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만 바라보며 12년째 일해 왔는데..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오히려 안좋아졌네요”
농협 고령공판장에서 26살부터 돼지도축을 했다. 올해 나이 39살 이대복씨. 이 도축장에서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고 있다.
지난날에도 계약직으로 일하다 계약이 만료되면 용역으로 다시 계약복귀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씨는 정규직만 바라보며 묵묵히 일해 왔다.
"처음 일할 땐 정규직과 임금 차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컸어요. 2006년 농-축협 통합 때 다 퇴사하고 계약직으로 전환했죠. 지금도 6명이 남아있어요. 그렇지만 회사 옮기기도 싫고, 몸에 익은 일이라 그냥 일했죠. 또 새벽 6시에 나가서 오후 3-4시면 퇴근하니까요. 알면서도 지금껏 일한 건 제가 바보 같아 그런지.."
12년간 일을 해왔어도 이씨의 연봉은 2300만원정도. 월 200만원의 사정은 경력 5년미만의 다른 동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일을 하는 생산과 정규직 직원 연봉 5000만원에 비하면 절반에 미치지도 않는다.
쓴 웃음을 지어보이는 이씨는 계약직 동료 18명과 함께 오늘(7.24) 경북지방노동청을 들렀다. 지난 1일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됐지만 7월 급여명세서에는 시행 전과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차별적 처우 시정 신청서’를 내러 온 것.
게다가 농협중앙회 측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으로 이들의 월급이 오를 걸 예상하고 지난 6월 19일부터 계약해지와 용역을 추진하고 있었다. 또 용역회사로 넘어가면 2년간 근무를 보장하겠다고 회유도 했다.
이에 반해 이들은 그대로 일하겠다며 용역일을 거부했다. 또한 지난 6월 23일 노조도 결성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 측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9일만에 다른 용역업체를 선정해 투입했다.
이씨와 같이 도축일을 한 계약직 직원들은 용역이 투입되자 경매보조.판매.청소 등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또한 이들이 일하던 도축 일까지 용역인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들은 완강히 부서이동을 거부했다.
결국 이들은 2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비정규보호법 시행 후 전국 최초로 ‘차별시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제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대구본부] 김대용 수석부본부장은 “노동청 근로감독관과의 면담 뒤 이들이 차별시정신청서 접수한다고 하자 사측에서는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며 “비정규보호법 시행으로 파견근무 확산을 막기 위한 차별시정요구가 결국 사측의 탄압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고령축산물 공판장은 하루 평균 소 100마리, 돼지 1000마리 정도 도축하는 정부관리기업체. 도축업무를 하는 생산과에는 이씨와 같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각각 20명이 근무하며 관리과(정규직 4명), 판매과(정규직 4명, 비정규직 2명), 공무, 도급 등 8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 외에 용역 인원은 11명.
글.사진 평화뉴스 오현주 기자 pnnews@pn.or.kr / uterine@nate.com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