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 친구가 멀리 떠났다"

평화뉴스
  • 입력 2007.08.17 1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 에세이] 조윤숙.
"내 마음 바뀌면 그의 기도 제목도 바뀌어야 한다던.."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일 중의 하나가 전화업무이다.
아침에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오는 날에는 집에 휴대폰을 가지러 가거나 퀵서비스에 부탁하여 휴대폰을 사무실로 받는다. ‘오늘은 휴대폰을 두고 왔으니 휴대폰 없이 하루를 보내야지’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바쁜 사람들의 가장 빠른 소통수단이 휴대폰이니 휴대폰이 없이는 너무 불편하다.

어느 날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퇴근하면서 차안에서 통화를 하고 약국에 들렀다가 집에 갔는데 휴대폰이 없었다. 집과 차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고 다음날 약국에 갔는데 거기에도 없었다. 전화를 하면 신호는 계속 가는데 휴대폰 벨소리는 들리지 않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어디에서 분실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든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으니 아는 전화번호도 없다. 숫자에 강해서 웬만한 전화번호는 한번 들으면 잘 기억하는데 휴대폰에 의지하다보니 아예 외울 생각을 하지 않고 기억을 지속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휴대폰이 없으니 세상이 너무 조용하며, 공황상태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휴대폰 하나를 잊어버렸을 뿐인데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들고 너무 불편하였다.

파주에 답사 갈 일이 있어 서울역에서 렌트카 예약을 하다가 운전면허가 취소된 것을 알았다. 경찰서에 알아보니 적성검사 기간이 지나 열흘 전에 운전면허취소가 되었다고 하였다. 지방으로 출장 다니는 일이 많은 편이라 운전면허가 없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하루라도 빨리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울산에 가서 교통법규교육을 받고 다시 도로주행 시험을 쳐서 운전면허를 다시 따게 되었다.

아주 오랫동안 같이 공부하면서 만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떠오르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벅찬 친구이다.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절친한 친구인데 그 친구는 내가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늘 마음껏 해보라고 지지하고 격려해 준다. 내 속에 있는 나에 대한 의구심들을 없애주고, 나보다 더 나를 믿어주고 신뢰하는 친구이다.

내가 어떤 것을 해 나갈 때 그것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으면 손봐 줄 테니 명단을 들고 오라고 장난하기도 하고, 나를 위해 기도할 테니 걱정 하지 말라고 하고, 마음이 바뀌면 기도의 제목도 바뀌어야 하니 언제든지 바뀐 결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라고 한다.

참 든든하고 신뢰로운 친구인데 어느 날 그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겨 그 친구가 멀리 떠나게 되었다. 그 친구와 잠시 동안 연락도 하지 못하고 만나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그 친구와 나누웠던 시간들이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했었는지 새삼 느껴졌다. 친구가 내 곁을 잠시 떠날을 때 그 친구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 것이었다.

휴대폰도 운전면허도, 친구도 있을 때는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항상 곁에 있는 휴대폰, 항상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도 갈 수 있는 차,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잃어버리고 나니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내 곁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 내가 꿈꾸는 삶에 대한 희망들을 내가 얼마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이다. 늘 잃어버리고 나서 그 소중함에 대해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해하면서 사는 삶이 아주 귀한 삶일 것 같다.


[주말 에세이 51]
조윤숙(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사무국장)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