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로 장애의 물살을 가르다"

평화뉴스
  • 입력 2007.08.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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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수영선수 임우근(20), 국제대회 금메달 수상
..."북경올림픽 꼭 가고 싶어요"


대구의 한 지체장애인이 선천적 장애를 딛고 올림픽을 꿈꾸는 '수영선수'로 거듭나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 북구 관음동에 사는 임우근(20)씨.
임씨는 지난 8월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07 일본 패러럼픽 수영챔피언십' 대회 평영 종목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생 운동복 한벌 없이 살았는데..."

임우근(20)
임우근(20)
임씨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로 두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평생 '운동'이란 걸 모르고 살았다. 매일 학교에 데려다 준 어머니 김은순(49)씨의 도움으로 어렵게 초.중.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임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모두 지체장애인이다.
장애인으로 장애인 아들을 키워낸 지극한 사랑이다.

"평생 운동복 한벌 없이 살았는데, 이렇게 수영선수로 거듭난 모습이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어머니 김은순씨는 장애를 이겨낸 아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지난 2005년 늦가을. 대입 수능을 친 임씨는 처음으로 수영장에 몸을 담궜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해 늘 장애인용 워커에 의지해 생활하던 임씨는,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았고, "수영이 재활에 도움이 된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영을 시작한 지 몇달 되지 않아 임씨는 발군의 재능을 보였다.
임씨의 재능과 건강한 팔 근육을 알아 본 지도교사는 그를 수영선수로 훈련시켰고, 이듬 해 2006년 3월 처음 출전한 '전국장애인수영대회'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임씨는 그해 5월 전국체전과 6월 수원시장배 전국장애인수영대회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 "괴물이 나왔다"는 찬사와 함께 주목을 받았고, 지난 8월 마침내 일본에서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은 셈이다.


"운동 자체가 힘들어요. 훈련 때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임씨의 이런 거듭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평영 100m에서 13위, 400m와 100m 자유형에서는 각각 27위와 42위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그러나, 좌절하기 보다 더 악착같은 훈련에 매달려 일본에서 승전보를 올릴 수 있었다.

임씨는 “운동 자체가 힘들어요. 일본 대회를 앞두고 제주도에서 전지훈련할 때는 너무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라며 고된 나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임씨의 더 큰 꿈은 2008년 북경올림픽.
"올림픽에 꼭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라며 다부지게 말한다.

두 팔로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임우근씨..(대구유니버시아드레포츠센터 수영장)
두 팔로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임우근씨..(대구유니버시아드레포츠센터 수영장)


임씨와 부모님 모두 지체장애인. 임씨의 형 형근(26)씨만 비장애인이다.
아버지는 소규모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고 어머니는 임씨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꿈을 잃지 않는 임씨와 가족.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입3수를 하고 있는 임씨는 충청남도에 올해 문을 연 ‘나자렛대학 스포츠학과’에 들어가려고 한다. 수영선수로 거뜬히 서고 싶은 그의 희망이며 꿈이다.

그는 매일 대구유니버시아드스포츠센터 수영장(북구 동변동)에서 훈련한다.
두 팔로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그의 모습. 평생 운동복 한벌 없던 그는 이제 장애의 물살을 가르며 수영선수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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