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제 같은 우리, 같이 살 수는 없나요?"

평화뉴스
  • 입력 2007.09.0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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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시설 '베다니농원' 곧 폐쇄.."사업 유지를"
서태진 이사장, "노인복지로 전환..베다니 병행 못해"


"6살의 나이로 베다니에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기만 했는데, 어느 새 긴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배디니 농원은 영원한 가족입니다. 비록 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아프고 힘들때 힘이 되어주고, 누구보다 이해해주고 같이 아픔을 함께한 가족입니다. 마음으로 피를 나눈 갖고들이 어떻게 헤어질 수 있을까요?...

베다니가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동생들과 숨죽여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어른들이 흩어지라고 하면 흩어지고 어른들이 임의로 갖고을 만들어주면 그 가족이 새 가족이라고 여기고 사는 그런 장난감 로봇이 아닙니다. 저희는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지낼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을 선택할 권리도 없단 말인가요?...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지만 우리가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만 가지고 베다니를 위해 기도한다면 꼭 지켜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편지를 읽고 있는 이모(20)양.
편지를 읽고 있는 이모(20)양.
올해 대학에 갓 들어간 20살인 이모양은 이 편지를 읽은 뒤 눈물을 흘렸다. 이 양은 3살 때 어느 복지시설에 맡겨졌고 6살 때 대구시 동구 율하동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베다니농원으로 옮겨왔다. 부모가 누군 지도 모른 채 베다니농원의 아이들을 친형제라, 가족이라 믿으며 지냈다.

그런데, 15년동안 살아 온 베다니농원이 폐쇄된다는 소식을 지난 7월에 들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같이 지낸 아이들은 대구시 동구 일원의 다른 복지시설 3곳으로 헤어져야 한다. 베다니농원에는 6살 유치원 또래부터 대학생까지 40명이 지내고 있다.


베다니농원은 <서정복지재단(이사장 서태진)>이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로, 지난 1961년 ‘순복음베다니원’으로 달서구에 설립된 뒤, 1967년 지금의 율하동으로 옮겼고 1972년 ‘베다니농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6살 유치원 또래부터 대학생까지 40명이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중.고.대학생은 대부분 유아 때부터 10-15년을 같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베다니농원’이 포함된 대구율하지구 택지개발사업 개발계획이 승인(2002)된 뒤 토지개발공사의 개발사업이 본격화되자, 서정복지재단은 베다니농원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복지재단측은 ‘베다니농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복지사업’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복지재단의 복지사업을 기존 ‘아동복지사업’에서 ‘노인복지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때문에 ‘베다니농원’에 함께 지내 온 아이들은 대구시 동구 일원의 또 다른 복지시설 3곳으로 헤어지게 될 처지에 놓였다.

참길회 김춘화 사무국장
참길회 김춘화 사무국장
지난 1973년부터 30년 넘게 베다니농원에서 봉사활동을 해 온 ‘참길회’는, 복지재단측의 이같은 ‘폐쇄’조치에 크게 반발하며 ‘베다니농원 이전’과 ‘아동복지사업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참길회 김춘화 사무국장은 “수십년동안 같이 지낸 아이들이 또 헤어져야 한다니 너무 가슴 아프다”며 “아이들을 위해 복지재단측이 아동복지사업을 계속 유지해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 참길회를 비롯해 북대구로타렉트, 베다니를 사랑하는 모임, 개인 후원자들은 최근 <베다니 대책위원원회>를 꾸렸다. 대책위원회는 9월 4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이들이 지금처럼 같이 지낼 수 있도록 베다니농원을 이전하고 아동복지도 계속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원회는 "토지공사측이 베다니농원을 옮길 대체부지를 약속했지만, 복지재단측은 노인복지사업을 하겠다며 베다니농원 폐쇄와 아동복지사업 중단을 결정했다"면서 "이는 친부모와 떨어져 베다니농원에서 친형제처럼 지내 온 아이들을 또 다시 헤어지게 할 뿐 아니라, 아이들의 주거권과 생존권, 인권을 무시하는 횡포"라고 비판했다.

또, "복지재단측이 토지공사로부터 받은 100억원 가까운 토지보상금이면 아동복지사업과 노인복지사업을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다"면서 "토지공사가 약속한 대체부지를 즉미 매입해 베다니농원을 이전.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원회는 내일(9.5)부터 대구시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통해 ▶서정복지재단의 노인복지사업에 대한 허가 불허 ▶재단측이 공금횡령.아동학대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를 촉구하는 한편, 복지재단측이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구지역 시민.복지단체와 연대해 ▶이사장 퇴진 ▶관선이사장.이사 임명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동구청 도명숙 복지지원계장은 “베다니농원을 이전하고 아동복지사업을 병행하도록 서정복지재단측에 여러차례 권고도 하고 사정도 했지만, 복지재단측이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복지재단이 사업 중단을 결정하면 행정기관에서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정복지재단 서태진(68) 이사장은 "아동복지시설과 병행할 수 없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서태진 이사장은 "10년 전부터 노인복지를 위한 요양원 사업을 준비해왔고, 보건복지부에서 노인복지사업을 권유하는 공문을 두차례나 받았다"면서 "토지보상금으로 받은 95억원은 요양원 신축과 운영비로 써야 돼, 베다니농원을 유지하며 아동복지사업을 병행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또, "아이들이 헤어지게 된 게 나 역시 가슴 아프지만, 조금만 정들면 아이들이 다른 복지시설에서도 다시 친형제처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복지재단은 지난 8월 말 수성구청에서 요양원 사업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얻은데 이어, 9월 3일 동구청에 베다니농원 폐쇄신고를 냈다. 복지재단측은 구청의 최종 허가가 나면 대구시 동구 율하동에 요양원을 지어 노인복지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우리 베다니 가족 함께 살고 싶어요'...(2007.9.4 대구시청 앞 기자회견)
"우리 베다니 가족 함께 살고 싶어요"...(2007.9.4 대구시청 앞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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