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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모든 것을 사지 않겠다"
[주말 에세이] 이은정.
"유혹은 목젖을 때리며 참 끈질기게도 따라다니지만.."
2007년 07월 27일 (금) 09:52:54 평화뉴스 pnnews@pn.or.kr
   
아이 키우는 후배 집에 놀러 갔다가 새로운 블록 장난감을 보았다.
내가 본 블록 장난감 중에서 가장 색다르고 독창성 있고 활용성이 좋았다.
값을 알아보니 22만원이다.

아이들에게 이제껏 장난감을 딱 두 번 사 주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지겨울 때가 된 것 같아 '저걸 사 줘, 말어...' 참 어지간히도 망설이다가 '그 비싼걸 사줘야만 창의성이 발달하는 것도 아니고...' 하면서 안사기로 작정했다.

살까 말까 고민하는 것이 참 많다.
그 중 제일 큰 고민은 자가용차에 대한 것이다.


아이들이 연년생에다가 아직 돌도 채 되지 않을 때에는 잠깐 외출하는 것도 얼마나 힘이 드는지.
둘째를 업고 기저귀 가방을 메고 아직 걸음이 익숙지 않은 첫째는 손을 잡고 걷는다.

큰길마다 골목마다 오고가는 자동차를 조심하느라 걸음도 더디다.
어느 새 업은 아이는 잠이 들어 고개가 자꾸 젖혀지는데, 걷던 녀석마저 졸음에 못이겨 “엄마, 안아 줘~” 하면서 주저앉아 버리면 정말이지 내가 울고 싶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두 아이 모두 아파서 병원에 가야 될 때 곤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 오는 날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 앞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지나가는 버스에 물벼락 맞았을 때 그 비참함이란!

아이들을 데리고 계단도 많고 이동 거리가 긴 지하철을 탈 때, 고속버스에서 기차에서 내내 울고 소리지르고 쨍쨍대는 아이를 어를 때, 아이를 데리고 버스에 탔다가 운전기사가 “아줌마! 아, 거 좀 빨리 내리소!” 하면서 신경질을 부릴 때, 멋내고 치장한 젊은 엄마가 아이만 달랑 안고 자가용차 운전석에서 내릴 때, 그 때, “칵 그냥 차 한 대 사고 말어?” 유혹은 울컥 목젖을 때리며 참 끈질기게 일상 곳곳에 따라다니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사야 할 것은 왜 그리도 많이 생기는가?
대형 냉장고로도 모자라 고급 냉장고로, 이제는 김치냉장고까지 갖춰야 한다.
대형 세탁기를 삶을 필요도 없다는 고급 세탁기로 바꾸어야 하고, 컴퓨터는 한 집에 사람 수만큼 있어야 한다.
전자레인지에다 오븐레인지에다 디지털 카메라, 에어콘, 새 휴대폰...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갖가지 전자 제품들과 상품들이 다양한 매체를 타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안사면 바보야! 하면서.

새 것, 더 좋은 것을 사라고 유혹은 쉬지 않고 우리 일상에 파고들어와 속삭이고 부추긴다.
그러나, 넘쳐나는 물건들 때문에 새 것은 금방 헌 것이 되고 곧 쓰레기로 된다.

얼마 전 한 농가에 농촌봉사활동을 하러 청년들이 십여 명 다녀갔는데, 일주일 정도 묵고 간 뒷자리에 쓰레기가 한 트럭 나오더라 한다. 오죽하면, 호랑이는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쓰레기를 남긴다고 할까.

이제 나는 살까 말까 고민을 안하기로 했다.
대신 “대체로 모든 것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얻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서로 돌려쓰고 지금 살림살이를 내 손때 묻혀 가며 충분히 편리하게 사용하기로 말이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자가용 대신 완행버스 타고 다니며 함께 여행할 날도 그려보니 마음까지 즐거워진다.
그러고 나니 살까 말까 늘 망설이고 초조하던 내 일상이 평안해졌다.


[주말 에세이 49] 이은정
이은정(37)씨는 지난 1월까지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소식지 <지빠귀와 장수하늘소> 편집장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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