대구도 좀 잘 살게 해달라"고 직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다랗게 늘어선 의자에 앉고 나니, 숭늉 한 그릇이 떡하니 나온다.
또 비지 한 사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보리밥도 한 대접 따라 나온다.

“그때는 말도 마소. 그 추운 날, 까만 양복을 입은 경호원.기자들이 시장 골목을 꽉 들어찼죠. 요즘은 경기가 안좋다 보니 밥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너나없이 어렵다고들 합디다.”

주인아주머니가 이야기를 풀어놓은 사이, 손님들은 콩나물, 호박, 부추..등 20여가지 나물 가운데 이것저것 골라 한 대접 푸짐히 나물성을 쌓는다.

같이 일하는 종업원들도 손님들 배를 불리고 난 뒤에야 늦은 점심을 함께 했다.













“더 잡수이소, 줘도 안 아깝심더”
늦은 점심을 해결하는 시장 상인에게 주인아주머니가 말을 보탠다.

“밥 한그릇 먹기 참 힘드네”
볼멘소리하는 상인은 나물 몇 가지와 아주머니의 덕담까지 쓱쓱 비벼 한 끼를 뚝딱 해치운다.
“돈보다도 맛있게 먹으니까 내 배가 다 부르지.”

아주머니가 시켜 준 시장표 다방커피는 시럽이 진하게 우러나와 한 모금 먹자 속이 쏴하다.
의자 뒤로 난 시장길에 잡화가게 손녀딸이 걸음마를 배우고 있다.

'올해는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넌지시 물어 본다.
“그저 잘살게 해줬으면 하지. 정치일 잘해서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했으면.. 젊은 사람들 취업 잘되게 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그나저나 올해도 후보들이 여기에 올까. 오면 지난번처럼 반길까 몰라요.”

서민들의 대표음식 보리밥.
이제는 웰빙 음식이라고도 하지만, 어떤 나물을 섞어도 고추장 넣고 잘 비비면 멋드러지게 어울리는 한 끼 식사.
정씨가 말한 이는 먹고 살기 편하게 기꺼이 한 끼 ‘보리밥’이 돼줄 수 있는 인사를 말하는 게 아닐까.


글.사진 평화뉴스 오현주 기자 pnnews@pn.or.kr / uterin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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